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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pr 05. 2019

6. 삶의 시간이자 본연의 색 흰빛

--그 여자 이태리, 시간을 걷다

 돌로미테

‘처음으로 나 자신이 되었다. 처음으로 나 자신이 되었기 때문에 드디어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의 주인공처럼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동생 부부와 떠나온 이태리. 여전히 감기로 꽉 잠긴 목과 부르튼 입술과 인중의 포진이 괴롭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힘든 몸 이끌며 희고 높은 산 알프스 산맥 줄기 따라 코르티나 담페초 지나 돌로미테 간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약기운에 정신은 해롱해롱 여기 전망대에 앉아 한 열흘쯤 산 벽 수행하면 회복될까.


 군데군데 잔설이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돌로미테는 ‘티롤(Tirol)’에 속한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오스트리아는 1919년 생제르맹 조약에 의해 티롤의 남쪽 덩어리를 이탈리아에 넘긴다.


몇 년 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알프스에서 만난 보랏빛 야생화와 건강미 넘치던 트레킹 족들 여기 이탈리아 돌로미테 알프스로 초대해 본다. 초록 줄기에 노란 야생화 융단을 깐 풍경을 만들고 또 다른 풍경을 지우며 산봉우리 하얀 눈 덮인 채 뭉게구름과 노닐고 있다.


세상의 모든 빛들이 한 곳에 모이면 흰빛을 낸다는 자연 본연의 색.

눈과 구름의 하얀 빛깔.

그 흰빛은 삶의 시간이자 본연의 색 일거라는,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보며 내 안의 나를 바라본다.             


미주리나 호수

 세계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이 호수는 슬픈 전설이 있다. 이태리 국민가수 클라우디오 바 리오니가 부른 노래 가사로 있는 미주리나 호수


 돌로미테를 다스리던 늙은 왕 소라피스에게 미주리 나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왕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사랑스러운 공주는 왕의 모든 것이었다. 호기심 많던 공주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의 거울을 가지고 싶어 한다. 왕은 산속의 요정을 찾아가 요청한다. 아름다운 가든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햇빛을 막아줄 나무와 산이 없었던 요정은 왕의 거듭된 요청에 왕이 산으로 변해주면 거울을 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산으로 변한다는 것은 산으로 영원히 남는다는 의미다. 왕은 공주를 바라보며 흔쾌히 수락하고 공주는 환호하며 거울을 왕에게서 빼앗는다. 그러자 왕은 몸이 점점 커지며 머리는 나무로 변하고 주름은 크레바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왕이 산으로 변하자 그의 손을 놓친 공주는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상상 못 한 왕은 추락하는 공주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내고 눈물은 전나무와 풀밭 사이를 세차게 흘러 미주리나 호수가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산이 되었어

   

         

산이 되기로 했어     


온몸을 너에게 주고 기쁨이 되기로 했어

     

나의 머리는 초록의 나무로 길게 늘어났어  

    

늑골은 크레바스로 발의 끝까지 당겨왔어  

    

공기의 내부는 맑고 훈훈 했어   

  

푸른 웃음과 투명한 구름한줌 몸속 가득 끌어 담았어

     

추락의 순간과 아픔의 깊이를 너는 남겼어     


손끝엔 요정이 겨눈 총알 거울 속에 숨겨있어     


너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의 거울 속으로 빨려들었어    

  

쏟아지는 눈물, 표면장력처럼 나의 온기가 앙상하게 식어갔어    

 

나무와 풀잎에 휩싸인 숲의 무거운 계곡을 달려 호수가 된     

 

그는 최선의 확신이었을까    

  

최후의 선택이었을까


 늙은 왕의 슬픈 눈물로 만들어진 미주리나 호수는 거대한 암봉들이 반영되어 고혹적인 곳. 노란 야생화 어우러진 데크를 지나 점심 먹으러 돌로미테에서 가장 맛있다는 피자집 간다. 피자 맛 그냥 짜다. 맛이라 것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맛 있는 피자일 수 있지만 내겐 그냥 짭조름한 피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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