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시작되는 순간
"싫어.. 요..?"
싫을 리가.. 술 때문인가..? 왜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거지..?
등에 닿이는 벽은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도 날 잡고 있는 팔은 너무 포근하고 그 사람의 팔뚝은 단단하게 느껴져서 이게 나를 지켜줄 거 같은 든든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옷깃 가까이 느껴지는 그 사람의 숨결은 나를 자극하기 좋았다.
"나는..."
"규진아~"
말을 하려는데 가까이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건지 규진 씨도 살짝 한 발짝 물러나면서 나를 잡고 있던 손들이 사라졌다.
"어? 서희맞네 ~ "
승기 씨에게 듣고 온 건지 눈치 없는 주혁오빠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난 이제 들어가 볼게 조심히 가요"
주혁오빠 등장에 살며시 자리를 뜨는 규진 씨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보냈다.
"친구랑 왔어?"
"응.. 수정이랑 왔어"
"그래~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조심히 들어가~"
인사만 할 거면 굳이 왜 온 거야..
잠깐만이라도.. 오랜만에 엄청 편한 느낌 받았는데..
이런 거에 아쉬워하면 안 되는데.. 이러면 내가 정말 나쁜 사람 되는 건데..
"응.."
"아.. 맞다 오해는 하지말고 오늘 너한테 연락.."
"괜찮아 뭐 남자들끼리 술 한잔 할 수 있지 뭐.. 그리고 내가 어차피 안 마시니까.."
남자들끼리 만나서 술 먹을 수도 있지.. 여자가 있는데 나한테만 연락안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취미는 취미일 뿐.. 내가 무슨 실수할지도 모르는데..
이 사람들하고는 술 절대 안 마셨지..
난 주혁 오빠한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수정이에게 돌아갔다.
"난 또 집에 간 줄? 왜 이리 늦었어?"
"아.. 어쩌다 보니.. 바이크 타는 사람들 만나서"
"응? 그럼 그분도 있어?"
그분이라... 내가 호기심이 간다는 사람도 온 건지 궁금해하는 수정이에게 나도 모르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더 초롱초롱 밟아지며 나의 답을 기다리듯 쳐다보았다.
"가자! 언니가 이걸 그냥 넘길 수 없지!"
"아.. 아니야.. 안 왔어.."
"엥? 거짓말하지 마~ 얼굴에서 딱 보이거든?"
"아냐 아냐.."
너무 설레발이야.. 겨우 딱 한번 본 게 전부인데..
아니.. 두 번인가..?
호들갑 떨기에는 아직 부족해..
"조심해서 가~"
"응~ 나야 뭐 집 앞인데~ 기다려준다니까~"
"뭘 기다려 오빠한테 전화까지 왔구먼 빨리 들어가 봐~"
"알았어~ 조심히 가~ 도착하면 연락하고~"
"응~ 알았어~"
남편한테 연락 온 수정이를 먼저 보내고 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내가 뒷자리에 앉았다.
대리기사가 언제 올지도 모르겠고..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너무 나른 나른하였다.
"XX동 맞으시죠?"
그때 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눈을 떠 바라보니 대리기사님 이신지 운전석에 올라타며 말하였다.
"아.. 네..."
탁-
그때 조수석 뒷자리가 열리면서 누군가가 올라탔다.
몸에서 살며시 흩날리는 담배냄새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어.. 두 분.. 이시구나.."
"네.. 문제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옆자리에 탄 사람인지 알아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고개만 돌리더니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는 규진 씨..
대리기사님이 있어서 인지 크게 긴장감은 들지 않았지만..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도 의문이었고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스럽기는 했다.
"차를 안 가져왔어요 같이 가요"
응..?
내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건지 나에게 살짝 다가오더니 속삭이듯 말하였다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죠..?"
뭔가..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 같은데.. 충분히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왜 이런 행동들이 지금은 오히려 좋은지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너무 다 수긍하면 안 되니까..
"조금 그렇네요.."
"그래요? 그럼 내릴까요..?"
"아.. 아니요.. 그건..."
내 말에 손잡이로 가던 손을 난 급하게 잡았다
"뭐.. 나도 이런 터치.."
"아.."
그렇지.. 아까 나도 싫었는데.. 이 사람도 싫어할 수 있지..
"좋아요.."
당황함에 거둔 손을 바라보고 있자 마저 말을 이어갔고 마지막 말에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후 딱히 서로 오간 말은 없었다.
그저 어색함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
그런 시선마저 나는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그 부담감을 가지고도 계속 바라볼 정도로..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진짜.. 이 동네 사는 거 맞아요..?"
"아니요.."
"그럼 어디 살아요?"
"아까 술집에서.. 여기 오는 반대 방향?"
"네??"
술집에서 여기까지 30분이 걸리는데.. 다시 돌아가려면 엄청 멀 텐데 이 사람 진짜 여기까지 왜 온 거지?
"택시 불렀으니까 금방 올 거예요 들어가요 집 앞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건 아니죠?"
"아.. 그렇긴 한데.."
내 말에 살짝 웃더니 뒤돌아서는 규진 씨..
"저기.."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팔을 잡았다.
술기운 덕분인지 용기가 생겨났다..
궁금했다.. 왜 여기까지 온 건지.. 왜..
"왜.. 여기까지 왔어요?"
내 말에 요지부동자세로 서 있는..
"겨우 한번 본 사람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게 이상하잖아요.. 왜 여기까지 데려다준 건데요..?"
"아까 그 사람 이상해서요?"
"네..?"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몸에 긴장이 확 풀려버렸다
"아까 그 대리기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왔다고요 내 라이딩 동지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아..."
이게 뭔... 개뼈다귀 같은 변명이지..?
"들어가서 쉬어요 많이 힘들었을 텐데.."
설마.. 이게 인류애 뭐 그런 건가..?
내가 생각해도 대리기사 말도 안 하고 차에 올라타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조금 매너만 없는 거지 나한테 나쁜 짓하고 그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건.. 그냥 인류애인 건가..?
범죄예방..? 그런 거?
"저기.. 라면 먹고 갈래요?"
내 말에 가던 길을 멈추고 처음 보는 웃긴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뜬금없이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법한 라면 먹고 가라니.. 이게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