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국립 박물관에서 두멩이 골목까지

--제주, 그리고 일주일

by 김민재

아침부터 하늘 눈물 주룩주룩. 하늘이 슬프다고 하니 나도 조금 우울하다. 비 오는 날 갈 수 있는 곳.

국립 제주 박물관 앞 비에 젖은 칸나 웃음 활짝 어서 오라 반긴다. 박물관의 발자취부터 탐라의 형성 과정과 시대별 유물 유적 둘러본다. 박물관의 고요. 오직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혼자라서 좋은 점이 많은데 박물관은 혼자라서 싫다.


박물관 야생화 산책로 철벅철벅한 길 촉촉하게 젖어본다. 연못에 곱게 핀 수련 꽃 요리저리 찍고 있을 무렵 낯선 발자국이 가던 길 멈추고 말을 건다.

“비 오는 날 찍는 사진은 잘 나오나요?”

비에 젖어가며 굳이 안 찍어도 될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청승이었던 모양이다.


정문도 후문도 아닌 샛길로 새서 우당 도서관 간다. 나도 참. 여기까지 와서 도서관이라니. 도서관이 어때서.

이건 다 비 너 때문이야 혼자 중얼거리며 800번 문학 코너.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고 멋쩍은 김민재 내 이름이 있다. 세종 도서 문학 나눔 시집 「식빵의 상처」 여기에서 만나다니. 많이 반가웠다. 그렇게 오전 내내 도서관에서 문장의 숲을 헤맸다. 다정한 말들 밑줄 그을 수 없어 문장 옆에 마음의 세 잎 클로버 그려놓고, 다소 무거운 행간은 지나쳐 오지 않는 곳으로 지나갔다.

능개비 가랑가랑 내리는 길목 따라 벽화마을 두멩이 골목. 개 짖는 소리만이 골목을 휘감는다. 골목 안내도 따라 1번에서 14번까지 구부러지고, 모나고, 언덕지고, 궁굴려진 길 따라 담 벽에 그려낸 작품들이 내 삶의 한 페이지 인 듯 찡하게 가슴 울리는 막다른 골목. 낮은 담장 너머로 삐쭉거리는 밀감나무와 나의 오늘을 셀카로 담아 토끼 대문 밑으로 제주, 뚜벅뚜벅 걷고 걸었던 그 일주일을 살짝 밀어 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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