이렇게 가볍고 쉽게 결정해도 되는걸까..?
"죄.. 죄송해요.."
순간 당황한 나머지 괜찮다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바로 사과하였다.
"아!.. 아뇨 제가 먼저 입 댔는데요 뭐 제가 죄송해요 전 아무렇지 않은데.."
"아.. 저도 괜찮아요"
다행히 상대의 이해 덕분에 미안함을 풀 수 있었다.
먼저 입을 댔다고 하지만 이미 내가 먼저 입을 대었다 보니..
"뭐야 첫 만남부터 간접키스?"
그때를 놓치지 않고 훅 치고 들어오는 주혁오빠
그 말에 당황한 건지 아니면 이 분위기를 풀어 보려는지 두 사람은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내심 나는 당황스럽긴 했다.. 간접키스는 맞지 않은가.. 모쏠은 아니고 해 볼 거는 다 해 봤지만 그렇다고 이런 거에 무감각할 만큼 경험이 많지는 않아서..;
"불편하면 커피 새로 사 올까요?"
장난을 치다가 내가 신경 쓰였는지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제가 위로 오빠가 이렇게 이런 건 무감각해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첫 만남부터 간접키스한 사이가 되었네요"
읭...? 우리 처음 보는 거였어? 지난번에는 나 안다고 했다던데?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을 무렵 복귀를 위해 다들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문득 나한테 다가오더니..
"우리 방 들어올래요? 서희씨 우리 방 들어와도 아무 문제없잖아?"
라며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보였다.
두 사람도 별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니 나에게 폰을 내밀었다.
"번호 줄래요? 카톡 초대해 줄게요"
"어.. 아.. "
갑작스러운 연락처 공유에 당황해서 주혁오빠를 바라보았는데 별 문제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장난기 있는 말투와 진지한 표정이 조금 모순적으로 보였지만 왠지 모를 진지함도 묻어나서 나도 별 말을 하지 못하고 찍어주었다.
뭔가 여기서 안된다고 하면 나만 호들갑 떠는 걸로 보일 거 같아서였다.
그리고 번호를 주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장갑까지 껴버려서 확인을 하지 못했다.
"아.. 지금 라이딩 중이라 나중에 대화해도 괜찮겠지요?"
"그렇게 해 ~ 지금 안 해도 돼~"
우리들은 바이크를 타면서도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세나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무전을 하면서 이동을 했기에 언제든 소통이 가능했었다.
내 말에 주혁 오빠가 바로 응답해 주었고 다들 그렇게 하라며 말해주었다.
연락처를 공유한 게 내심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 사이인데 크게 문제 될 건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듀얼번호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많이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해요 중간에 쉴 테니까"
잠깐의 침묵을 깬 건 규진 씨였다.
"서희는 이 정도 아무렇지 않을걸? 워낙에 장거리만 타는 애라서~"
아니야.. 오빠 아니야.. 나도 힘들어.. 아무리 장거리만 탄다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자주 쉰다고..
잘못하면 저 사람들 쉬지도 않고 달릴 거 같아 그런 말하지 마!!
"아 그래요?"
"아.. 네.. 그렇긴 한데 저도 중간중간 자주 쉬긴 해요"
나마저 아니라고 해버리면 진짜 안 쉬고 해산지 까지 달릴까 봐서 바로 부정을 했다.
"저도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쉬어요 안 그럼 힘들어서요"
이 말이 진짜 일거라 생각했는데...
2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리더라...
이상하게 기존 코스와 조금 다르다는 건 느꼈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달릴 줄은 몰랐다.
중간에 편의점에 잠시 정차했는데.. 이상하게 나만 힘든 거야?
다들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왜 나만 힘들지?
"많이 힘들어?"
"아.. 아니.. 어제 술 먹어서 그런지 좀 힘든가 봐.."
"잘한다~ 바리 전날에는 술 먹으면 안 되지"
"오빠는? 안 마셨어?"
"나야 뭐 매일 한잔씩 마시고 자지 ㅋㅋ"
뭐지.. 엄청 고소해 보이는 저 표정.. 나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이라는 듯..
열심히 놀리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주혁 오빠.. 진짜 이뻐해 주려야 이뻐해 줄 수가 없다니까?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바이크에 내리려는 순간 주차랙을 잘못 내렸는지 한쪽으로 몸이 기울기 시작하였다.
"아..!..."
짧은 외마디 비명에 몸이 휘청하였지만 순간 따뜻한 온기와 함께 뭔가 탁 멈춘듯한 기운에 살짝 감은 눈을 떠보았다.
고개를 돌려보려 하였으나 막혀버린 탓에 어정쩡하게 굳은 채로 있으니 이내 이 몸의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요"
그 짧은 말과 함께 반대로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탁- 하고 주차랙이 세워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면서 바이크가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돈 굳었네"
당황스러움이 헛웃음으로 바뀌는 데에는 몇 초 걸리지 않은 거 같다.
장난기 가득한 말 한마디에 난 헛웃음과 함께 그제야 자유로워진 고개를 들어 규진 씨를 올려다보았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커피.."
