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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쟁이 Jun 08. 2021

인간의 이해

감사일기 #1

내가 인간을 정신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그 언젠가 겪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의 몸에

인생의 타임라인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뇌가 몸의 한 부분이고

마음도 뇌에서 생기는 감정임을(심장에서 생긴다고 말하고 싶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여러 해를 살며

자잘하게 그러나 자주 마음의 감기를 앓아가며 생을 이어왔다.

그때마다 '운동을 해야지' 생각만 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도 몇 백보, 일 천보 걷기에도 버거웠다.


그러다 짧은 글을 써서 상금을 탔다.

이것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묵은 고민을 해결하기로 했다.

강제 운동, PT를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큰돈을 써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뜻 결정을 하게 된 것은

그 돈이 상금이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내가 뱉은 몇 단어가 물질이, 심지어 돈이 되어 내가 다시 돌아온 경험은

아주 생소하고 이질적이었다.

기뻐할 수도, 기뻐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경험은

아주 뜨끈뜨끈한 실체로 남아 나를 헐떡이게 만들었다.


일주일에 세 번

나는 벌게진 얼굴로 마음과 몸의 간극을 좁힌다.

내 막냇동생을 닮은 트레이너 선생님께 배꼽인사를 하고 

나름대로 경건한 마음으로

걷고, 뛰고, 당기고.


언젠가

마음이 죽은 것 같은 날 뒤에도 내일은 왔다.

어제와 같은 오늘과, 그와 같은 내일이.


운동을 시작하고는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만난다.

어제와 다른 오늘, 또 내일

눈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나아짐'의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 단단해진 팔로

힘을 주어 몸과 마음을 엮는다.


둥실 떠다니던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천천히 느긋하게 기워 엮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날이 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통찰도, 공부도 아닌 체력에서 왔다.


나는 정신체가 아닌 몸을 가진 한 인간이었음을 너무 늦지 않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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