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를 자세히 보고 나면 두려움도 불안도 먼 일이 됩니다
이상하게도 동쪽 마을에 갈 때면
일찍 눈이 떠진다
빛이 밤을 미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어쩌면, 기척을 내는 바람과 물새들의 얌전한 발자국 소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새벽하늘이 웅장하진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부스럭, 얇은 문을 열면 짠내음이 훅 들어와
어둑어둑한 울음을 우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저 빛을 기다리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이 된다
구름 가득한 하늘과 떠밀려온 슬픔들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면
불안과 작별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이 밤을 미는 순간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모두가 밝음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