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냥꽁냥 대잔치 11-12회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10회까지 서사를 쌓은 식혜커플의 달달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던 사람들의 반응이 12회이후엔 좀 시들했는데(저 포함) 아무래도 예고편에서 너무 사람들의 기대치를 올려놨기 때문으로 보이네요(솔직히 이 정도면 역대급 낚시). 30대커플의 데이트치고는 지나치게 순수하게(?)흐르는 모습도 한 몫했죠. 하지만 나이만 먹었지 별로 연애경험이 많지않은 둘의 데이트라 그런지 현실적인 장면들도 많았어요. 저 역시 10회 고백씬이후 갯차보고 싶어서 1주일을 어떻게 기다렸는지 모를정도로 목이 빠져라 기다린 탓에(아침 저녁으로 하이라이트, 메이킹, 선공개까지 계속 돌려봄) 막상 11-12회를 보고서는 좀 기운이 빠졌었네요.
11회.
홍반장이 자신의 마음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된 혜진은 마음이 터질것같아 집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홍반장은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자신도 혜진을 "좋.아.한.다"고 남자답게 고백한다. 그 둘은 그럼 오늘부터 1일인거냐며 설레어하지만 혜진은 순간 자신이 성현의 고백에 답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현에게 거절을 할테니 홍반장에게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불안한 마음을 가득안고 (성적표를 받아들기 직전같다고 함) 혜진의 대답을 듣기위해 서울에서 공진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성현. 그러나 예상대로 혜진은 솔직하고 싶다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성현은 그게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홍반장과 성현은 이후 감리할머니 댁에서 탁자를 수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마음의 짐을 덜게된 혜진과 홍반장은 본격적인 꽁냥꽁냥을 시작한다. 좁디좁은 공진에서 비밀연애가 가능할리 없는데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게 싫었던 혜진은 홍반장에게 비밀연애를 하자고 제안하고, 홍반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혜진의 의견에 따라주기로 한다. 혜진은 둘의 연애가 들킬 위기에 처하자 커피숍에서 자신도 모르게 홍반장의 뺨을 때리고, 남숙앞에서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보라수퍼에서는 머리로 들이받아 홍반장이 코피를 흘리게 하는 등 각종 엽기행동을 계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반장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 받아준다. 혜진은 미안한 마음에 퇴근길에 홍반장 집에 들어가 있다가 할머니3인방에게 다시한번 들킬 위기에 처하고 옷장에 숨었다가 그만 다리에 쥐가 나게된다. 홍반장은 밤에 혜진을 바래다주러 같이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을사람들 눈에 또 띄어 결국 강제로 헤어짐을 당하고 (화정이 둘을 가해자와 피해자처럼 완전 분리시키는 게 웃겼음) 한 동네에 살면서도 얼굴한번 보기가 힘들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홍반장이 핸드폰도 잃어버려 연락두절이 되자 견우와 직녀처럼 애달퍼진 그들은 공진사람들이 전부 참석하는 반상회때 몰래 만나기로 하고 마침내 상봉하는데.... 사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그들의 연애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홍반장과 혜진을 떨어뜨려 그들이 직접 연애사실을 실토하게 만드는 것이 화정의 작전이었다. 결국 비밀연애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혜진이 먼저 마을사람들에게 둘이 연애한다는 걸 털어놓고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11회가 끝난다. 한편 성현은 왕작가덕에 프로그램 편집이 문제없이 진행되지만 두번째 첫사랑을 징하게 앓으며 급체하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왕작가를 신경쓰이게 하고, 결국 7년동안 옆에 있었던 그녀를 다른 프로그램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12회.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혜진은 두식과 그 모든것을 함께하는데 온 정신이 다 가있고 (솔직히 여자입장에서도 약간 피곤하긴 함. 