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잉여로운 날에 관하여
갑자기 불어오는 봄바람에
아이의 봄옷을 마련하고
작아진 신발을 바꿔주고
나선 김에
미뤄두었던 병원 진료를 보고
미뤄두었던 퍼머를 하고
식재료 몇 가지를 샀다
그렇게 분주한 토요일이 지나가고 나면
종종 느긋한 일요일이 찾아온다
이 날엔
뜨거운 커피를 아주 천천히 마시며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부루마블을 시작할 수도 있다
두꺼운 책 한 권을 펼쳐두고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어도 된다
실은
무언가 하지 않아도
그저 해가 뜨고 지는 걸 바라만 보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잉여로운 날
또다시
느긋한 일요일을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분주한 날들을 살아보려 한다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비 오는 일요일이 참 좋았던 날입니다. 실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비해 일요일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 주는 여유를 사랑하지만 다음날 출근 생각에 일요일이 되면 더 피곤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득, 일요일만의 잉여로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월요일의 무게도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일요일 저녁입니다. 여러분 모두 월요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