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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Apr 08. 2021

취미부자 02.

주식투자

남편과 나는 요즘 각자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원래도 남편은 소소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작년에 부동산 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식 직접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그 전에는 신경 쓰기가 싫어서 펀드 등 간접투자만 했음) 우리는 각자 주식계좌를 만들어서 주식을 한다. 원래도 이야기가 없던 부부는 아니었지만 주식투자를 하니 예전보다 이야깃거리가 훨씬 풍성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취미가 같고 (야구 관람과 스키) 사업 아이템 가지고도 열심히 의견교환을 하는 부부였으나 주식을 하니 서로 뭘 사고 뭘 팔았는지 아침부터 밤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인내심이 부족한 남편은 주로 단타매매를 선호하고, 나는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라 각자 투자스타일은 다르지만 주식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니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조언도 하게 된다.


나는 증권회사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주식을 <업>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취미라기보다는 주식투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90년대에는 주식투자로 인해 사람들이 자살하기도 하고, 직접투자가 불가능해 증권사에서 투자를 전담해주다 보니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으로 높았어요) 펀드매니저들을 보는 게 힘들었고 '주식을 하면 망한다'는 개념이 나도 모르게 뿌리 깊게 박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하고는 많이 달라져 스마트폰으로도 주식매매가 가능한 세상이니 (90년대에는 컴퓨터도 아니고 주식매수/매도용 별도 단말기가 있었답니다. 몇몇 전문가들 정도만 만질 수 있었죠)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쉽게 주식을 사고팔게 된 데다가 예전과는 달리 한국 회사들이 많이 글로벌화되어서 더 이상은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게 아마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주식보다 더 위험성이 있어 보이는 비트코인의 존재로 인해 주식은 이제 더 이상 위험자산이라기보다는 안전자산처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지 모른다.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나 언젠가부터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부동산은 주식처럼 변했고, 주식은 부동산처럼 변해서 둘이 비슷한 느낌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작년 5월부터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주식이 3000이 되고 나서야 주식투자에 뛰어든 탓에 (요즘은 거의 박스피죠) 수익률은 지지부진하지만 내게 큰 소득은 수익률보다 부부간의 소소한 대화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남편은 이제 꽤 잔액이 남아있는 별도의 통장 계좌를 굴리게 되었는데 (예전부터 있던 월급통장이었으나 이제 주식투자용 통장이 되자 애착이 남다름) 늘 소득관리를 내게 맡기고 돈 쓰는데 무심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잔액이 줄면 전전긍긍하고 수익률이 늘어 잔액이 늘면 기뻐하는 소소한 돈의 맛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돈 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 준 순간이기도 했다. 남편이 워낙 회사일 관련해서 신경 쓸게 많아서 재무관리는 내가 맡아서 한 것이었으나 이것만큼은 '자신만의 것'이라고 느끼는 순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른 것이다. 아들도 자신만의 지갑이 별도로 있는데 (본인 명의) 통장의 돈은 크게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지 않는 반면 지갑의 돈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어쨌든 나는 늘 가계부를 쓰면서 남편이 원하면 언제든 집안과 회사의 모든 재무상황을 알 수 있게끔 모든 걸 오픈해놓은 상태이다. 내가 주거래로 쓰는 은행통장도 언제나 남편이 열람해볼 수 있다. (요즘은 은행 앱을 쓰면 되기 때문에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돈거래는 서로 투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벌어오는 돈을 남이 관리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나는 남편이 돈을 더 많이 벌어오지만 한 번도 그 돈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돈 벌어오느라 고생했고 애썼으며 힘들었겠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말들은 결국 그대로 내게 돌아왔다. (말의 힘이란 생각보다 세더군요)


나는 아버지의 습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예전부터 종이신문을 보던 버릇이 있었는데 신문을 보던 습관이 주식투자를 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종이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지만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기 시작하면 자신이 원하는 뉴스만 골라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때론 보기 싫은 뉴스의 소식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종이신문은 강제로라도 싫은 뉴스를 보게 만들기 때문에 주식 투자할 때는 그런 습관이 유용하다.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지만 신문에서 오른다기에 샀고, 실제로도 그 주식이 올라서 꽤 수익이 좋았다. (저는 일반신문+경제신문을 읽어요. 요즘은 신문 구독하면 세트로 많이 신청할 수 있음) 남편은 촉이 좋은 사람이기에 스쳐 지나가는 뉴스 타이틀만 보고도 감으로 오를 주식을 골라낼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성향이 아니기에 신문을 보고 연구를 해서 확실히 오를 주식만 사는 편이기도 하다. 주식을 꼭지에서 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절대 한 번에 많이 사지 않고 떨어지면 또 매수하는 분할매수를 하기도 한다. 아직은 정말 보수적으로 주식에 접근하는 편인데 그런 성향 때문인지 해외주식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한국 주식에 좀 익숙해지면 해외주식에도 투자를 해 볼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 주식은 시간과 돈 싸움이기에 자기돈으로 하면 백전백승이지만 (오를 때까지 안 팔아도 되고, 추가로 물타기를 해도 되며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음) 신용으로 하게 되면 일단 시간을 내주고 해야 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무조건 불리하다. 선물도 그런 면에서는 무기를 내어주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불리하다. 비트코인에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진 시작을 못 하겠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드니 보수화가 되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 환율이 내려가고 있어서 외국인이 이제 달러를 처분하고 주식시장으로 돌아온다네요. 향후 주도주가 가치주가 될지 성장주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오를 기미가 보인다니 각자 종목 선정을 잘해보시죠!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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