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페 모뉴에트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달콤한 와플에서부터 아이스크림이나 마카롱과 작은 컵케익이나 수제 쿠키까지. 한 입 먹으면 입안에 작은 불꽃놀이가 팡팡 터지듯 느껴지는 행복이 찾아든다. 그러니 달콤한 그 모든 디저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거기에 적당한 산미의 커피까지 더해진다면 행복의 불꽃놀이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요즘은 디저트 중에서도 작고 귀여운 까눌레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까눌레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먹던 과자로 우유, 계란, 밀가루, 바닐라, 버터, 설탕에 럼을 넣어 섞은 반죽을 구워 만드는데 겉은 다소 그을려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럼은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킨 술로 까눌레에 럼을 넣으면 잡내가 없어지고 풍미가 좋아진다고 한다. 카페 모뉴에트는 럼 대신 한라산 소주를 넣어 카눌레를 만든다고 하여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한라산 소주를 넣은 까눌레는 어떤 맛일까.
성산과 멀지 않은 한적한 마을 종달리에 자리 잡은 모뉴에트는 단층의 소박한 외관과 푸른 잔디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모뉴에트 뒤 쪽으로는 지미봉이 보여 뷰 또한 안정적이었다. 카페 안에 들어가서도 푸른 지미봉과 하늘이 아름답게 펼쳐지겠구나 싶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두었던 터라 실내는 아직 한산했다. 그 덕에 조용히 둘러볼 수 있었다. 카페 안 쪽으로는 제주도의 돌담이 보이는 창이 있었고 실내에는 오래된 오디오와 스피커, 추억이 묻어있을 것 같은 음악 소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음을 두드리는 클래식 음악이 벽면의 스피커를 타고 흘러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음악 덕분에 좀 더 편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감돌았다. 예약한 자리에 안내를 받고 커피와 까눌레를 주문하고 나니 계산대 옆에 카페 안내가 담긴 사진엽서가 있었다. 엽서의 안내를 읽어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장님의 소장품과 선곡으로 공간을 채우고 사모님과 따님은 매일 아침 맛있는 까눌레를 굽고 커피를 내린다고 한다. 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이유는 이렇게 가족이 함께 하는 힘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음악을 들으며 카페를 둘러보다 보니 드디어 까눌레가 나온다. 다양한 까눌레는 눈으로만 보아도 흐뭇했다. 한라산 소주를 넣어 만들었다는 한라산 까눌레와 얼그레이, 말차, 인절미, 쇼콜라 까눌레, 하나씩 맛을 볼 때마다 맞아 맞아 이거야! 하면서 감탄을 하며 먹었다. 바삭함 속에 부드러움이 각기 다른 달콤함으로 다가왔다. 놀이동산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면서 느끼는 즐거움처럼 다양한 맛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쌉쌀한 커피의 맛과 달콤한 까눌레는 절친 같은 조합이다. 특히 한라산 소주를 넣었다는 한라산 까눌레는 아메리카노와 무척 잘 어울렸다. 옆지기는 시그니처 음료인 모뉴에트 라떼를 주문했다. 모뉴에트 라떼는 까눌레 모양의 얼린 에스프레소 큐브에 아몬드 브리즈를 붓고 그래놀라를 섞어서 마시는 음료였다. 이 또한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커피로 까눌레와 함께 마시니 브런치를 먹는 것처럼 속이 든든해졌다.
맛있는 까눌레와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신선한 커피를 마시고 나니 예약했던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오늘 이곳에서 평안과 힐링을 느끼게 될 다른 손님을 위해서 우리도 자리를 비워주어야겠지. 정리를 하고 일어나니 우리가 앉았던 소파의 오렌지빛이 화사하다. 달콤한 디저트를 한 입 맛보며 좋은 음악을 들었던 모뉴에트의 시간도 내 마음의 작업실에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음. 이제 어디로 가볼까. 힐링의 시간 다음엔 다시 힐링의 시간을 가져야겠지. 가까운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보자. 달콤한 디저트로 충천하고 나니 어디로든지 나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