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야
머리가 띵띵 띵 아파 와
감기도 아닌데 이건 뭐
왜 그런지 알아?
왜 그런지 알아
응 알 것도 같아
중요한 날이 다가오니까
그게 무서운 거지 너는
칭찬받아야 하는데
박수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우와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될까 봐 무서운 거지
왜 칭찬받아야 하는데?
생각해 본 적 있어? 왜인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인정을 받고 싶을까
한 번도 인정을 받은 적 없는 사람처럼
언제부터 일까 왜 그렇게 된 걸까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이 생각은
복숭아를 까놓고 책상 앞에 앉았어
목적 없이 의자에 앉아보긴 처음이야
아 알 것도 같아
딱 열 살 때부터 인 것 같아
전학을 간 학교에서 나는
한 번도 놓지 않던 1등을 놓쳐버렸지
열한 살 친구들이 알려준 거야
표준 전과를 베끼는 방법을
답안지를 보고 문제를 풀면
숙제 시간이 줄어든 다는 사실을
그렇게나 쉬운 걸 왜 나는 몰랐지
아니 애초에 내가 살던 곳에선
아무도 그러지 않았는데
얘들은 어떻게 이런 방법을 알고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 궁금하지 않았어
나는 세 번째 손가락이 아리도록 베껴 썼어
한 시간이 걸리던 숙제 시간은
십 분으로 줄었어
늘 100이라고 쓰여 있던 내 시험지는
어느 순간부터 0이 하나씩 빠져 있었어
어깨 힘도 그때부터 빠지고 있었어
나는 나에게 실망할 새도 없이
중학생이 되고,
얼토당토않게 고등학생이 되어버렸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던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을 나에게 '믿는다' 하셨지.
시험 잘 보았니, 아니요
다음 학기엔 1등 할 거라 믿는다.
이번엔 잘 봤니, 아니요
내년엔 1등 할 거라 믿는다.
그렇게 믿기만 하다가 끝내
앞으로 더 노력하거라 하고
짜디짠 믿음만 손에 꼭 쥐시고
그렇게 가셨지
대학에 가서도 난 빛나지 못했어
지각 세 번 때문에 한 학기를 더 다녔어
사회에 나와서도 별반 대단치 않았어
졸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도 있었어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는
뭘 하고 앉아 있나 나는
퍽이나 잘하고 있지 못하다
못났다 참 하고 스스로 되뇌었던 거 같아
이것보다는 나아야 하는데
교사용 답안지를 베끼던 나보다
지금이 나아져야 하는데
나는 한치도 자란 것 같지가 않아
아마도 그런 기억일 거야
지금 나를 어지럽게 하는 것은
꽤나 엄청난 것씩이나 만들지 않으면
그저 실패한 순간들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수고했다는 말로는 부족한
애썼다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은
욕심이다, 욕심이야
옹졸하고 까끌한 그런 욕심인거지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자야겠어
할 일은 물론 많아 그런데
위대해지고픈 나에게서
좀 떨어져 있고 싶어
멀어져 있고 싶어
잠은 위대하게 잘 필요 없잖아
잠은 칭찬받을 필요 없잖아
내 말이 맞잖아
내 말이 맞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