"네!"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말투에 난 냉큼 받아쳐 편의점 안으로 몸을 옮겼다.
커피라.. 아까 카페에서도 달달한 걸 먹었으니까..
난 재빨리 레쓰비를 두 개 꺼내서 계산하고 나왔다.
커피를 두 개 들고 나오자 웃긴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규진 씨..
"장난이었는데 엄청 빨리 갔다 오네요"
"아.. 아니에요 이거 드셔요 감사했어요"
"일단 잘 먹을게요"
커피를 받아 들면서 살짝 지어 보이는 미소는 순간 심쿵하게 만들었다.
40대의 미소가 이렇게 천진난만한 아이 같을 수가 있는 걸까..?
길에서 그냥 마주쳤다면 40대라고 절대 믿을 수 없는 어린 외모에 성격도 모난 곳 없이 느껴졌다.
뭔가 처음에는 모순이 느껴졌는데.. 오는 내내 대화도 하고 직접 마주치면서 점점 모순이 사라지고 있었고.. 점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대를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사람을 편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뭐야? 둘이꺼만 사 왔어?"
"아..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럼 우리 거만 사 오면 되겠네 이건 개인이 계산하는 걸로~"
"그래요~"
주혁이 오빠 말에 얼렁뚱땅 핑계를 대었다.
저 오빠도 1년 정도 만났는데 아직은 애매하게 반존대로 대하고 있었다.
뭔가 말이 길어지면 편하게 반말이 잘 나오는데 짧은 말에는 반존대를 많이 쓰게 되었다.
일단 나랑 5살 차이가 나다 보니 나도 편하게 대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바리 자주 나가요?"
"아.. 시간 되면 최대한 많이 다니려고 해요"
시간이 좀 지나서일까..? 거의 저녁에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함께여서 일까?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래 라면 이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불편하다기보다는 어렵다고 해야 할까..? 거리낌 없이 대해주는 거 같지만 나는 이상하게 저 미소 앞에 벽이 느껴져서 편하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주말에만 다녀요?"
"아뇨 평일에도 밤바리는 주로 나가요 날 추워지기 전까지는요"
"그렇구나.. 다음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해요~"
"네~"
흔하디 흔한 성인들의 기약 없는 약속..
" 해안도로는 자주 타보셨나 봐요?"
오는 내내 이곳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많이 타 본 거 같기도 해서 어색한 게 싫어 던진 질문이었다.
"종 종 오긴 해요 우리 동네에서 바다 보려면 동해 쪽이 가깝기도 해서요"
"아.. 그러시구나.."
"다음에 남해나 서해도 가보자~"
음료를 사온건지 주혁이 오빠도 대화에 참여하였다.
"거기는 박투어로 가야 하는 거 아니가?"
"안 그래도 다음 주 박투어로 남해 다녀올 생각인데"
"박투어 좋지~"
아.. 맞다.. 다음 주까지 주혁오빠 휴가라고 했지? 규진님도 박투어 좋아하시나 보다..
"언제 갈 건데?"
"토요일 출발해서 일요일 오는 걸로 1박 2일?"
"좋네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해봐 봐 서희씨는 어때요?"
"저는 언제든 괜찮아요.."
커피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서 엉겁결에 대답해 버렸다.
뭐.. 원래도 라이딩은 거절을 잘 안 하기도 하고 박투 어는 더 거절을 안 하는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래요? 승기는 시간 어때?"
"저야 뭐 괜찮죠~"
액면가로는 분명 나보다 어린데.. 일단은 오빠라는 승기 씨에게도 물어보는 규진님..
이거.. 이러다 갑자기 급 박투어 일정까지 잡아 버릴 거 같은데?
나 아직.. 이 사람들 하고 어색해서 같이 박투어 까지는 무리가 있는데..
"주혁이가 코스 짜고 서희씨가 한번 추진해봐 줘요 이런 거 잘할 거 같은데"
"아..."
재미난 장난감이라도 생겼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박투어라.. 혼자서 멀리 가서 자고 사람들을 만난 적은 있는데 처음부터 사람들하고 같이 어디 가본 적은 딱히 없는데..
집에 들어와 옷을 벗으며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생각도 안 하고 결정한 건 아닌지.. 내가 계획한 건 아니지만 너무 쉽게 갈 수 있다 한 건 아닌지 마음이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그 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걸까..?
나를 안다고 해서 만난 거라 내가 너무 의식하고 있었나..?
[내일 저녁에 다들 뭐 해?]
그때 카톡 진동이 울렸다.
내가 제일 멀어서 인지 다들 대화를 많이 했네..
[무복 했습니다~]
[고생했어요 서희씨~]
[네 감사합니다 오늘 즐거웠어요]
[네~ 내일 저녁에 시가 괜찮으면 짬바리 갈래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고 보자고 하는 사람..
[일 있으면 어쩔 수 없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가요]
[네네 내일 시간 보고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츤데레 같은 사람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정작 나는 거리감을 느끼고 거리를 두는데 이 사람은 뭔가.. 점 점 가깝게 다가와주는 거 같다
뭐 다들 내가 유부녀인 줄 아니까 더 허물없이 대하는 걸까..?
[내일 꼭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