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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이 된 느린아이

40대의 육아란? 남들보다 10년늦게 아이키우기 #11

by 시휴


아이는 3학년이 되었다. 친한 친구가 없어 고민하던 녀석은 2학년 여름방학때 방과후교실에서 반친구를 한명 사귀게 되었다. 그 아이는 눈에띄게 잘생기고 유쾌해서 1학년때부터 여자아이들의 애정공세에 시달려온 아이였는데 우연히 우리아이와 친하게 된 이후로 거의 단짝친구처럼 붙어다녔다.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3학년때도 같은 반이되자 둘은 뛸듯이 기뻐했는데 생일도 비슷하고 성향도 비슷해 우리 아이도 모처럼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1,2학년때와 달리 3학년 담임선생님은 성격이 느긋하셔서 우리 아이와는 코드가 잘 맞았는데, 아이의 느림이 담임선생님에게는 전혀 문제가 안 되었다. 아이도 3학년이 되자 1,2학년때와는 다르게 많은 부분이 성장해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단짝친구가 생기자 교우관계도 눈에띄게 좋아지고 불안감도 많이 줄어들어 언뜻보면 인싸처럼 보일정도가 되었다. 제일 신기한 것은 우리아이에게 어떤 여자애가 편지를 준 것이다. 사귀자는 내용의 연애편지였는데 심지어 같은 반아이도 아닌 다른반 아이가 준 것이라 나는 너무 귀엽기만 했다. 물론 아이는 사귄다는 뜻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그 여자애에 대해 아는것도 없었기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아이가 다른 아이의 눈에 멋져 보였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이의 독서와 영어듣기, 수학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나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불안감에 또다시 교육서를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면 '어휘력'을 챙겨야한다는 이야기에 관련 문제집을 샀다. 나는 문제집과 교과서를 구입하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학원비에 비하면 책을 구입하는 것은 너무나 저렴했기 때문이다. 대신 어떤 책을 구입하던 한번 풀기 시작한 문제집은 반드시 끝까지 다 풀었으며, 아이도 문제집을 끝낼때마다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자는 획수가 10번 이상 넘어가면 한자쓰기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뚜렷해 가급적이면 쓰는것보다는 읽는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국영수를 제외한 다른 과목들은 어려워하면 해야할 양을 줄여서 균형감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3학년이 되면 사회와 과학을 시작하기 때문에 나도 2학년부터 준비를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우리 아이가 가르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힘들어하면 그때 개입해도 늦지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행히 수학은 못해도 과학은 좋아했던 우리애는 의외로 사회와 과학은 힘겨워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대신 학기가 끝나면 교과서를 그냥 버리지않고 읽어보고 모르는 어휘를 설명해주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국어사전을 펼쳐서 어휘를 확인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국어시간에 사전보는 법을 가르쳐주기는 해요. 그때 놓치지않고 알려주면 좋긴 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한글이든 영어든 '네이버사전'을 이용해 짚고 넘어가곤 했다. 어딘가 여행을 갈때마다 우리는 끝말잇기 게임을 많이 했는데 유치원부터 시작했던 게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청난 어휘력의 발전으로 나를 놀래켰고 언젠가부터는 아이 스스로 영어로 끝말잇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제 단원평가를 보면 70-80점정도의 점수를 받아 1,2학년때의 50-60점대는 벗어난 모습으로 내게 기쁨을 준 아이는 스스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걸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까 잠시 고심하기도 했지만 막상 영어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받아보자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걸 느꼈다. 아이는 리스닝실력이 차곡차곡 쌓이고는 있었지만 뭔가 발화되기에는 부족했고, 영어학원의 시스템도 내가 보기에는 좀 실망스러웠다. 예체능을 꾸준히 시키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확 좋아하는 스포츠가 없었던 아이에게 나는 2학년겨울에 스키를 권했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싫다고 했지만 막상 스키를 배우자 아이는 금새 적응했고 생각보다 잘 탔다. 우리 아이는 운동도 1대1로 배우는 걸 훨씬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었는데 유달리 구기종목을 싫어했다. 축구를 3년을 시켰는데도 안되는 걸 보고 마음을 접은적도 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어쨌든 1,2학년때와 달리 3학년때는 학교에서 부진아 취급도 안 받고 누가봐도 평범한 아이의 반열에 오른것을 보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나는 아이가 4학년이 되는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11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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