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휴 Jul 12. 2021

남사친/여사친이 신경쓰여요!

남사친(여사친)이 있는 사람과의 연애

제가 자랄 때는 남사친(혹은 여사친)이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어요. 친구라는 건 당연히 동성친구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이성친구라는 것은 (사귀거나, 혹은 사귈 예정이거나, 아니면 예전에 사귀었거나 같은)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사친과 여사친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이성친구 한 명 없으면 이상한 세대가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그래서 연애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애인에게 각자 존재하는 이성친구를 신경 쓰자니 치졸한 사람이 되고, 신경을 안 쓰자니 가슴이 답답해오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남사친과 여사친이 생기기 시작한 걸까요? 

예전과 요즘은 본능이 바뀐 걸까요? 아이를 키워보니 그건 아닌 듯 싶습니다. 요즘도 아이들은 빠르면 2, 3학년부터 늦어도 5학년 정도에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간의 교류가 거의 없어집니다. 같은 반이라도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워진 것이죠. 말 섞는 것도 힘든데 같이 논다거나 집을 오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에도 같이 놀려면 최소한 유치원 때부터 교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주 빠른 여자아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6살 정도는 되어야 친구와 '놀이'라는 걸 같이 합니다. 그전에는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따로 놀고, 서로의 존재에 대해 잘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말하자면 남사친과 여사친이라는 것은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다면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바꿔 말하면 여사친과 남사친은 부모님끼리 잘 알고, 서로의 가정환경도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렇다면 왜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이성(사람)친구를 만들어주려고 했을까요?

여기부터는 제 사견이 많이 들어갔지만 제 추측으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행해진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자식을 3-4명씩 낳던 시대에는 자식 모두에게 이성친구를 만들어주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잘 먹이고 잘 키우기에도 에너지가 벅찹니다. 하지만 1-2명을 키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자녀가 좋은 학교를 들어가도록 하는데 1차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대학교만 들어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들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소중하게 키운 내 자식을 이상한(?) 배우자와 만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부모님이라면 가질 인지상정. 그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내가 아는 집안과 사돈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사친, 여사친이 시작된 것이죠.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시킨 교육을 똑같이 받고 자라났고 부모님들의 인품도 괜찮다면 본인 입장에서는 자녀 결혼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상쇄되는 것이니 매력적일 수밖에요. 다만 자녀들이 서로 좋아하게 될지 아닐지가 유일한 리스크인데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그렇게 보험(?) 같은 서로의 남사친, 여사친이 있는 아이들은 커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 불같은 사랑도 해보고 여러 연애를 하지만 (인식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의 애인을 무의식 중에 이성친구와 비교하는 건 거의 필수불가결하다고 봅니다) 의외로 조건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부모님 역시 자녀의 애인이 (어렸을 때부터 봐온 자녀의 이성친구보다 못하다고 생각이 들면) 부지불식간에 반대하시게 되죠. 남자에게 여사친과 애인의 관계란 고부갈등의 시초라 할 만큼 피곤하고, 여자들은 남자친구가 남사친에 대해 신경 쓰면 의처증의 발현이라 여깁니다. 이러한 갈등을 몇 번 겪고 나이가 들면 남자든 여자든 세상에 별다른 사람 없다는 생각과 함께 예전부터 있어왔던 편안한 관계에 정착하고 싶어 집니다. 은근히 자녀들의 연애를 바라고 있던 부모님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시며 그들은 그렇게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거죠. 


따라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여사친(혹은 남사친)이 있는 사람과의 결혼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동기모임이 있고 대학생 때 만났거나 하면 모를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1:1 관계라면 그냥 놔주세요. 그들은 마치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과 결혼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여사친이나 남사친이 싸움거리를 제공할 것이며 여러분과 이혼 후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우자와 배우자만큼 가까운 이성친구는 절대 공존하기 힘듭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멀리하세요. 성공적인 결혼생활이란 배우자가 곧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일이니까요. (진짜 사이가 좋은 커플들은 서로의 동성친구보다 훨씬 더 가깝습니다. 모든걸 공유해도 질리지 않고 지치지도 않죠. 물론 권태기가 올 수 있겠지만 비교적 지혜롭게 잘 넘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여자 판별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