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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Nov 06. 2022

제주 바다와 함께 티타임

비수기 애호가 카페에서

 

 1일 1카페. 여행지에서의 나의 루틴 중 하나다. 유명하다는 곳을 미리 찾아서 갈 때도 있지만 주로 오가며 눈에 들어오는 곳을 갈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서 하루에 한 번은 카페에서 시간이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음료를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가 마시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그렇게 앉아있다 보면 가끔씩 영감이 찾아들기도 한다. 카페 공간이 주는 영향일까. 어느 순간에 창작의 문장들이 떠오르기도 하기에 카페에 갈 때는 주로 노트를 가지고 가는 편이다. 이리저리 끄적이다 보면 시가 나오기도 하고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제주도에는 감각적인 카페가 많기에 한 일 년 머물면서 카페 투어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하얀 이층 건물의 비수기 애호가


 아무튼 제주에 머물며 오가다 보니 숙소 바로 앞에 이층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서 있는 하얀 건물에서는 등대 같은 느낌이 났다. 파란 바다 위, 하얀 포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부서지는 바위에 소박하게 서 있는 등대처럼 밤에는 희미한 빛으로 바다를 밝혀주고, 낮에는 외롭게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관심이 가면 이름을 알고 싶은 법. 아침 산책 길에 보니 상호명이 [비수기 애호가]다. 비수기 애호가라니. 멋진걸. 나도 비수기 애호가인데. 직장과 아이들 일정 등으로 성수기에 여행을 다니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비수기 애호가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와인바가 된다고 하니 밤에 한 번 가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낮에 가보기로 했다.




이층 입구에는 와인과  커다란 스피커가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1층은 마을 회관 같기도, 창고 같기도 했고 카페는 2층에 있었다. 모던한 실내 한 켠에는 여러 와인들과 책, 그리고 커다란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코 바다였다. 바다를 향한 카페의 모든 벽에는 길고 넓은 창이 있어서 드넓게 펼쳐진 제주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바다 갤러리처럼.



바다를 향해 난 테이블과 의자에서 쉼이 느껴진다


바다를 향한 창가에는 길고 세련된 테이블이 있었다. 바다를 감상하며 커피를, 음료를 먹기에 최적의 장소 같았다. 우린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했다.



바다를 보며 쥬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며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설렘이 있다. 여기 커피는 어떤 맛일까. 주스의 맛은 얼마나 상큼할까. 맛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거기다 이렇게 멋진 바다의 모습을 보며 기다리는 일이라니! 운이 좋으면 이렇게 카페에 앉아 돌고래가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 좋은 상상까지 하게 만드는 것은 이 공간이 주는 힘인 것 같다. 1일 1카페 루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색연필과 노트 등을 늘 가지고 다니는데 이날도 이내 노트를 꺼내서 그림을 쓱쓱 그렸다. 파도가 치는 바다와 검은 돌을 한 참 그리고 있는데 금방 우리가 주문한 커피와 주스가 나왔다.



바다와 커피 그리고 수박쥬스와 당근쥬스


 아들은 수박주스, 딸은 당근주스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방금 갈아 신선한 과일 주스는 여름 여행지의 상징 같기도 하다. 빨간 쟁반과 생과일 주스의 색이 상큼하다. 파란 바다와 붉은 과일 주스의 대비는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이들은 제 것이 더 맛있다며 한 번씩 먹어보길 권한다.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수박주스는 치앙마이에서 자주 먹었던 땡모반이 생각나는 맛이고, 당근 주스는 당근밭에서 싱싱한 당근을 하나 따서 먹는 느낌이다.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좋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제 내가 주문한 커피를 마셔볼까. 시원하고 고소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앞에 두고 바다 멍을 즐긴다. 그림 그리는 아이들 옆에서 무언가 시 같은 것을 끄적여보기도 했다가 노트를 덮었다. 지금은 그저 이 바다를 눈에 꾹꾹 담아두고 싶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윤슬은 천 개가 되고 만개가 되어 부서진다. 먼 바다에서는 통통 고등어 같은 물고기가 튀는 것도 보이네.


 오전의 한가한 티 타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오후에 해수욕을 즐기는 일 말고는 별다른 일정 없이 그저 한 잔의 커피만으로 기분 좋은 시간. 분명히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좋았던 순간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며 제주의 풍경을 만났던 순간이 좋아서 제주 여행 중 만난 카페들을 소소히 기록하고 남겨봅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평범한 일요일 저녁에 그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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