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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Sep 30. 2019

7. 물고기 연못에 던진 비밀 문장

---샨르 우르파

  예언자의 도시 샨르 우르파 지평선 길게 눕고 황토 빛 구릉과 암반지대를 간다.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6,000년가량 앞섰다는 거석 신전 괴베클리 테페 가는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평원. 고랑고랑 태양 볕 안은 붉은 땅 푸른 넝쿨. 우리네 시골 풍경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새롭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학창 시절 논두렁 밭두렁 다니며 오이 가지 수박 서리 그 맛들이 새록새록 삐져나와서 그러나 보다.  


 박물관 들어서니 유적지에서 출토된 전시품 몇 점 눈으로 쓰윽 훔치고. 밖으로 나와 소형버스 타고 인류가 만든 세계 최고의 신석기시대 유적들 돌아본다. 유적 보호용 덮개가 씌워져 있어 그늘 막을 형성해 관람하기에는 좋으나 그래도 덥다. T자형의 석회암 거석들이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배꼽의 언덕. 거석들은 무게가 50t 넘고 일부는 높이만 5m가 넘는다는 기원전 1만 년 전의 유적. 보호용 덮개 사이로 스며드는 해가 거석에 그림자 무늬를 그리며 지나가고 내 그림자는 거석들 끌어안고 서 있다. 빛 사이로 돌의 무게만큼이나 마음의 무게 등짝을 짓누르고 있다. 문명 답사, 보고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 지진이 난다.    

  

  민무늬 거석을 비롯 여우, 전갈, 사자 등 여러 형상들의 부조를 새긴 거석들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답할 수 없는 상념만 쌓인다. 지금도 계속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의 여행자들은 더 많은 유적을 볼 수 있겠다. 또한 이스탄불 신 공항에는 T자형 괴베클리 테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터키 여행 중 이곳을 미처 방문하지 못하였다면 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남쪽에 시리아 사막이 위치해 있고 바다는 멀리 떨어진 대륙성 기후로 인해 터키에서 제일 무더운 지역 예언자의 도시. 사산조 페르시아의 지배 때 아랍인들에게 점령. 1차 십자군들에 의해 기독교인. 다시 에데사가 이슬람 세력에 점령당해 2차 십자군들이 결성된 이 곳은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샨르 우르파. 니므롯 왕은 아브라함이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니므롯 왕은 그를 화형 시키려 하자 타다만 화형용 장작은 물고기로 불은 물로 바뀌었다는 전설. 사원 중앙에 있는 성스러운 물고기 연못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우글우글하다. 하얀색 물고기를 보면 천국에 간다고 믿고 있는 연못에서 하얀 물고기 보이지 않는, 천국에 갈 팔자는 아닌 나만의 비밀 문장 하나 던지고 간다.     

 

 병에 걸린 에데사의 가브가루스 왕이 예수의 도움으로 완쾌되는 기적을 보고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공인한 도시, 세계적으로 기독교인, 무슬림, 유태교인을 볼 수 있는 성지순례지의 유일 한 곳이라 한다.     

 아브라함이 태어나고 자랐다는 메블리디 할릴 동굴 들어서는 입구 여자와 남자가 분리되어 들어간다. 성소를 찾는 순례자들로 인해 입구부터 혼잡하다. 비집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 유리창 너머로 암벽 아래 사각형 모양의 우물에 물은 푸르스름한 조명이 비추고 있고, 그 물 보기 위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진풍경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진지하다 못해 성스럽다. 유리벽 맞은편 음수대에서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데 성수. 나는 손만 씻는다. 동굴 입구 옆으로 모스크 중앙의 물길 지나 알렉산더 대왕 시대에 세워졌다는 우르파(에데사) 성채 오른다. 바빌로니아, 고대 그리스, 시리아, 페르시아, 로마제국, 십자군, 셀주크, 오스만 제국까지 파란의 도시. 성문은 열리지 않고 성벽 따라 걷는 이 뜨거움. 그러나 도시 전체가 한눈에 가득 찬다.      


 샨르 우르파 박물관 입구에서 내 카메라는 숨을 거뒀다. 아직도 남은 일정이 많은데 카메라는 그렇게 렌즈 눈 꽉 감고 뜨지 못했다. 이제 스마트 폰의 용량이 얼마나 버텨줄지.  

   

메블리디 할릴 동굴 우물
샨르 우르파 성채

 로마 삼두정치를 이끈 크라수스의 탐욕으로 최후를 마친 유프라테스의 한 지류인 발리크 강 서쪽에 자리 잡은 하란은 카레 전투로 유명하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가기 전에 살았던 마을.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반달 지역 북쪽 언저리 하란 정착민은 시리아 사막의 유목민의 침략을 받았으며, 이곳 메소포타미아의 지배권을 두고 히타이트, 아시리아, 헬라와 페르시아, 로마와 페르시아 제국 사이에 끊임없이 패권을 다투던 이곳에 내 발자국 찍는다.      


  ‘길목’이란 뜻처럼 교통의 요지로 제국들이 눈독을 들인 곳. 서쪽으로 유프라테스 강이 동쪽에는 티그리스 강이 흐른다. 허름한 집들, 인적도 뜸한 작은 시골 동네 그러나 3000년 전에는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로 바빌로니아 시대는 정치적, 종교적 중심이던, 지금은 흙먼지와 고요만이 휘날리고 있다.  

     

 세계 최초 이슬람 대학 몽골군에 무참히 파괴되고 폐허로 남은 신학교의 터 이슬람 사원은 어디로 가고 부서진 아치형 문과 미나레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들판을 지키는지. 유적 복원 중 빙 둘러 가시철조망 꽝 꽝. 철조망 사이 버섯구름 걸쳐두고 멀리서 바라만보다 돌아선다.      

 

  

 

 

툴룰리. 도토리 모양 전통가옥 흙벽돌집 원추형 지붕 삐죽삐죽 날 세우고 있다. 한 낮 뜨거운 열기에도 터지지 않는 속살은 팔의 힘 모아 구운 동물의 배설물 짓이겨진 곳. 허기진 뱃속 계란과 진흙이 몸 비벼 속 채우고 어둠을 여는 천장 구멍 장미 기름으로 분칠 한 그리움. 둥근 결 위로 흩날리는 이 빠진 시간 거품으로 일어선 곳 들어서니 하나씩 씌워진 원뿔 모자 지붕과는 달리 동굴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내부에는 전통 옷과 토산품을 팔고 있다. 사진만 찍고 지나쳐 나올러니 미안한 마음이 비 온 뒤 솟아나는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내 안의 갈등. 싹둑 자르며 밖으로 나오니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생활도구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터키에서 가장 더운 도시 몸 조심히 다니라며 도구들 살랑살랑 몸 흔들며 잘 가라 한다. 

  

원추형 지붕

   

천장
전통가옥 내부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가 시리아 원정에서 이곳 주민들의 저항을 받자 하란을 파괴한 뒤, 재건되지 못했다는 하란 평야의 한 귀퉁이 흙먼지 날리는 골목길. 구멍 뚫리고 부서진 흙 담장 위에 아스라이 앉아 있는 어린 소년의 검게 그을린 표정 줍다가 보수 중인 달의 신전 돌아 나오는데 자꾸 그 아이의 모습이 뒷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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