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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pr 18. 2019

8. 얼룩진 건축물 더듬더듬

-- 그 여자 이태리, 시간을 걷다

콜로세움의 눈물

 맹수와 맹수, 사람과 맹수, 사람과 사람이 혈투를 벌인 곳, 스탠드를 메운 5만 관중의 환호 그 이면은 슬프다. 네로의 뒤를 이은 베스파시아누스는 네로의 폭정에 시달린 백성들의 원성이 깊어진 그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네로가 시민들에게 빼앗은 황금궁전을 되돌려 주겠다는 명분으로 경기장 건설을 계획한다. 또한 민심과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대외적으로 로마의 건제함을 알리기 위해 노예들을 동원 콜로세움을 짓는다. 백성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백성들의 시선을 정치가 아닌 오락으로 돌리게 하려는 정치 전략이다.  

    

  지진으로 무너지고 도둑맞고 폐허로 보이는 콜로세움. 네 개의 복층 모습은 파괴된 건물의 흔적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양식의 벽기둥이 있다. 1층은 주춧돌이 없고 기둥을 바로 기단에 세운 도리아식 양식, 2층은 기둥머리에 끝이 말린 것처럼 보이는 소용돌이 모양의 볼류트 장식의 이오니아 양식, 3층은 이오니아 양식 기둥머리에 아칸서스 잎을 조각 한 코린트식 양식을 볼 수 있다.     

 

검투사

  


검은 태양빛 속으로 검투사 몰려온다

원형극장이나 투기장으로 불리던

그 어디쯤에서 멈춘

전쟁 노예들의 살과 뼈의 무게 무겁다     

검투사와 맹수들이 되살아난다

군중의 함성들 쏟아져 나왔다 들어간다

혈투에 죽어간 검투사의 환영이 스쳐간다

네로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행렬이 지나간다

한 무리의 군중들 떼 지어 몰려왔다 간다     

예루살렘의 노예들이 피 뿌린 폐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끊임없이 콜로세움에 표를 예매하는 

우리가 온 길 또 다른 우리가 되어 

바람의 혀로 핥고 있다 

검투사의 흔적들 더듬는 기둥 틈 사이                


 

 몇십 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하는 패키지여행. 여유롭게 건축물을 감상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또 그렇게 거센 파도처럼 밀려온다. 콜로세움 내부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져가고 싶어 했다던 콘스탄티누 황제의 개선문을 뒤로한 채, 미켈란제로가 로마에 남긴 걸작 코르도나타 돌계단의 캄피돌리오 광장 가는 팔라티노 언덕길.   

   

 하수구 뚜껑에 새겨진 S.P.Q.R. '로마 원로원과 시민'이라는 뜻. 고대 로마와 그 시민의 영광을 나타내는 의미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에는 새겨져 있다는 가이드 설명. 그러나 길을 걷다 무심한 듯 건물 한 귀퉁이 골몰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S.P.Q.R.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로마를 다녀간 흔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위로한다.     



 키츠와 셀리의 박물관 옆 스페인 계단과 광장

 역사의 도시 로마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가 스페인 계단과 광장이다.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 영화‘로마의 휴일’이 주는 엄청난 힘을 실감케 한다. 137개의 계단을 송송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바로크 양식의 분수. 테베 강이 범람했을 때 어디선가 떠 내려와 걸려 있는 배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베르니니 작품.

     

 바르카치 분수가 있는 광장에 계단은 낭만을 키우는 쉼터가 되었고, 바로크 시대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예술 혼을 불태웠다고 한다. 괴테, 발자크, 키츠, 셸리, 바그너 등이 즐겨 찾던 곳이기에 나도 잠시 계단에 앉아 분수대 바라보며 낭만을 즐겨볼까 하기엔 태양빛이 따갑다.   

   

 영국 시인 존 키츠와 친구 셀리의 유품이 있는 박물관도, 키츠와 셀리를 흠모한 영국 여성이 운영하는 찻집도 들어가 볼 수 없는 여행 일정표가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어떤 곳에 가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여행할 뿐이다”의 어느 작가의 말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시간에 움직여야 하는 특성상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스페인 대사관이 있다 하여 붙여진, 프랑스가 자금을 대어 새롭게 조성하였다 하는 스페인 계단의 아니러니 함을 뒤로하고 바티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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