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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07. 2019

8. 집시, 영혼의 색깔 닮은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

 돌의 방



돌의 방. 무한의 돌 그 돌로 이룬 신들의 방. 점묘화 모자이크 조각들 화창하다. 채색화 바닥 차고 무거운 방. 기록의 빛 흩어져 한 줄 선이었다가, 사각의 모서리였다가, 원이 되어 구르는 잠잠히 이룬 점 다시 선이 된다. 선들의 기록 흩어졌다 모여 사각의 방에 갇힌, 어제의 기억이 내일의 기록으로 기하학적 표정을 짓는다. 어둠과 밝음 사이 기억을 버리고 기록을 지우고 한 점 안에 갇힌 아프로디테 부드럽고 차가운, 달콤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은 슬픈 얼굴을 갖고 칸칸의 방으로 겨움에 겨워 건너가는 발자국, 숨 가쁘다.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고대도시. 그리스인의 문명이 제우그마에 뿌리내린 곳. 기원전 60년대 로마 제국에 편입된 이후부터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제우그마는 동서양의 무역의 길목.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의 상업적 거점지로 번영하면서 발달한 모자이크는 그 당시 도시의 중상류층이라면 모두들 자신의 저택을 모자이크로 치장했다는 돌의 행적 따라간다.      


 그리스 글자와 대장장이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로스, 크레타 섬 미노스 왕의 왕비인 파시에타,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로마시대 사랑의 신 큐피드 청동상, 기하학적 형태로 테두리 타일을 촘촘히 박은 모자이크 화. 이 경이로움을 난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리게 다가왔다. 색체의 강렬함과 풍부함이 주는, 수많은 돌들이 이루어 낸 색과 색들의 농담 소리 들리는 듯.


 오리지널 기둥과 벽, 분수, 조각품들로 당대 도시의 모습을 재구성한 내부에는 회화 작품처럼 정교하게 이어 붙인 모자이크 조각들의 점묘화가 가슴을 뛰게 한다. 암실에 고고하고 우아하게 눈빛 발사하고 있는 집시 소녀. 어둠과 돌. 빛과 색. 저 표정에서 강렬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빛이 흐르고 있는 어둠의 방 홀로 지키는 집시 소녀의 눈빛에 빨려 들어간 시간이다.    

큐피드 청동상


집시 소녀*     



어둠 안으로 들어간다 

깊은 눈망울 젖어 있다 

어디로 흐르고 있는 걸까 

탄성으로 피어나는 

기억 한 점     


핏 속으로 흐르는 

슬픔만 뽑아서 펼쳐놓은 

저 눈빛 

비밀 가득 매달아 놓고 

소리들만 날아다니는 

암실    

  

에스메달다의 영혼 색깔 닮은 

모나리자의 오묘한 관능 닮은 

플라멩코의 한 서린 소리 닮은   

  

인중 아래 사라진 

슬픔과 수줍음이 버무려져 

튀어나올 것 같은 미소 

꿀꺽 소리를 감춘다 

     

설렘 꿰뚫고 확 들어오는  

어느 경계에 서야 할까 

요리저리 움직여봐도  

눈 맞춰오는 

저 집요함  

    

머리카락 흔들리는 듯 

콧잔등 불빛이 번뜩이는 듯 

순간의 모든 것 읽어 내는 

저 뇌쇄적 눈빛에 들켜버린 

내 모든 비밀  

    

숨을 쉬고 싶다 

순환하기를 멈춘 

층층의 감정선 엉켜버린 

자유롭고 싶은 두 발이 

송진 밟고 선 듯 

떨어지지 않는 

     

손톱만 한 조약돌 

400개의 조각 얼굴

춤추는 머리카락에

무수한 과일들이 열리고

무수한 음표들이 매달린

마력에 잠겨   

   

사라진 

          

     

*집시 소녀: 디오니소스 축제 때 춤추는 모습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였던 마이나드를 묘사한 작품이다.  


어둠 안에 갇힌 집시 소녀

 

 

 


  댐. 개발이란 미명 아래 한번 잃으면 다시 찾을 수 없는 인류의 문화유산이 물속에 영원히 수장되고 만다. 제우그마 발굴되지 못하고 물속에 잠긴 유물 유적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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