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 오일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향기와 함께 찾아드는 마음의 진정

by 푸른 숲


어쩌다 새벽에 잠이 깬 날, 창밖은 자정보다 어둡고 짙은 안개마저 자욱할 때가 있다. 먼 데서 희미하게 빛나는 빛이 도로의 가로등인지, 옅어지는 별빛인지, 누군가의 슬픔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안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나의 마음도 어둡다. 잠들기 전, 내 마음이 보라색이었는지, 파란색이었는지. 잠에서 깬 지금도 여전히 그 빛깔인지. 아니면 남빛이 되었는지, 짙은 회색이 되었는지 아니면 노란색으로 바뀌었는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둠은 밝음에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지만 짙은 안개가 공간을 채워 여전히 마음이 어둡다. 마음은 색을 잃어버리고, 덩치 큰 불안과 마주 앉아 출구 없는 미로 찾기 게임을 한다. 대체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건가. 어디서 후회를 데리고 와서는 깊은 잠에서 나를 멀어지게 만드는 걸까. 도통 알 수 없다. 이럴 땐 운동화를 신고서 걷고 오면 좋은데 어디 보자 걷기 전에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할 만한 것이 없을까.


그렇지. 나는 마음에 등불을 켜기로 한다. 등불이 필요하다. 가만가만 이쯤에 스위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안개는 무엇이든 먹어버린다. 아마도 스위치 마저 먹어버린 것 같다. 마음의 색을 먹는 안개라니. 마음뿐만 아니라 발도, 손도, 나의 형체도 안개에 묻혀버릴 것이다. 그러다가는 눈만 깜박깜박 거리며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라고 아주 희미하게 존재를 증명하게만 될 것 같다.



마음 안의 스위치를 찾을 수 없다면 마음 밖의 등불을 켜야 한다. 그럴 땐, 아로마 오일 앞에 가서 선다. 그리고 아로마 오일의 이름을 하나씩 읽어본다. 바질, 제라늄, 라벤더, 베르가못, 페퍼민트, 유칼립투스, 그레이프프루트, 클레이 세이지...... 이상하다. 오일의 이름을 읽어봤을 뿐인데.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든다. 아로마 오일을 호명하는 언어에 향기가 스며있었던 걸까.


캔들에 초를 켜고 아로마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나면 향긋한 향기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아로마 오일은 안개를 서서히 걷어내고 마음의 색을 찾아준다. 더 이상 어둡지 않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불안하지만 실체를 마주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진정이 된다. 흔들리며 초가 타며 아로마 오일의 향기가 번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허브의 뿌리나 잎과 꽃, 과일의 껍질 등에서 추출한 아로마 오일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몸의 치유를 돕는다. 숲 속에서 나무와 숲의 향기를 맡으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불안이나 걱정이 있을 때는 바질이나 제라늄을, 울적할 땐 베르가못을, 긴장이 될 땐 라벤더를, 초조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땐 레몬밤이나 자스민 오일이 도움이 된다. 아로마 오일은 디퓨저, 캔들,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기도 하고, 따뜻한 물에 한 두 방울 떨어뜨려 향기를 맡기도 한다.


마음이 어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새벽녘에 깨어 불안과 마주할 때, 마음의 등불을 켤 방법을 도통 모를 때는 언제나 나는 아로마 오일을 호명한다. 그러면 아주 특별한 향기가 잃어버린 마음의 색을 찾아주고야 만다.

덕분에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맞으며 나는 운동화를 동여 멘다. 이제 걸으러 나가야지. 걸으며 마음에 밝혀진 등불이 더 환해지는 것을 바라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