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이트 오브 인디아 가는 길

--- 인도, 뭄바이.1

by 김민재

근대 역사의 화려한 모습을 간직한 인도 중서부의 항구 도시 뭄바이. 인도에서 콜카타 다음으로 큰 경제도시이며 마리아 시트라 주의 수도인 뭄바이의 호텔 앞 사키 나카 메트로 역의 이른 아침은 역사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일 뿐 한산하기만 하다. 호텔 앞 오토릭샤 두서너 대가 호텔 손님을 기다리는지 정차하여 있고 매캐한 매연냄새로 가득한 거리를 강아지 한 마리 어슬렁거린다.


인도 안에서 인도를 느끼고 알아가기 위해 더듬거리며 들어간다. 조심스레 만지작거리면서 인도를 베어 물어야 하는 시간. 그 맛이 달기도 하고 때론 쓰기도 하겠지만 오색의 느낌으로 오든 무의미의 맛으로 오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인도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을 가르며 달리는 인도문 가는 길. 흙먼지 가득 올라앉은 푸른 천막 위로 눌어붙은 간판들은 퇴색되어 휘청거리고 아파트 유리 창밖 쇠창살과 상가 건물 위층 난간에 매달린 빨래는 행인과 상인들의 소음을 다 받아내고 있다. 양쪽 도로 변가로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선 새벽 야채시장의 행렬은 마치 만국기처럼 펄럭이며 출렁거린다. 몇 년 전 친구와 함께한 군산의 새벽시장에서의 싱싱 날리던 채소와 오늘 차장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그대로 고여 난다. 하얀 포대 안에 오롯이 쌓여 있는 하얀 브로콜리들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인도 여행 내내 식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커리와 난 그리고 이 하얀 브로콜리인 듯싶다.


먼지 풀풀 날리는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차도르 쓴 인도 여인들의 미소를 끼고 돌아들어선 곳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인도문) 광장. 포트 지구의 아폴로 번더 부두 남쪽에 있는 타지마할 호텔 앞에 봄베이만을 마주하며 뭄바이의 가장 대표적인 거대한 역사적 건축물. 현무암을 소재로 한 인도의 구자라트 양식과 유럽풍의 양식을 모두 엿볼 수 있으며 동서양의 조화가 담긴 건축물이라서 그 아름다움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홀 상부의 석조 장식이 일품이다.

프랑스의 개선문을 닮은 듯 닮지 않은 것 같고 우리나라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처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인도문은 1911년 영국 왕 조지 5세 부부의 인도 내방을 기념하여, 당시 뭄바이 총독 로드 시드 행에 의해 건조되었고 1927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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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문 광장 입구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뭄바이 시민들의 휴식처로 가족단위 혹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쉬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특히 아이를 안고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한 여인의 자태가 관광객들이 북적되고 있는 풍경 속 갈매기와 어우러져 포구를 흔들고 있다. 그 틈 사이로 우리 일행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반대편에 있는 세계에서 유명한 호텔 중 하나라는 타지마할 호텔의 역사를 읽고 있다. 짙은 회색빛의 돌로 장식된 근대 양식의 멋스러움을 눈으로 색칠하며, 사원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대형 돔의 지붕에 내 마음 한 자락 얹혀 보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타타그룹의 기업정신을 본다.


2008년 11월 26일 정치적 테러가 일어났다는 가이드의 설명.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슬람 세력집단이 호텔을 점거하여 호텔 투숙객들이 도망가거나 인질로 잡혔으며, 또한 호텔이 큰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호텔 총지배인 캉 사장은 테러리스트에게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황에서도 고객 보호에 온 힘을 쏟았다고 한다. 불길 속에서 호텔 내부를 환히 꿰고 있는 직원들은 테러리스트 눈을 피해 도망갈 수 있었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도망치지 않고 고객보호에 온 힘을 기울였다는, 결국 직원 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나 1,500명이나 되는 손님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세월호 침몰 시 선장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294명의 어린 목숨들을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킨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했던 태도가 가슴을 치고 간다.


위기에 강한 킹 사장의 리더십과 연평균 소득 1천 달러 수준의 인도에서 타타그룹은 유족 및 유자녀에게 평생 급여지급, 유자녀 평생 학비 지급, 액수와 상관없이 부채 탕감, 위로금 지급하였으며 또한 타타 회장은 이 사망자 및 부상자 집 80여 곳을 일일이 방문하여 위로와 조문을 하였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아폴로 번더 부두와 진도 팽목항이 엇갈려 눈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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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호텔 맞은편 바닷바람을 통으로 맞으며 빨래 줄에 걸린 인도의 색을 바라보다 조금 전 잠시 정차하여 머물렀던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빨래터의 옷들이 함께 휘날리고 있다. 힘들어도 힘들어 보이지 않은 도비 왈라들의 웃음이 햇볕으로 말려지고 있는 도비 가트, 120년 전에 영국군 군복을 세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때는 5천 명의 도비왈라들이 1026개 세탁조에서 5 교대로 빨래를 했었다는 곳. 지금도 두바이까지 세탁물을 받아 세탁해 보낸다고 하는 곳.


2010년 인도 감독 키란 라오 출연 아미르 칸, 키투 기드 와니의 드라마 제작된 도비 가트는 우리나라 예능프로에서 잠시 나왔던 곳이라 더 인상이 깊이 바라볼 수 있었지만 빨래터의 풍경과 옆에 높게 자라고 있는 하얀 빌딩들이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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