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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Dec 09. 2022

첫 발자국 깊다

-독도

        

설렘은 설렘으로 원을 만들었다 사선을 긋고, 직선으로 이어지다 다시 원을 만들어내는 그런 날의 오후 2시. 햇빛에 대기와 파도가 모두 고즈넉해서 우리는 바다 위 공기로 떠도는 듯하다.   

    

독도.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충만되고 가슴 벅찬 그리웠던 섬. 하늘과 바다가 길을 열어 주어야만이 볼 수 있다는 섬. 고문헌 속 우산도(512), 삼봉도(1471), 가지도(1794), 석도(1900), 독도(1906) 등 다양한 명칭으로의 그 섬에서 첫발. 누가 독도를 사랑하고 사랑하게끔 만들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대답은 하나다.    

    

우르르 배에서 쏟아지는 발자국들 속 첫발, 함께한 친구들의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가장 먼저 내 디딛고 싶었던 독도의 첫발은 마법에 걸린 바람 같다. 그 접촉의 경계에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는 듯 보름달 같은 마음으로 독도는 그렇게 왔다.      


모르는 사람들이 마치 잘 아는 사람인 양 다정하게 뒤를 따르고, 같은 방향으로 걷고, 같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미리 준비해 온 태극기 하나가 되어 섬을 흔들고 있다.      


 “1900년 대한제국은 「칙령 41호」를 공포하여 독도가 울릉도에 속한 대한 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침략한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주인 없는 땅이라고 주장하며 일본 영토로 편입해 버림으로써, 독도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희생된 첫 번째 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으로 일본은 ‘침략으로 빼앗은 모든 영토로부터 축출되어야 한다.’는 연합국의 전후 처리 방침에 따라 독도는 한반도와 함께 우리의 영토로 돌아왔습니다. 1948년 독립국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우리나라는 독도에 대한 확고한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독립기념관 독도학교 안내책자 참고    

 

푸르다 못해 검푸른 물속 깊고 깊은 물의 태동 듣는다. 물속에 잠겨 수만 번 제 숨을 조였다가 풀고 다시 조였다 풀고 있는 물속과 물 밖 촛대바위, 삼 형제 굴 바위, 숫돌 바위, 코끼리 바위는 바닷물의 틈을 찾아 결대로 몸을 틀며 숨을 쉬고 있겠지만 서도와 동도를 감싼 바다는 잔물결조차 없다.   

   


바라만 봐도 손바닥 가득 차오르는 푸르름 잡아본다. 그러나 잡히지 않는 물의 모양 탕건봉에 올려놓고 ‘동도 영토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 순서는 이 섬에 오는 것만큼의 기다림이다. 선착장에서의 짧은 입도가 주는 압박감과 아쉬움이 흐르는 잠깐의 숨 쉼, 독도의 만남은 짧다.         


여행자들 모두 각양각색의 빛깔로 나눈 독도와 대화를 접으며 떠나야 하는 시간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 울린다. 언제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독도의 품안은 모두의 설렘이자 환희였을 것이다.    

   

자꾸 재촉하는 뱃고동 소리에 독도 수비대원과 기념사진 한 장 남기며 승선하는 나는 이 배에서 처음과 끝을 찍은 승객이 된다.    

  

깊은 발자국 남기고 떠나는 독도는 여름을 키우고 또 다른 변화의 계절로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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