지나치게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음) 모쏠도 아닌데다 이미 30대중반인 두식은 피곤해하면서도 혜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출보기, 커플요가, 서로 양치질 시켜주기, 미술관 관람, 교복셀카에 백화점쇼핑까지.... 울 남편도 백화점이라면 질색팔색하는 스타일이라 홍반장을 백화점 쇼핑에 끌고다니는 모습을 보고서는 나도 남편과의 연애초반이 기억나 찐웃음이 났다. 겨우 한가지 미션을 최선을 다해 클리어하자 "이제 뭐할까?"라고 묻는 여자친구라니.... 늘 이번 주말에 뭐할까? 하면 대부분의 남편 혹은 남친은 "집에서 좀 쉬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들은 피곤해 죽을 것 같아도 쇼핑할때는 생각지도 않는 힘이 어디선가 솟아나는 법! 서울가는 길에 그들은 미술관에 들르고 백화점에서는 홍반장에게 수트를 10번이나 갈아입게 한다. (망사수트는 BTS의 뷔가 입고나온 옷인데 또 봐서 반가움) 저녁을 먹기위해 이동중이던 그들은 혜진이 너무 사고싶었던 목걸이를 사기위해 잠시 매장에 들르는데.... 5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홍반장. (아이템이 목걸이로 바뀌었을 뿐 500만원은 여자들에게는 '가방'으로 표현되는 평균가격이다) 혜진은 홍반장이 선배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채 자신이 사치녀처럼 보였을까봐 전전긍긍하고 홍반장은 혜진이 성현을 걱정하자 질투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푹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들의 질투는 대개 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남자들의 질투는 주로 행동으로 표현되기 마련인데 혜진의 질투가 미술관에서 말꼬리잡기로, 홍반장의 질투는 닭다리 뺏어먹기로 표현된 점이 현실적이었음)
한편 답답하리만치 눈치가 없는 은철은 통닭주인의 도움으로 겨우 고백에 성공하고, 미선과 은철은 사귀기로 한다. (미선이 더블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하자 은근 싫어하는 혜진의 모습이 또 웃음포인트!) 영국은 자신에게 늘 독한말만 퍼붓는 화정이 왜 뒤로는 자신을 챙겨주는지 의아해하다가 춘재(커피숍 사장)와 술한잔하면서 3년전 술자리를 기억해낸다. 춘재가 여전히 10년전 세상을 떠난 와이프 소연을 잊지못하자 무슨 결혼이 그렇게 대수냐며 자신은 첫사랑도 떠나고 나이도 들고, 때마침 엄마도 돌아가셔서 신경이 쓰인 화정과 결혼을 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렇다할 특별할 것도 없는 지루한 결혼생활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리고 때마침 비가오자 영국을 데리러 왔던 화정이 그 이야기를 듣고만 것. 그녀는 영국이 별 뜻없이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아침에 북엇국도 끓임) 영국이 벗어놓은 뒤집혀진 양말을 보는순간 참을 수 없이 슬픔과 분노가 튀어나오며 이혼하게 된 것. 나 역시 왜 그렇게 화정이 영국에게 가시돋힌 말을 내뱉나 싶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는 영국이 가질수도 버릴수도 없는 사랑이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만약 영국이 자신의 말실수를 진심으로 사죄하면 최소한 화정의 상처가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그렇다고 딱히 그들의 재결합을 바라는 것은 아님. 어쨌든 12회에 공진의 미스터리 중 한개는 해소됨) 그들의 자녀인 준이가 강원도 수학경시에서 은상을 탐으로써 고슴도치는 혜진의 집에서 화정의 집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이는 더이상 혜진이 고슴도치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인 듯 하다.
12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홍반장은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로맨틱한 이벤트를 만드는데 가슴벅찬 키스씬이라기 보다는 슬픈 키스씬이다. 특히 마냥 행복에 겨워있는 혜진과 슬픈눈을 한 홍반장의 모습이 대비되며 앞으로의 갈등(?)이 살짝 엿보이는데.... "네가 행복해도 된다고 생각해?"라고 묻는 12회 1인2역 장면은 정말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온도차가 있을정도로 너무 달라서 김선호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을 느끼게 했고, 화정의 "양말 뒤집어 놓지마. 그러지마" 장면도 울컥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보면 별다른 갈등이 없는 드라마로 이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전적으로 배우들의 힘인 것 같다. (현실적이지만 위트있는 대사+섬세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