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이 마저 빛나는 중입니다
처음 피어났던
꽃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남은 꽃은 기억하려 한다
백일 동안 피어 목백일홍이라
처음 이름을 붙여준 사람
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늘
죽은 꽃들을 안고 새로운 꽃이 피어나
오래고 꽃이 피는 나무가 된다
사람의 마음에도
기쁨과 슬픔이 피고 지고
한 나무 안에서도
꽃의 생사가 피고 진다
붉게 변한 잎들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핀 배롱나무 꽃이
마저 빛나는 중이다
배롱나무 꽃이 지면
가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