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매일 바다로 소풍을 간다
제주에 가면, 그때가 여름이라면, 나는 매일 바다로 소풍을 간다.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인적 드문 바다를 마주하는 일도 멋지지만 몇 시간이고 바다에 머물며 놀 수 있는 여름이 바로 소풍 가기 가장 좋다. 비치타월, 파라솔, 책 한 권, 텀블러에 가득 담긴 시원한 차, 상큼한 귤 몇 개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작은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넣고 간식들을 담아가면 아주 든든한 기분마저 든다. 물론 착장은 수영복이나 물에 들어가기 부담 없는 옷으로. 거기다 간단한 물놀이 용품마저 챙기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그러면 이제 해변으로 걸음만 옮기면 된다. 아차 그런데 짐이 자꾸 늘어나네요 :)
해변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늘과 바다의 푸른빛을 눈에 담는다. 오늘은 구름이 얼마나 떠 있는지, 파도가 얼마나 잔잔한지, 아니면 좀 세게 이는지 이런저런 것들도 함께 체크한다. 그리고 돗자리와 파라솔을 펼 수 있는 한적한 장소를 찾는다. 다음으로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파라솔을 고정시키고 비치 타월을 펼친 뒤에 아이스박스를 그늘에 잘 놓아둔다. 그러면 준비 끝이다.
어떤 날은 간단히 주먹밥을 만들어 가서 먹었고, 어떤 날은 베트남 식당에서 반미를 사서 가기도 하였다. 또 어떤 날은 태국 음식 소개 서적, 또 어떤 날은 마음 휴식과 관련된 책을 가져가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책은 아예 두고 바다에서 물놀이만 하기도 했다. 또 하루는 와인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다가오는 노을을 바라보기도 했다. 날은 뜨거웠지만 파라솔 아래는 작은 바람이 드나들며 열기를 식혀주었고, 바다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물에 들어가기 딱 좋은 온도까지. 제주의 여름 바다는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해변에서의 시간은 아련하게 흘러간다. 물에서 놀다 나오면 작은 생명들을 마주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소라게를 손바닥에 올리고 가만히 있으면 슬금슬금 나오는 작은 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살며시 제 자리에 놓아두고 나면 또 다른 생명들이 보인다. 다리 사이를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들을 만나기도 하고.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은 한없이 늘어나는 것만 같다.
밀물과 썰물이 부지런히 오가며 해안선을 바꾸는 동안 그림자가 길어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 남아있는 날들을 세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내,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여름의 제주를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눈을 들어보면 파란빛으로 마음이 환해진다. 지금 여기에서 즐거운 소풍을 즐길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하자. 그렇게 푸른빛을 눈에 담으며 파라솔을 천천히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