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재 •6
밤새 내린 서리가 코끝을 시리게 하는 다음날 새벽 일출 만나러 맴섬 간다. 맴섬은 땅끝 선착장 앞에 있는 두 개의 바위섬으로 일출과 일몰의 성지며 땅끝 마을의 상징적인 장소다. 일출이 뜨기를 기다리며 맴섬 앞 데크에서 서성인다. 하나둘씩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 사이 갈두마을 이장이라 자신을 소개하며 일출 감상 위치를 알려준다.
우리는 일출을 기다리며 맴섬의 풍경을 그리고 두 피디는 주변 관광객과 인터뷰 중이다. 아마 새해 이루고 싶은 것들을 묻고 있지 않을까. 수줍음 많은 꼬마 친구의 인터뷰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터뷰 장면의 피디를 내가 찍는다. 출연자들만 찍었지 정작 피디 본인들은 찍혀 본 적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내가 피디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아마도 생소하리라.
긴 기다림 끝에 솟아오르는 일출에 소망의 말 한마디씩 건넨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과 문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원, 모두가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과 작품 활동을 게으르지 말자는 염원이 꼭 이루어지길 일출 촬영 중인 드론에 담아본다.
따뜻한 지역이라 하지만 겨울 새벽은 춥다. 이른 시간 근처 편의점만이 오픈이다. 새벽 추위를 녹이는 커피 한 잔과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땅끝 탑 잔도길 걷는다. 해는 제법 많이 올라와 바다에 빛나고 우리의 말들은 데크 길로 굴러간다. 제 작년에는 산길 작년에는 공사 중이었던 잔도길이 환하고 편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혼자 일몰 감상 후 돌아오는 산길 무서워 달리던 중 분홍 스카프 하나 바람에 날린 지금은 폐쇄된 곳 아련하게 바라본다.
땅끝 탑은 북위 34도 17분 38초 한반도의 땅끝 지점에 우뚝 솟은 세모꼴의 기념탑이다. ‘땅끝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주제로 땅끝 탑 앞 전망대 바닥의 일부가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다. 높이 9m, 길이 18m 땅끝 탑 스카이워크를 걷는 게 쉽지 않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바들바들 걷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땅끝 탑 옆으로 땅끝에서 울리는 세 번의 종소리는 끝을 알리는 소리이자 새로운 시작을 여는 울림으로 첫 번째 종은 ‘지나온 시간을 내려놓는 소리’ 두 번째 종은 ‘나를 돌아보는 소리’ 세 번째 종은 ‘새로운 길을 여는 소리’로 우리는 돌아가면 종을 쳐본다. 피디는 우리를 찍고, 우리는 피디들을 찍고 누가 촬영 팀이고 누가 출연자인지 모르겠다.
“선생님들 오늘 출사 나왔어요?”
“이렇게 출연자들에게 사진 찍히는 게 처음입니다.”
따뜻한 해풍과 윤슬로 가득한 바다를 뒤로 설탕처럼 녹는 말들이 새겨진 북평면 남창 달량진 성과 해월루 벽화거리 간다.
해월루는 제주도를 왕래하는 사신들이 폭풍을 피하기 위해 머물던 곳이 남창 마을의 해월루였으며,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설진 되었던 곳이다. 달량진의 책임자 수군만호가 머물렀으며 수군의 정박 장소다. 저녁에 물이 들어차면 마치 바다에 달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해남의 명승지이다. 지금은 바닷물 빠진 갯벌에 어선 한 척 덩그렇게 ‘달도’ 섬을 바라보며 정박해 있다.
해월루 누각에서 바다를 감상하는 인하시인과 누각 안이 궁금증을 풀고 있는 피디의 모습이 더 궁금한 나는 기념사진 한 컷.
작가들은 다르다. 벽화에 새겨진 문장하나에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직업병? ‘시간의 길을 함께 걷다’ 인하시인의 한마디 ‘시간’ 안에 모든 것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길’이 들어간 단어가 거슬린다는 지적이다. 공감한다. 그러나 피디들은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말로 지나치는데, 예리하시군요.”
한마디 거든다. 한 문장에도 함축하고 어조사 하나에도 수만 번의 수정을 하는 시인에게는 군더더기다.
해월루 누각은 바다를 배경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으며 우리는 해안 산책길을 따라 달량진성 돌아 대흥사 입구 주차장 앞 연탄 불고기 백반 한상 점심이다. 무슨 말들을 하였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움직였는지 모르겠지만 카페에서의 휴식과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테라코타 미술관’ 간다.
‘점토(terra)를 구운(cotta) 것’의 뜻. 벽돌, 기와, 토관, 기물, 소상 등을 점토로 성형하여 초벌구이 한 것이라는 설명과 체험으로 액땜을 막는 북어에 각자의 취향대로 색칠하고 명주실을 감고 종을 달고 관장이 챙겨준 간식을 먹으면서 촬영을 마무리하였다.
1박 2일 동안 함께 한 피디들과의 시간들. 생생정보의 두 집 살림 해남 편에 출연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인생에 있어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다.
작별인사로 돌아가면서 출출할 때 먹을 수 있게 해남의 명물 해남 고구마 빵과 이곳에서 자주 사 먹는 우리들의 간식인 팥 도넛으로 달달함을 전한다.
방송되던 날은 백련재에서 퇴소하는 날로 기차 안에 있어 본방사수 못하고 피디가 보내준 파일로 어색하고 부끄러운 내 모습과 만났다. 10여분의 방송을 위해 많은 시간을 찍고 지우고 편집과정이 꼭 우리가 작업하는 글쓰기와 별단 다르지 않음을 실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