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어둠 빌려 빛 속으로 들어간다
요한의 목을 든 살로메를 기억하듯이
그의 일생을 담은 천정화 지나
<세레자 요한의 참수>를 구경한다
붉은 망토와 목에 흐르는 피로 함께한 요한
어둡고 습한 공간에 비치는 외줄기 빛에
전능한 그분을 영접하고자
카라바조의 희망이라 적고 읽는다
목 잘린 잿빛 요한의 얼굴
바구니로 들이미는 살로메의 팜 파탈
드러냄과 숨김 사이에 요한의 피로 존재시킨
수도사 미켈란젤로 F. Michelen
폭력과 고요 넘어 선
빛을 깔아 어둠 지우고 있는 화폭 뒤로
기사단 모자이크 묘비명에 부딪히는 발소리가
카라바조를 뒤따른다
빛으로 가는 길
뜨거운 눈물도 함께 찍어 보낸다
시집 『발틱에 귀 기울이다』 에서
몇 년 전 인문학 기행으로 몰타의 성 요한 대성당에서 본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고 쓴 詩다.
혹시나 몰타 성 요한 성당의 카라바조 <성 요한의 참수> 작품도 오지 않았을까 궁금하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간다.
어쩜 처음이자 마지막인 카라바조의 본명이자 피로 쓴 서명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카라바조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다. 그러나 다른 미켈란젤로가 너무 유명하여 부모님의 고향인 '카라바조'라는 이명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은 한•이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 전시회로 우비치 미술관, 우르시노 성 시립 박물관 및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 유럽전역의 개인소장품으로 구성된 카라바조의 작품을 국내 최초, 아시아 최다로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는 팸플릿 소개다.
전시장 입장과 동시 어둠의 방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비추고 있다. 찬란한 빛과 짙은 어둠이 강렬한 대비로 테네브리즘 기법의 <성 마테오의 소명>과 함께 카라바조의 빛과 어둠을 활용해 그려낸 작품들 경험해보라 한다.
카라바조는 키아로스쿠로 기법과 테네브리즘의 화가라 평하고 있다.
테네브리즘은 '어둠'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키아로스쿠로는 어두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는 햇살로 비유할 수 있다.
어둠과 빛이 교차되는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미술사와 화가들의 작품들에 문외한인 나는 미술애호가와 카라바조에 애정 깊은 관람객들 틈에서 망설임이 많아진다. 함께 입장한 10여 명의 도슨트팀들 신중하게 깊이 있는 설명을 듣는 모습과 오디오기로 번호 따라 설명을 듣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감상하여야 할지 고민이 많아지고, 작품을 보고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늘 이런 시간들은 나를 주눅 들게 하면서도 그렇게 스며들고 있는 나.
미술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과 아무나 초대받을 수 없다는 특권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분야 그냥 즐기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거리긴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을 찾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이주헌 미술 평론가는 ‘미술품의 감상법에 정해진 답은 없으며. 작가나 작품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내가 주체가 되어 경험하는 행위이자 사건이므로 나 자신을 믿고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며 작품을 선택해 바라보고, 그에 따라 느껴지는 대로 자신을 즐기면 된다.’는 말을 생각하며 카라바조 작품 앞에 섰다.
16세기 르네상스 미술과 17세기 바로크 플랑드르 미술을 각각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와 렘브란트라는 두 거장에 눌려 한국 미술계에서는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학계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를 능가하는 격정의 삶을 살았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과거 그의 그림이 이탈리아의 10만 리라 지폐 앞면에 인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는. 로마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하던 중 39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들. 카라바조가 만들어내는 영혼의 색을 따라 고요의 한발 한발. 비롯 <성 요한의 참수> 작품은 없었지만 카라바조만이 갖는 물감의 색 그 검은색에 투영된 빛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작품들 바라보는 눈빛이 깊어지겠지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보고 또 바라보고 있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