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vs 비학군지

by 시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많은 분들이 이사를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니까 학군지로의 이사를 꿈꾸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주변에서 분위기라도 타길 바라는 마음에 이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집값이 너무 오르기도 했고 또 코로나라는 변수도 있어서 학군이동이 좀 잦아든 감이 있었지만 곧 11월말부터는 전국의 모든 학생이 등교를 하게될 것이고 내년에는 모든 학교가 정상화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때, 과연 학군지로 이사를 해야할까요? 아니면 말아야 할까요? 저 역시 비학군지에서 학군지로 이사를 한 경험이 있고 또 막상 와보니 좋은점들과 아쉬운 점들이 양날의 검처럼 있어서 이 주제로 한번 글을 써볼까 합니다.


1. 학군지는 '중학교'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학군이라는 것은 '고등학교'를 의미했죠. 그래서 그 유명한 강남8학군도 나오고 중학교에 이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학군의 개념이 중학교를 의미하기에 초등학생때 이사하는것이 유의미해진 겁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학군지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중학교를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진 초등학교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뉠 뿐 학군지에 위치한 초등학교라고 해서 비학군지보다 특별히 잘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 좋은 중학교가 있는지 살펴보시고 (전국200위권 정도의 성적을 내는 중학교를 일반적으로 좋은 중학교라고 지칭함) 그렇지 않을경우 학군지로의 이사를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때는 부모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사춘기이후 중학교때는 친구들 영향이 거의 절대적이라 학교 및 주변환경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2. 학군지로의 이사시 주거안정이 첫번째이다.

학군지로 이사를 결정할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의 성적이 아니라 주거 안정성입니다. 자가라면 제일 좋고 그게 안되면 전세도 괜찮지만 월세(반월세 포함)로 오는것은 비추입니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학군지가 비학군지보다 집값도 비싸고 생활비도 비싸며 모든것이 비쌉니다. 신도시에서 쾌적함을 누리다가 학군지의 낡은집(학군지는 최소한 20년은 지나야 학군으로 인정을 받기때문에 집들이 대략 20-30년쯤 된 집들이 대부분이예요)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기존집보다 더 좁고 낡은집을 비싼돈을 주고 들어가야 되면 보통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그 화살이 다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은 자녀에게 가게 되죠. 아이교육을 위해 내가 이만큼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녀가 열심히 안 하거나 (그럴 확률이 매우 높음)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오면 부모 입에서 좋은소리가 나오기 힘들고 자녀들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모든 기회비용을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되냐고요? 학군지로의 이동은 한번 가면 최소 10년입니다. 아무리 심사숙고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습니다)

3. 학군지의 공교육 및 사교육

학군지의 공교육이 비학군지에 비해 크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아이들이 책읽는 수준이 높아 (특히 영어책) 교우관계를 통해 자극받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고 전반적으로 가정교육을 잘받아 예의바른 아이들의 숫자가 많은건 확실합니다. 부모님들 학력이 고학력자 및 전문직이 많아서 같은 고학력자/전문직일 경우 좋을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 나쁠수도 있습니다. 비학군지보다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더 높은듯하고 (제가 사는 지역만 그럴수도 있음) 아이들도 학원에 많이 다닙니다. 다만 비학군지에서는 서로 사교육정보를 물어보는것에 비교적 덜 예민하지만 학군지에서는 사교육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합니다. (말해주지 않는데 물어보는 것을 상당히 실례되는 행동으로 생각하는 경우 많음) 비학군지에 비해 국/영/수의 경우 학원시간도 1-2시간 더 긴 경우가 많고 시간이 길다보니 금액도 비쌉니다. 학군지에서는 주말에도 학원에 다니는 초등생의 경우가 흔한 편이며 최상위 학원의 경우 레벨 테스트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레벨이 아니라 입학테스트라고 보면 됨) 공부를 잘해서 이사를 하시려는 경우라면 원하는 학군지로의 이사를 감행하기 전에 이사를 가고싶은 지역의 최상위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아보세요. 이사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교우관계

