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알고있지만>이 10회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무리됐다. 기존의 웹툰과는 다른 결말을 선택했는데... 해피엔딩을 강하게 원했던 시청자들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었고, 또한 남주를 웹툰처럼 '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기 힘들었던 점도 이해한다. 언론에서는 <알고있지만>을 한소희와 송강의 실패작 드라마처럼 글을 썼던데 시청률은 낮았어도 화제성은 높았고 또 넷플릭스에서 순위도 괜찮았다는 점에서 나는 그 기사에 동의하긴 힘들 것 같다. 보는 시청자들은 답답했을지 모르지만 <알고있지만>이 20대 초반의 이 귀여운 커플의 성장통 이야기였음은 분명하고, 한 가지 아쉬운 건 해피엔딩으로 노선을 우회하자 급발진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스토리만 보자면 10회보다는 9회가 역대급이었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그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상대방만을 의식하던 두 남녀 주인공을 빼고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오픈하며 드라마의 네 커플 중 세 커플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엄밀히 말하면 조교 커플은 10회에서 해피엔딩) 서브남인 도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세 사람의 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데, 나비와 재언이가 나비의 집으로 같이 들어가는 걸 봤지만 도혁은 나비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그 흔한 샤워신, 분노씬 등도 없다. 물론 그 다음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지긴 함. 현실적이라 매우 맘에 듬) 꾹꾹 자신의 마음을 눌러 담는 것 같았던 도혁은 나비를 떠보는 대신 자신이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노라고 나비에게 털어놓고 그 솔직함에 나비와 재언이는 다투게 된다. 재언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 도혁이 신경 쓰이고 자신의 손에 들어왔던 나비가 날아갈까 노심초사하지만 뒤늦게 전하는 자신의 진심에도 이미 상처받은 나비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고, 연적이 너무 강하다고 느끼자 재언은 초조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게된다. (나비에게 사귀자고 말하지만 어딘가 진심이 아닌듯한 느낌에 나비는 고민함) 한편 박재언 옆에서 재언이를 흉내내며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던 설아(재언의 전 여자친구)는 그 모든 게 의미 없음을 깨닫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며 재언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감정을 감추는데 한계에 부딪힌 재언과 나비는 빗속에서 설전을 벌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데, 천정에서 실링팬이 떨어지는 사고로 그동안의 작업물이 전부 파괴되자 나비는 망연자실하고.... 전시회를 포기할까 고민하는 나비에게 재언이 다시 다가와 작업을 다시 시작하자며 힘을 주게된다. (헬퍼이기도 했지만 상처받은 상태에서 나비에게 손을 내미는 이 순간은 정말 찐사랑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됨) 재언의 도움으로 다시 작업을 시작한 나비는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완성하고 전시회에 참가를 하게된다. 재언은 약속대로 나비에게 도움을 준 이후 작업대를 정리하고 (집도 정리하고)잠수를 타고... 막상 박재언이 안보이자 나비는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다. 늘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던 재언이 그런 관계로는 나비 옆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갑자기 자각(혹은 각성)한 모습을 보이는데... 물론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흐름상 너무 남주가 급변한 것 같은 모습이어서 공감보다는 어색함이 앞섰다. 나비는 웹툰보다 드라마에서 확실히 답답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맞고, 9회에서 재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쏟아내며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기 시작하자 그녀 역시 그동안의 답답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랑을 통해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그리려던 것은 아닐까?
연기면에서 9,10회는 무난했다고 보인다. 가장 관심도가 높았던 솔과 지안의 관계가 강도 높은 스킨십 하나 없이 허무하게 정리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웠고 (동성애에 대한 주변 반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내가 꼰대인가 이런 생각이 듬. 심지어 극 중에서 나비는 둘의 관계를 알고도 일말의 미동도 없음), 빛나와 규현은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가다가 '오 마이 선샤인'이라고 자신을 저장해놓은 규현의 핸드폰을 보고 빛나가 계속 사귀자고 말하면서 화해를 한다. 그녀는 화해 후 노트북 비번을 '우주 최강 핫가이 남규현'으로 저장하면서 남친과 끝까지 투닥거리면서도 예쁘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꾸준히 서사를 쌓아 올린 조교 커플은 앞으로도 동거생활을 이어나가자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살짝 고백함. 메인커플의 농도짙은 스킨십에 비하면 다른 세 커플들은 사소한 키스씬 하나 찾아보기 힘들어서 제작진분들이 일부러 그런건지 살짝 의구심이 드는건 사실.
나쁜 남자에서 첫사랑과 성장통을 앓는 남자로 노선을 급선회하게 된 재언은 마지막화에서 참회의 눈물(?)을 보이며 자신이 둘의 관계를 망쳤다는 자책감에 휩싸이고 (드라마에서 극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을 것 같았던 상대방이 차갑게 돌변한 순간 패닉에 빠져 어떻게든 그 관계를 돌려보려고 애쓰는 일이 흔하긴 하죠) 그동안 재언에게 휘둘리던 나비는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신의 눈치만 보는 재언에게 사귀자고 말한다. 또다시 상처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 리스크가 무서워서 피하기보다는 재언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기를 낸 것. 웹툰에서는 박재언이 나비와의 관계를 끝내고 또 다른 여성에게 "나비 보러 갈래요?"라는 말을 건네며 끝나지만 드라마에서는 재언이가 나비를 모두 날려 보내고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말로 드라마가 끝납니다.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는 도혁으로 도혁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도 재언의 뒷모습을 얼핏 보자마자 뛰쳐나가는 모습에 나비는 도혁에게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그려져요. 늘 누가먼저 고백했냐, 누가 더 좋아하냐가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윤솔은 "자신이 더 많이 좋아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자신이 좋아하는지 확신도 없는 사람이랑 왜 시간낭비를 하냐"같은 명대사를 남긴다. (인간적으로 윤솔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임)
설왕설래가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알고 있지만> 웹툰과 드라마를 보는 동안 행복했네요. 모든 배우분들도 수고하셨고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다른 드라마에서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리뷰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