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일주일간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었던, 모든 것들이 손 닿는 곳에 있어 움직이지 않아도 잡을 수 있는 아주 작고 아담한 숙소. 문밖을 나오면 드넓은 바다 정원에 조경으로 꾸며진 크고 작은 섬들이 파도와 몸 뒤집기 놀이를 하고, 정원의 끝에 맞닿은 하늘은 날마다 다른 표정으로 다가왔던 추자도에서의 시간과 작별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일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의 이유』 p179~180
이 섬에서의 일주일. 나는 얼마나 내가 누군지 잠시 잊고 지냈을까. 사람마다 여행의 이유는 다르기 때문에 꼭 이것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 부여는 한 것 같습니다.
섬에 입도했던 첫날의 기분으로 승선을 기다리는 여객터미널 옆 수협 위판장. 바다를 떠나온 금빛 조기 누군가의 식탁으로 가기 위해 선별작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집으로 가지 위해 배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를 잠시 잊고 해안선 따라 걸었던 요일
파도가 수없이 제 몸 뒤척이고 말을 지우던 시간을 바라보았던 요일
외눈의 거인 등대가 발목 시려운지 모르고 깜박거리며 밤을 안내하던 요일
눈동자 하나 없는 도로에 흐린 것들로 뒤덮였던 요일
가볍게 걷기만 해도 그림자는 자신을 벗어나려고 삐끗거린 요일
추자도의 모든 요일들에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