사실 이 문제가 가장 신경이 쓰이실텐데요. 솔직히 5학년이나 6학년에 이사오면 아이가 새로 친구사귀고 이사온 지역에 적응하는데 거의 1년정도 소요됩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죠. 어른이랑 비슷하게 걸리는 것 같아요. 예민한 아이의 경우라면 더 오래도 가능) 학군지로의 이사는 3-4학년이 제일 좋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직은 선행을 나가는 아이도 많지않고 예체능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많아서 친구 사귀기가 용이합니다. 학군지로 이사오시면 피아노나 태권도를 하나 시키세요. 공부때문에 이사오시는 것이니 예체능 학원 생각은 안 하시겠지만 아이도 새로운 주거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서 운동 등으로 해소해주면 좋고 또 매일 예체능 학원을 다니다보면 친구도 금방 사귀게 되어 대부분의 아이가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아이 성향에 따라서 예전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이사가자고 노래를 부를수도 있습니다. (지극히 정상입니다!) 아이에게 절대 윽박지르거나 이사 못 간다고 단언하지 마시고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주세요. 대신 예전 친구들을 불러 파자마 파티를 열어준다던가 가끔 살던 동네로 놀러간다던가 하는 노력을 하다보면 아이들도 점차 현재 생활에 적응해가며 차차 예전 친구들을 잊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에 마음을 열어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5. 뱀머리 vs 용꼬리

괜히 이사해서 잘하는 아이 기만 죽이게 될까봐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럴수도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용꼬리파인데요. 꼬리에 있어도 용은 용이고, 제아무리 머리라 하더라도 뱀은 뱀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아이입에서 '나만 공부한다. 다른 애들은 다 노는데'란 말이 나오면 이사하셔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가 공부를 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돈으로 무장하여도 아이가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인거 아시죠? 반대의 경우(드물긴 하지만)는 다 좋은 대학을 가더군요. 저는 아이가 머리가 특출나게 좋지는 않았지만 학군지에 집이 있었고 또 현 상태와 상관없이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아이의 의지가 강해 이사를 감행했습니다. 예민한 아이었기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고 또 현재 실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보니 각종 학원에서 환영받는 아이가 아니라는 아픔이 있긴했죠. 하지만 가정학습만 시키더라도 학군지라는 지역적 환경에서 얻는 메리트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신 서로 선넘는거 싫어하고 비학군지에 비해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동네엄마들과 같이 수다떠는거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외로운 섬같은 존재가 되기도 쉬워요. (개인적인 성향 강하고 마이웨이 스타일이신 분들은 이사강추!)

6. 생활비는 얼마나 더 들까요?

물어보기 어렵지만 궁금한 질문이죠. 제 경우는 비학군지와 동일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100만원정도 더 들어갑니다. 따라서 비학군지에서도 빠듯한 생활이었다면 학군지로의 이동은 고심하셔야 합니다. 방학이면 외국에서 들어온 학생들 때문에 길거리에서 영어하는 아이들을 쉽사리 만나볼 수 있고 그런 광경 역시 아이에게 여러 방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좋을수도 있고 나쁘게 작용할수도 있음) 코로나라 좀 주춤했지만 사교육이든 여행이든 (돈 걱정없이) 쉽게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은 절대 무시하시면 안돼요.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도 질좋은 동화책이나 수준높은 영어책을 마음껏 구할 수 있는 환경,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해도 절대 쿠사리(?)를 먹지않는 주변 분위기, 딱히 편먹고 서로를 괴롭히거나 왕따시키는 문화는 그닥 없는것 등(왜인지는 모르지만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음.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약간 그런편이예요!)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하고싶은 어린이에게는 학군지가 득이되면 득이되지 독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교에 민감하고 학원시스템을 중시하는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학군지가 독이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슬기로운 취사선택이 필요합니다.

7. 진정한 승부는 고등학교때!

학군지에 들어와서 갑자기 넘사벽 아이들을 많이 보게되고 지레 겁에 질려서 아이를 예체능쪽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요즘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운동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고 다 잘합니다. 초등학교 성적이 절대 중학교, 고등학교때까지 가지않고 콘크리트같아도 뒤바뀌는 경우 많아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관리(시간관리, 체력관리, 정리정돈 등)와 화목한 가정환경이 필수조건입니다. 초등학교때는 영어와 수학선행보다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어린이로 만드는데 사력을 다하십시오. 자기관리가 안되는 어린이는 아무리 공부를 한다해도 모래성과 같아서 나중에는 파도 한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으니 명심! 또 명심하세요. 반대로 지금은 바닥을 구르는 어린이라도 자기관리만 철저히 되어 있다면 눈덩이를 굴리는 학습능력을 보시게 될 겁니다. 학군지의 장점으로 주로 회자되는 "학원이 다양하게 많아서 아이의 상태에 상관없이 보낼 학원은 늘 존재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아무리 학원이 많아도 부모들이 주로 보내는 (혹은 보내고 싶어하는) 학원은 몇 개 안되며 남들 안가는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는 드뭅니다. 지피지기가 되는 장수가 전쟁에서 실패할리 없듯 지피지기가 되는 학생과 부모가 대입에서 실패할 리가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본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학군지든 비학군지든 어디에서건 최상의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테니 좋은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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