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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May 17. 2021

익사

손정민군 한강실종사망

또 한 번의 가슴 아픈 익사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세월호에 이어 세 번째다. 희생자들이 모두 아이들과 비교적 나이가 어린 청년들 이다보니 온 국민이 다 마음 아파하는 형국이다. 여러 뉴스가 있지만 뉴스란 관련자가 많을수록 증폭되고 또 쉽사리 식지 않는다. 천안함과 세월호와는 다르게 이번 의대생 사망 사건의 희생자는 한 명이지만 이 뉴스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그의 실종과 사망을 둘러싼 모든 것이 참 비상식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련자가 많아서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본인, 가족, 친척, 혹은 친구 중에 삼성 회사원 한 명 없는 사람 찾기가 외려 힘들 것이며 정민군이 죽은 한강변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들르는 곳이다.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강남에 사는 사람들, 필름끊길 정도로 술 마셔본 20대들과 그들의 부모들, 그리고 아이 때문에 대치동에 이사 갈려는 사람들까지 (정민군은 대치동 키즈였다) 이 사건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일 사람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돌이켜보면 천안함은 물론 세월호도 관련자가 많았고 (그때는 더했다. 사망자수가 훨씬 많았으니) 또한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람의 목숨이 가벼운 것 같아도 어지간한 일로는 또 쉽게 죽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정민 씨를 살릴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그 동석자(그는 일반동기보다는 훨씬 가까운 친구임이 분명하지만 사건직후 보여준 행동은 친구로써의 행동과 괴리가 있는것은 사실임)는 그러지 않았고 그가 정민씨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안 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가 (친구의 실종을)방조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만취했다고는 하나 누구보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의대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세간의 누군가는 이 사건은 강남+삼성+의대라는 3가지 이슈로 큰 화제가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걸까? 확실한 것은 정민씨는 대치동 키즈였고 의대 입시에 성공한 의대생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아이가 공부를 조금만 잘하면 대치동에 입성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학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최근에 집값이 너무 올라서 그 행렬이 주춤한 것뿐이지 전국 각지에서 대치동에 이사 오는 학부모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아이의 의대 합격이 최종 목표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사실 대치동에서 의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얼마나 공부로 달려야 하는 지를 말이다. 실제로 정민씨는 똑똑했다고 한다. 중앙대 의대에 합격하기 전 카이스트 학생이었으며 집도 강남에 있었고 아버지도 대기업을 다니는, 말하자면 남부러울 것 없는 학생이었는데도 뭔가 거대한 음모론(?)의 희생자가 된 느낌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사람들이 보기에 이런 사람들도 더 강한 누군가와 붙으면 그냥 일반 개미 같은 존재구나 하는) 바로 이것이 이 사건이 절대 식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슈화 될 가장 큰 이유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군대에 아들을 보낸 (또 곧 보낼) 엄마들은 잠을 설쳤을 것이다. 마치 내 아이가 당한(앞으로 당할) 일인 것만 같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을 텐데 (실제 아들을 잃으신 부모님들께는 차마 드릴 말씀이 없음) 나는 그 당시 아이가 없어서 지금처럼 생생한 느낌은 아니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아이는 어렸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그 일이 남일 같지 않아서 오랫동안 힘겨워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그 당시 내가 살던 곳은 안산하고 거리가 멀지 않아 한 다리만 건너면 관련자들 이야기가 많았다. 그 일은 오랫동안 국민들 마음속에 생채기를 냈는데 BTS가 노래로라도 알려서 세계로 조금이라도 그 뉴스가 퍼져나간 일은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최순실 때문에 박근혜 씨가 대통령직을 물러난 것 같지만 사실 세월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No공감과 몰이해가 빌미를 줬다고 본다. 정민씨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일각에 도는 말처럼 권력형 비리로 인해 유야무야 덮인다면 이 역시 문재인 정권에는 치명타를 줄 것이다. 국민을 괴롭히는 것과 (ex. 부동산 세금)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의 결론이 이 생각을 뒤엎고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만취상태인것 치고는  균형을 잘 잡고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
cctv를 동시에 쳐다보고 있는 동석자 가족

 



점입가경이다. 오늘 동석자측의 입장발표가 있었는데 글에서도 정말 공감능력의 부재가 느껴지더라. 사실 그들 말대로 엄마가 사건의 중요성을 못 느껴서 신발을 버렸을 수도 있고, 만취상태라서 초동대처를 잘못했을수도 있지만 왜 새벽에 나와서 온 가족이 한강을 헤매고 다녔는지에 대한 입장표명은 쏙 빠졌다. (사실 그게 핵심아닌가요?) 처음에는 그저 철없는 젊은이들이 이 시국에 한강에 와서 술마시다가 난 사건인 줄로만 알았다가 정민 씨 아버지가 제 지인과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그분이 제 또래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늦게 결혼을 했기도 했지만 정민씨가 외동아들이라고 해서 또 울컥했네요. 사실 22살이면 다 큰 성인인 것 같아도 아이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20대 초반이 아직은 얼마나 사리분별이 안 되는 나이인지 아실 겁니다. (게다가 산전수전 겪지 못하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큰 강남 키즈들은 더 그렇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제 원하던 대학도 가고 한시름 놓으셨을 텐데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지... 게다가 주변 사람이 좀 아프다가 죽으면 마음의 준비나 하지 낮에 나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어떻게 살아간단 말입니까! 동석자의 부모들도 또래 자식이 있으면서 어떻게 자기 자식만 소중하고 남의 자식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인지...최소한 정민 씨 부모님의 한은 풀어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사 동석자가 정말 정민씨 사망과 아무 상관이 없어도 그 친구 역시 앞으로 남은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가기는 틀렸습니다. (왜 소중한 자식을 전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게 하시나요? 사건직후, 동석자군이 정민씨 부모님앞에서 제가 괜히 술먹자고 해서 이런일이 일어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울며불며 사죄했다면 과연 이 일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못해서 내가 미안하지 않다는 걸 전국민앞에 증명해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들은 정말 자식을 위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자식들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던 막장의 대명사, 펜트하우스가 생각나는 밤이네요. (동석자가 살인범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도리, 그리고 친구에 대한 예의가 없었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은 글입니다)


p.s. 앞으로는 우리나라에 이런 슬픈 뉴스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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