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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y 06. 2019

욕망했던 것들 비우는

-- 1. 다낭에서 우리는

 여행의 시간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믿으면 믿는 만큼 상처로 돌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었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는 것처럼 잠시 떠나 믿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캐리어에 여유를 담고 자유라는 배낭을 메고 떠난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떠난다는 것은 잠시 생각을 버리는 것.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 생각의 가벼움으로 여행지의 배경을 스케치하는 것. 잠을 잊은 인천공항의 여행객들 바라보며 비행시간을 기다리는 것 또한 나만의 여행 시작 법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잡고 싶어 했던, 삶에서 욕망했던 것들 잠시 버릴 수 있는 공항이 주는 공간. 그곳에서 우리는 자유다.     


 정옥과의 인연은 아이들이 같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다. 그 유치원생 아이가 지금은 성인이 되었으니 25년이 넘나 보다. 그 긴 세월 여행 한번 같이 한적 없이 유지해온 우정을 다낭으로 꽃 피운다.

     

 어둠을 가르며 비행하는 조종사 그 허공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 궁금증을 뭉치며 나는 박준의 산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탐독 중이다. 정옥 씨는 옆자리가 비는 행운을 얻어 좁지만 누울 수 있는 영광 뒤 뒤척이다 잠들었는지 고요하다. 모두 잠든 비행기 안의 풍경은 면세점에 진열된 숱한 사연들을 눈으로 흡수하며 수많은 여행객들의 표정을 담아내는 시간처럼 난 참 좋다. 각양각색의 자세로 표정으로 자기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이 느낌이 좋다. 삶은 나 스스로에게 조차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때가 많은 데 이런 풍경은 무장 해체된 그대로의 날것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유로운 아침  동남아 여행은 휴식이란 표현이 만나보다. 느긋하다. 모든 것들이 느리게 흐른다. 늦게 도착한 가이드는 우리를 오행산으로 안내한다. 산 전체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마블 마운틴은 불(화), 물(수), 나무(목), 금(금), 땅(토)으로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 중 수에 해당하는 투 이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 안은 여기저기 불상이 자리를 잡고 LED조명이 반긴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다 관람할 수 없어 그냥 나왔다. 절벽을 기둥 삼은 엘리베이터 전망대가 조망을 망치고 있지만 그곳에 오르면 전망은 좋을 듯 다낭 시내가 다 보일까?


오토바이로 가득 찬 도로뿐일 거라는, 궁금증은 궁금한 데로 묻어버리고 주어진 시간은 없다. 그리고 뭘 보아야 한다는 의욕이 없다. 밋밋한 하찮은 나의 오만이 거기에 함께 있었나 보다. 보이면 보이는 로 보이지 않는 곳은 굳이 찾아가지 않는, 기웃거려보는 상점 안의 절구통이 아담하고 예쁘다. 기념품으로 사간 돌절구가 한 번에 아작 나는 무거운 상품이라는 가이드 말에 웃음 픽. 얼마나 황망했을까     

     


 틴퉁 투어  팀들은 바구니 배를 탄다. 코코넛 나무 사이로 강물을 휘젓고 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는 선택 관광을 하지 않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한다. 전통가옥과 그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집도 들여다보며 바나나와 1달러의 망고로 노랗게 물들어 본다. 노점상인의 흥정 속에 정옥 씬 베트남스런 모자도 써본다. 선물로 준 전통모자 농은 햇볕가리개로는 좋지만 쓰고 다니기엔 불편. 그래도 한 번을 써 봐야 할 듯하여 그럴듯한 포즈도 취해본다.


 살면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이며  잘 맞는일  무엇이고 잘 통하는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 나의 그늘진 속 뜰 풀어 투본강에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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