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숲 Aug 18. 2020

빛을 기다리다

실체를 자세히 보고 나면 두려움도 불안도 먼 일이 됩니다

새벽, 연곡 해변




이상하게도 동쪽 마을에 갈 때면

일찍 눈이 떠진다

빛이 밤을 미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어쩌면, 기척을 내는 바람과 물새들의 얌전한 발자국 소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새벽하늘이 웅장하진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부스럭, 얇은 문을 열면 짠내음이 훅 들어와

어둑어둑한 울음을 우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저 빛을 기다리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이 된다


구름 가득한 하늘과 떠밀려온 슬픔들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면

불안과 작별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이 밤을 미는 순간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모두가 밝음 안에 있었다








구름 뒤로 해는 떠오르고
매거진의 이전글 파주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