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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Jan 17. 2021

소박한 하얀 날

기별 없이 눈이 내리던.



강화에 가려고 길을 나서던 참이었다

갑자기 싸락싸락 눈이 날린다


나풀나풀 주춤주춤 눈송이가 어깨에 앉는다

하늘을 떠나 내려온 눈들을 보다가

길을 나선 이유를 잊었다


우리는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검은 코트 위로 흰 눈이 쌓이고

영원히 녹지 않을 것만 같은.


어깨를 흔들어 눈송이를 털어보았지만

점점 더 많은 눈들이 쌓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눈처럼 하얀 막걸리를 샀다


창밖으로 싸락싸락 눈이 날리고

저녁이 내려 남빛으로 물들면

눈처럼 뽀얀 막걸리를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천천히 녹여 마실 것이다





눈이 내리고 저녁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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