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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y 11. 2019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3. 다낭에서 우리는

후에로 가는 길   다낭과 훼 사이에 있는 하이번 고개의 성체를 지난다. 베트남을 남과 북으로 구분한 고개로 우리나라 청룡부대가 이곳에서 작전을 펼치며 베트콩과 많은 교전이 있었던 유서 깊은 곳이라 한다. 또한 베트남 전쟁 때 사이공 정부군의 감시소로 사용하였다 하는데 총탄 자국은 볼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스쳐갈 뿐이다. 


 늦은 ‘후에’에서의 저녁 후 씨클로를 타고 시내 관광이다. 오토바이의 행렬과 후에의 야경 먼지만 날릴 뿐, 보고자 알고자 하는 것 아무것도 없다. 다만 마스크로 무장한 29명의 일열 종대, 우리가 엮어놓은 씨클로의 긴 행렬은 현지인이 바라볼 때 그저 환자 이송하는 풍경이 있을 뿐. 우리는 그들의 풍경과 배경이 되어 후에의 어두운 길을 가고 있었다. 현진건의 ‘인력거꾼’과 인도의 ‘릭샤왈라’ 베트남의 ‘씨클로’가 흙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후에의 밤이다.  

   

 

흐엉 강변 가 티엔무 사원  7층 석탑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후에의 가장 중요한 불교사원이다. 대웅전을 지나가는 길가에 작은 연못의 금붕어 떼 잠시 넋 놓고 있다 만난, 독재 정권에 항의하며 사이공에서 분신자살한 틱꽝득 스님. 그의 파란색 오스틴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고, 스님 심장은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진이 걸려있다. 사원을 빙 돌아 나오는 길 이름 모를 보라색 야생화 흐드러지게 피어 손 흔들고 있다. 잘 왔다고 잘 가라고.     


전동카트를 타고 가는 후에 성  현지 가이드는 와도 후에(회) 안아와 후에(회) 하는 곳이라 한다, 자금성을 본떠 똑같이 만들었다는 베트남 마지막 왕 응우옌 왕조의 황궁은 외성에는 해자가 둘러있고 황궁 앞에는 좌우로 대포 진 지가 있고 멀리 잔디광장에 베트남의 국기가 펄럭인다. 내 나라 역사도 깜박깜박하는 기억력 잃어 가는데 이 나라 역사야 듣기가 바쁘게 내 귀를 빠져나가 지워진다.    

   

다낭 용다리 불쏘  한강을 가로지르며 용 다리를 건넌다. 가이드의 용머리 비하인드 스토리. 용의 입에서 나오는 불쏘는 주말 밤 9시에만 하는 용다리 불쇼인데 처음 불쇼로 용머리에서 나오는 불기둥에 용머리가 타버려다 한다. 그 뒤로는 불쇼와 물쇼가 같이 진행된다는 그래서 뜨거움 뒤에 뿜어져 나오는 물로 구경꾼들 온몸 적시고 만다는 이야기.      



 선짜 반도의 언덕배기에 있는 영흥사 간다. 낙산사의 해수관음상과 이미지가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끔 홀로 카메라 메고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다 온곤 했는데, 오늘 다낭의 앞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이 해수관음상은 베트남 전쟁 후 베트남을 탈출하다가 숨진 보트피플 중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세워졌다는, 돌도 쇠도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만져보지는 못했다. 관음상 앞에 있는 달마 상의 배경만 읽고 돌아서는 데  암자 한 채 스쳐간다. 마음 비우고 속세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들어서라는 부처님 말씀과 그 스님의 격을 생각하다 돌아선다. 


 린응 사원은 우리나라 절과는 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사찰이다. 중국 느낌도 있고 베트남 느낌도 있고 약간 색감이 프랑스 느낌도 난다. 프랑스 식민지여서? 아무튼 오묘하고 화려하다. 잠시 귀퉁이 화장실을 가다 본 남자화장실의 모습이 특이하여 기억에 담아둔다. 


 세계 6대 해수욕장이라는 미케 비치 해안선 길 따라 어둠이 내려앉는다. 여행의 막바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지에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다낭이지만, 휴식의 시간으로 포장해본다.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 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래서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는 나는 떠나왔고 돌아간다. ‘진정한 여행은 세상의 출구이자 입구이다.’라고 말한 작가을 생각해 보면서 그 낯섦이 주는 그러나 그 길은 인생이며, 우리 삶이 여행인 내 인생길은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 여행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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