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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지만 3.

(feat. 6-8)

by 시휴

총 10부작 중에 이제 8부능선을 넘었다. 웹툰도 40회까지 무료 회차가 다 끝나 웹툰의 결말도 전부 밝혀진 상황이다. 6-8회를 간단하게 브리핑하자면 자신을 좋아하면서도 둘의 관계가 정확히 무슨 관계인지 정의내려 주지않는 박재언에게 서운해하는 나비와 (왜 그걸 꼭 남자가 결정해야 할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드라마에서는 그것이 여주인공의 성격인 것으로 그려진다) 자신의 원칙(?)을 깨고 연애라는 걸 할까 말까 고민 중인 재언, 그리고 첫사랑인 나비에게 직진하는 도혁이의 삼각관계가 큰 틀이다. 그리고 현실의 연애가 늘 그러하듯 이 드라마에는 사이다가 없어서 시청자들을 지치게 한다. 9회에서야 남자 주인공이 드디어 "사귀자"라고 말하는 아이러니라니...(예고편에 나옵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눈치게임과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가슴앓이를 하는 것도 어찌보면 20대라서 가능하다. 연애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30대가 된 남녀들은 밀당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20대의 연애에 익숙한 이들은 갑자기 30대나 혹은 40대에 맞이하는 연애에서 이 드라마처럼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육체관계에 진입하는 관계에 기겁을 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부모의 영향으로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심지어 두려워한다. 그는 모든 것을 서로 낱낱이 보여주는 순간 그 관계는 끝장이 난다고 생각하는 인물인데, 나비에게 호감을 느끼고 끌리면서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주인공인 나비는 나쁜 남자에 대한 선입견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이며 주변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지도 못하는 약간은 우유부단한 성향으로 나온다. 20대는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좌충우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는 두 남녀가 어느 한쪽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는 게 약간 아쉽기도, 또 한편으론 슬프기도 하다. (나비는 극 중 첫사랑에게 먼저 대시해서 사귄 경험이 있는데 그 사랑이 '바람'으로 끝나면서 상처를 받은 것 같기도 함) 먼저 사랑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지만 또 그렇게 사랑해 보고 상처도 받아본 사람이 성숙해지는 법이기에. 그런 면에서 본다면 도혁이가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연애는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도혁이는 모쏠답게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데.... 이건 경험치의 부족일 뿐 도혁이는 나비랑 연애를 하든 안하든 나중에 좋은 연애를 할 기질을 갖추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측면에서 보자면 6-8회에서 한소희는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채종협(도혁이役)의 연기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뽑을 만했던 "나비에게 실망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어색하게 끝나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웃는 얼굴만큼은 발군이지만 그 외의 연기는 목석에 가까워서 나비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음. 송강은 6-8회에서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라 특별히 연기에 지적을 할 만한 부분은 크게 없었고 빛나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김민귀는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생활 폭로가 있었지만 드라마가 화제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올림픽이라서 그랬는지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묻혔고 <알고있지만> 드라마에서도 큰 편집 없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다. 빛나가 '여자 박재언' 같은 존재로 나오며, 김민귀(남규현役)가 박재언에게 나비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역할로 활약 중이다. 빛나는 sex를 좋아하는 존재로 나오는데 그녀는 '사귄다=너랑만 섹스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로, 솔직히 빛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과격한 가치관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 친구도 '데이트=only sex'라는 빛나의 사고방식에 힘들어한다. 동성커플인 윤솔과 지완은 MT에서 서로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마음을 확인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가득이다. 일단 드라마에서 그들의 스킨십을 어느 정도까지 그려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나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더라.


내 윗세대는 '연애=결혼'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였다. 그들은 섹스를 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여겼다. 나 때만 해도 혼전순결이 거의 사회적 이슈였다. 혼전순결을 원하는 여자와 어떻게든 섹스를 하고 싶은 남자 간의 연애 불협화음은 커플간의 갈등 요소 1순위였으며 판에 올라오는 고민글의 절반은 혼전순결 이슈에 관한 적도 있었다. 아마 지금 젊은이들은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혼전순결로 결혼이 파투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당대에 광범위하게 쓰이던 숫처녀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에도 숫총각이라는 단어는 존재했음) 작가가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이었을까? 작가가 이야기하는 연애관은 어찌 보면 심플하다. 서로 속박하는 관계가 작가가 말하는 일종의 연애관이다. 8회에서 보면 자유분방한 빛나조차 자신이 생각하는 연애란 '남자 친구와만 섹스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물론 극 중 그녀의 남자 친구는 그조차도 만족하지 못해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극 중에서 남주인공인 박재언은 자신하고만 섹파를 하느냐고 물어보는 나비에게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 몇몇의 다른 여자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는 외려 자신의 몸보다는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나비하고만 연애감정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 로맨스와는 이미 십몇년의 간극이 있는 나로서는 요즘 연애관은 이런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연애관에 요즘 세대들이 환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보다 몸의 교류를 중시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요즘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sex가 감정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오랫동안 우리는 '몸이 가면 마음도 간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 산 것은 아니었을지....

외국에서는 섹스를 하지 않고 사귀기부터 하는 우리 문화에 놀라워하지만 (물론 한국인은 사귀지도 않는데 섹스부터 한다는 외국인의 반응에 여전히 놀라기도 함) 또 강간범과 결혼을 시킨다는 인도의 문화에 대해선 경악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강간범과 딸을 혼인시키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과 우리나라만 해도 몇십 년 전에 암묵적으로 그런 문화가 존재했다. 순결을 잃으면 인생이 무너진 것처럼 느끼고, 그 사람과 억지춘향식으로 결혼을 해야 했기에 남자들 사이에서는 갖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강간을 해서라도 취하겠다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갈등이 많은 국가지만 (지겹도록 이어져온 지역갈등이 끝날 조짐이 보이니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서 싸우고, 청년과 노년으로 나뉘어 싸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음도 부인할 수 없다.


드라마의 결말은 과연 웹툰대로 갈까? 아니면 독자적인 결말을 맺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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