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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쟁이 Dec 03. 2021

매일 한 시간 글쓰기_시작

#1 한 시간 글쓰기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내고 싶다는 거창한 마음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도 없다.

세상을 향해 소리칠 말도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쓰기를 시도하는 마음은 무얼까


종종 아이들 책을 빌리는 작은 도서관에 들렀다.

그날은 어쩐지 어린이 코너 대신 성인 신간 코너로 들어섰다.

고른 책들은 죄다 문해력, 문해력.

가지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주고 싶은 문해력 책들을 차례로 골라두고

마지막에 쓰는 책 두 권을 집어 들었다.


'쓴다는 것'

'열 문장 쓰는 법'


묵직해진 가방을 다시 어깨에 둘러맸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 위에 산처럼 쌓인 바싹 마른 옷가지들을 옆으로 밀쳐두고

귀여운 삽화가 그려진 '쓴다는 것'을 집어 들었다.

빌려올 때는 몰랐는데 청소년 대상으로 쓴 책이었다.

내일모레 마흔인 나는 그것이 어찌나 고마운지.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저자의 따스한 조언을 듣는다.


그리하여 쓴다. 1시간.


아이들 시간관리를 위해 사 두었던 1시간짜리 타임 타이머를 한 바퀴 휙 돌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1시간 동안 그저 쓴다.


수 없이 많은 책들 가운데 정작 들춰보게 되는 책은 몇 없다.

무겁게 들고 왔던 책을 다시 무겁게 들고 가 반납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기어이 들춰보게 되는 '쓰기 책'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무게감으로는 이미 나 하나로도 충분하여 더는 무거운 책이 싫다.

책장 안에 읽지 않은 책들이 가득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은 책을 사 모으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책과 가까이 있는 느낌은 언제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기에 

그 사이에서 사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꺼내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언젠가는 텅 빈 내 안이 타인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이 무서웠고

내 안에 나의 이야기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겁났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쓰기'를 시도하고 또 멈추고

결국 나는 여기에 있다.


매일 1시간

죽도 밥도 안 된 나의 글을 만날 시간이다.


아직 약속한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으니 뭘 더 써볼까


음,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는 저장만 해둔 글이 꽤 된다.

문득 스치는 키워드만 적어 둔 글도 있고

마구 적다가 용기가 부족해 발행하지 못한 글도 있다.


핸드폰 사진첩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일상을 기록해두려고 찍어 둔 몇 장의 사진도 있다.

그중에 가장 최근은

오늘 아침에 찍은 커피와 한라봉 롤케이크 사진이다.

위장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나는 아침에 밀크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선선한 공기를 헤치고 나가

따뜻하게 데운 커피잔에

밍밍하게 탄 카누 더블샷 라떼를 빈 속에 마시는 걸 좋아한다.

솔직히 좀 속이 쓰리긴 한데

이걸 누군가에게 말하면 다들 잔소리를 하니까 속으로만 말한다.

'음 역시 속이 쓰리네.'

그래도 오늘은 롤케이크 친구도 있다.

나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한라봉 롤 케이크를 좋아한다.

우선은 향이 좋고 롤케이크가 내게 주는 향수가 있다.

이제는 하나 다 퍼먹어도 좋을 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한 지금이 좋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현재의 감사함을 느낀다.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해.

향수라고 부를 수 있는 지나간 것들의 아쉬움.

그것들이 지금의 감사를 만든다.


나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생각한 날들을 모으면 꽤 많은 날이 될 것이다.

돈 주고 사는 기계에는 상세히도 사용법이 나와있는데

평생을 함께 사는 나에 대한 정보가 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싫으나 좋으나 평생 나는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매 한 가지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와 내가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것이 필연이라면 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하면서 살고 싶다.

때문에 일찍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두었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싶어 했다.


시중에는 양질의 책들이 많다.

그것들이 나의 일부분을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잠깐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매뉴얼화된 나만의 사용설명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것을 만들 것이라면 그때가 지금이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나는 하루 1시간 동안 글을 쓰기로 했고

나의 일련의 행위들을 피드백해 줄 사람도 있다. (차차 소개해야지.)


나의 평생 숙제와 같은 이 일들을 드디어 시작(또는 마무리)할 수 있는 지금이 주어져 감사하다.

(역시 아침에 글을 쓰면 감사함이 샘솟는다.)

이 마음을 가득 안고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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