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오후 현혜경, 이서유 작가와 국립중앙박물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감상하러 간다.
‘미술 감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긴다.’ 고 미국 작가 ‘노아 차니’는 말한다. 그러나 그림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면서 미술관을 찾고 있는 나와 만날 때면 내가 막막하다. 30여 가지의 사조를 다 공부한다고 하여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미술사 전공자도 아닌데 깊이 알지 못한들 어떠랴. 그러다 자주 감상하다 보면 뭔가 보일까. 그러나 전시회 때마다 어떻게 볼지 몰라 헷갈린다. 보이는데로 보고 느끼는데로 느끼고 모르면 모르는데로 가야겠다.
이번 전시회는 미국 금융가 로버트 리먼이 수집한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서 20세기 초 모더니즘에 이르는 프랑스 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인상주의는 빛의 연구가 중요시 되는 회화로 물감을 두껍게 칠해 멀리서 보아야 형태가 드러나고 가까이 가면 알아보기 힘든 게 특징이라고 노아 차이는 설명한다.
‘빛’ 이번 전시품의 화가들은 빛을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조롱의 대상이었던 인상주의의 작품들이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듯이 빛의 여정 속으로 들어간다. 입장과 동시 살바도르 달리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묘사한 <레이스를 뜨는 여인>이 플로로그에 걸려있다.
‘더 인간다운 몸’ 여성모델은 18세기 후반까지 금지되었으나 인간의 몸은 전통의 틀에 갇힌 주체가 아니라 현대적 감각과 예술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으며, 20세기에 들어 누드를 그리는 아카데미 규칙에 자유로워졌다는 설명이다.
누드 드로잉 작품들을 지나고 ‘목욕하는 사람들’의 변주는 자연을 배경으로 빛과 색채로 인간의 몸을 표현하였는데 빛이 던지는 누드화 위로 다시 빛이 튄다. 튀는 빛의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떨림을 화폭에 담은 피에르 퓌비 드샤반, 고갱, 폴 세잔, 앙리 마티스, 쉬잔 발라동의 작품들이 나의 떨림으로 왔다.
빛의 밝기와 각도에 따라 인물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작품으로 에르아드 뷔야르의 ‘피아노 치는 미시아’는 피아노의 짙음과 드레스의 밝음에 비친 적막이 있고, 피에르 오귀스트의 ‘봄’은 빛이 던지는 고요가 있고,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두 소녀’는 피아노의 소란이 있는 듯 마음을 붙잡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르누아르 작품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있어 정체현상이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빛이 던지는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과 폴 세잔의 ‘나무와 집이 있는 풍경화’ 작품 속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빛의 잔상이 남아있는 것 같아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 위로가 되어준다.
즉흥적인 붓 터치 대신 원색의 점과 점으로 그림을 그려 점묘법을 탄생시킨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작품 앞에서 마음이 멈춘다. 수많은 미세한 점들이 서로의 빛을 내고 있는 경이로움은 과학에서 찾아 예술에 녹여낸 화가이며 쇠라가 남긴 점묘법은 오늘날 디지털 TV에서 사용되는 픽셀 개념으로 응용되고 있다고 하니 우리들 생활 속에 숨 쉬고 있는 조르주 쇠라인 듯.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키며 한낮의 분위기를 보여준 폴 시나크의 ‘클리시 광장’ 작품도 쇠라를 연상시킨 점묘법 작품 또한 인상적이다.
푸름이 던진 빛의 작품들 속에서 회색 도시에 비친 빛은 또 다른 깊이를 준다. 알프레드 시슬레의 ‘모레의 외젠 무수아르 거리의 겨울풍경’은 잔설이 남아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나무그늘 풍경과 대비되며 차가운 공기를 순간의 빛으로 승화시켜 따뜻함으로 승화시킨 듯 가깝게 다가온다. 카미유 파사로 ‘몽마르트르 대로 봄 아침’은 암울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나도 그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는 순간이다.
르누아르 ‘해변의 여인들’ 물의 빛은 얼마 전 제주도 여행 시 우도 서빈 백사의 그 물빛과 흡사하다는 착각과 피에르 보나르 ‘오래된 항구 생트로페의 풍경’은 심해 깊숙이 빨려드는 지중해의 빛과 다음 영상으로 이어지면서 물결치는 해변에 앉아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빛과 물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장은 깊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찰나의 인상을 포착하고 그 빛의 떨림을 화폭에 담았다’는 영상을 감상한 후 뮤지엄 샵에서 ‘피아노 치는 두 소녀’의 표지 노트는 혜경 작가의 선물이다. 마그넷 ‘봄’은 서유작가, ‘꽃 피는 과수원’은 혜경작가,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내가 구입하여 기념으로 선물한다.
다른 전시회 감상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여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품들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어 전시장에서 깊이있게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작품들을 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어 흐뭇하였으며, 늘 혼자 전시장을 찾았었는데 오늘은 두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