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2박 3일
‘의도된 낡음이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낡음으로 더 가치를 부여한다’는 장정은 작가의 말대로 김녕의 골목길은 의도된 낡음이지만 그 낡음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금속과 골목이 길을 이끌고 가는 이곳엔
낡은 집들과 담장에 걸터앉은 해풍뿐이다
바람의 골목을 호명하기 위해서는 직선과 곡선을 가로질러
바다 어멍의 청춘이 지나온 물질의 역사와
도로 명에 지워진 돌담의 내력도 알아야 한다
돌담을 타고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담벼락을 달리는 ‘Wonder HaeNyeo’가 바다로 가고
김녕의 어머니가 박혀있는 허름한 귀퉁이를 돌아
꽃이 핀 길 따라 두럭산을 만질 수 있게 되지만
금속공예가 만들어 낸 골목 화랑엔
미술과 미술이 길을 이끈 작가의 이름만 찍혀있는 게 아니다
인사동 화랑에서 본 듯한 액자 속 물고기 떼가
빛바랜 지붕을 넘을 때도 있고
밀물 때 조간대에선 물길을 내어 달라는 함성이
파도를 타고 오를 때도 있고
구멍 숭숭한 돌들이 잠에서 깨어나 골목을 휘젓고 다닐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씩 돌담을 넘는 그림자가 침묵을 깰 때도 있다
어느 순간 조형물들 틈 사이 헤집고 그림자를 밀고 들어와
구석진 곳에서 담벼락과 정담을 나누는 해파리 떼
그들과 함께 하는 골목의 감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낡음과 낡음이 드나드는 길
골목을 따라 어우러지는 담장의 시간 바라보며
바다와 잘 어우러진 미술관에 마음눈 맡겨놓고
바다 어멍들이 건너온 계절을 다시 읽는 일은
한평생 건져 올린 청춘이지만
망 시리에 담은 꽃만치나 아름다운 일이기에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이다
이곳에 와
고이 잠들어 다시는 깨울 수 없는 엄마를 생각하다
담벼락에 달라붙은 내 그림자를 흔들며
골목의 비밀까지 발설하고 말았다
여행은 마약 아님 풋사랑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번 떠나면 자꾸 떠나고 싶고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는 풋사랑 같은 것. 삶이란 무엇일까 의문이 들 때, 견딜 수 없어도 견뎌내야 할 때, 훌쩍 떠나도 괜찮은 삶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