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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y 09. 2019

제3의 눈이 보고자 하는 곳은

--2. 다낭에서 우리는

베트남 최고의 무역항  호이안으로 가기 위해 목선을 탄다. 호이안은 베트남 꽝남 성의 남중국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다. 번성하였을 때는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무역항이었던 그때 모습이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다고 한다.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23차 유네스코 회의에서 호이안의 옛 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고, 이 항구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하여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베트남의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불리었던 중요한 국제 무역 항구였다.  

    

투본강  푸르지도 붉지도 않은 강물처럼 노을이 익어가는 길목엔 한국인의 천국이다. 명동거리인지 호이안 거리인지 구분이 안 되는 틈새에 끼어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많은 곳. 무엇인지 모를 설명도 없이 쓰윽 지나가는 가이드의 무성의와 베트남 속의 작은 중국 광조 회관으로 들어선다. 9마리 용들이 얽혀있는 정원의 연못. 용 조각상이 꿈틀대는 분수대를 지나면서 중국인다운 발상의 건물이구나.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는 자유시간. 1593년 일본인들이 세운 목조 지붕이 있는 다리 내원교, 다리 왼쪽은 일본인 마을, 오른쪽은 중국인 마을이었다던 지금 중국인 거리는 관광객들 성황이고 왼쪽 마을 한산한 거리를 여유롭게 우리는 둘러본다. 늘 급하게 뛰어야 볼 수 있는 패키지 관광에서 이런 호사도 있구나. 그래 동남아이니까 야경 빛 안으로 스며드는 시간도 있구나. 야시장을 걷는다. 시장하면 길거리 음식이다.    


 석쇠에 반짱(라이스페이퍼)을 올린 후 그 안에 풀은 계란을 올리고 취향이나 지역 특성에 맞는 토핑을 올려 따끈 노릇하게 구운 뒤에 돌돌 말아먹는 반짱느엉 하나씩 집어 들고 노점상 스캔하다 걸린 5달러의 여름옷 행복 하나 집었다. 반짱느엉 담백한 맛처럼. 집에 가면 입을 수 있을지 모를-. 입지 않을 확률이 더 많겠지만.      


 까오(높은) 다이(궁전) 교 사원  불교, 유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교의 5대 종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베트남의 독특한 종교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원형의 파란색 바탕에 빛나는 제3의 눈이 부릅뜨고 우릴 반기다. 그러나 내갠 무섭게 다가선다. 카트만두 쿠마리 사원에서 살던 쿠마리가 본 제3의 눈과 카오다이의 제3의 눈이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보고자 하는 세상은? 


 천정 밑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다섯 분의 성인이 있는데 우로부터 공자, 석가, 예수, 노자, 마호메트이며 남성은 오른편으로 여성은 왼편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을 나와 다낭 대성당으로 간다. 성당 벽을 모두 핑크색을 칠해 핑크 성당. 주일이 아니라 성당문은 굳게 입 다물고 있다. 기념 포즈를 잡다 가이드를 놓치고, 확인도 안 하고 가는 가이드의 무성의가 스페인 가이드와 겹친다. 인솔자는 확인도 없이 나와 친구를 호텔에 남겨두고 버스 출발 호텔에서 미아가 되었던 그 아찔한 순간을 여기서 또? 인원 파악 안 하고 빨리 가려다가 더 늦어진다는 것을 왜 인솔자들은 모르는 거지?     

 


 바나산 케이블카  호이안 역에서 해발 1500m 기네스북에 등재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를 탄다. 예전에 이 일대가 바나나 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바나산. 우거진 숲과 쭉쭉 뻗은 나무 가득한 국립공원 위를 새가 되어 날아가는 기분이다. 나무들이 수령 깊지 않은 것은 미국이 1960년대 초부터 북베트남군의 은신을 억제하고 식량 공급을 방해하기 위해 에이전트 오렌지 등의 고엽제를 살포한다. 살포된 지 2-3 일면 숲 전체를 붉게 물들이면서 3-4주 만에 나무를 고사시킨다. 고엽제 이후 빠른 시일에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지리적인 여건과 환경인 것 같다. 명분 없는 베트남 전쟁으로 사라진 숲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은 고온다습한 기온 때문이기도 하다. 20여분을 타는 케이블카는 숲의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안개에 가려진, 잠시 쉬어가는 햇빛, 그 사이로 시원하게 쏟는 폭포 수, 다시 운무로 가려지는 여러 무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나산 테마파크  프랑스 식민지였을 때 프랑스인들이 더운 다낭 지역을 피해 산속 휴양지를 만들어 놓은 곳.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우리를 반긴다. 아니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를 반긴다가 더 어울리는 표현 같다. 바나산 테마파크 모노레일 얼마나 낭만적일까 구름을 달리는 아니 은하철도 999의 기차를 타는 기분은. 그러나 너무 긴 줄이다. 기다리다 시간 다 지날 것 같아 스치고만 간다. 수국 꽃 하나 둘 고개 내민 곳에서 정옥 씬 남편이 좋아하는 꽃이라며 사진 한 장 찰칵.       


 옛날 일본에 ''의 이름을 가진 어여쁜 소녀가 옆집의 '남자를 사랑하였는데 수는 ''을 보면 아주 차갑게 대했지요하지만 그녀는 수를 따라다녔고 수는 귀찮아하였어요어느 날 수는 그녀를 따돌리기 위해 산으로 갔어요그날은 비가 온 뒤라 산이 미끄러웠죠그녀는 수를 따라가다가 그만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어요수는 자신이 그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상심하다가 절벽 밑으로 몸을 던집니다뒤늦게 안 그들의 부모들이 시신을 수습하여 따로따로 매장을 하였는데 그들의 무덤가에 꽃이 피어났고 그 꽃이 서로의 무덤까지 이어져 마주 보게 되었는데 그 꽃을 수국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별다를 것 없는 유럽풍의 건축물과 잠실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가족단위 여행지 같다. 새로울 것 없는 우리는 잠시 아이스크림으로 바나 힐을 색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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