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비양도 천년 기념비’에서 멈춘 생각

--제주, 그리고 일주일

by 김민재

한림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닿는 섬 속의 섬 비양도에 내리면 ‘비양도 천년 기념비’와 드라마 ‘봄날’의 영상 필름 기념탑이 반긴다.

장마철의 습한 기운이 섬을 에워싸고 있다.


야생풀들이 쭈뼛 거리는 돌담길 돌다 보면 파도를 끼고 바다 식목일 생선모양의 조형물이 악수를 청한다.

바다에도 숲이 필요하고 그 숲이 있어야 바다생물이 살아갈 수 있어 해양생태 복원을 위해 매년 5월 10일은 바다 식목일로 정하고 해조류를 심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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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길 따라 수평선과 눈 맞추며 비릿한 갯내음 코끝으로 들이쉬며 걷는다.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것은 길이라고 한다.

공기와 같이 지불을 청구하지 않는 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 예찬』에서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 것은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라고 한 작가의 말을 생각해본다.

그러다 잠시 발목을 붙잡듯 쉬었다 가라고 사각정자 쉼터가 나온다.

정자에 멍하니 앉아 더위를 말리며 물 한 모금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것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

바다가 나를 보고 있다.

나무가 그대들을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바다의 눈빛과 하늘의 눈빛이 모여 해풍은 나무의 손을 만들고 있다.

그 곁 가지치기하는 내 눈빛과 그대들의 눈빛과 우리들의 눈빛이 바다에 떠 있다.


비양봉을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더우니까 여기는 패스.

그렇게 초록 오름과 파랑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동글동글 붉은 화산탄 모양의 돌들이 바람과 파도와 놀고 있는 s라인 길을 돌아가니 코키리 바위가 코로 바닷물을 마시고 있다.

코키리 바위도 덥긴 덥나 보다 이 넓은 바닷물 다 들어마실 것 같은 모습이다.

특이한 모양의 형상들 그중 화산 생성물 호 니토(애기 업은 돌)가 화산탄 위에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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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유모 차 두 대 나란히 보말 따러간 할망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걷는 내 오른발과 왼발처럼 붉은 천 두르고 푸른 망 걸머진 채,

서로의 앞과 뒤가 되어 서 있는 유모차를 보며 올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려 줄 누군가 있다면 좋을 것에 잠시 생각이 멈췄다.

한낮의 태양이 정면으로 들이미는 길가에 구부러진 야생화와 쪼그리고 앉아 구부러진 생각을 접었다 펼쳤다 파도는 그냥 생각을 버려라 하며 밀려왔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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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펄랑못으로 가라는 눈인사로 받고 산책로 데크에 왔다.

지하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밀물과 썰물로 수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담수호 펄랑못은 녹조현상으로 냄새가 심하다.

데크를 돌아 마을로 빠져나오니 돌담길 너머 해바라기 고개 숙여 인사한다.

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나도 따라 거든다.

그렇게 쉬엄쉬엄 돌아도 두 시간 이내 여유로운 배 시간이 비양봉 정상 하얀 등대로 안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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