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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쟁이 Feb 02. 2021

지나치게 아련한 하루

오늘이 며칠인지 기억나지 않아.

오늘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하루를 시작하는 글과 함께 감사일기를 썼다.

늘 그래 왔듯 사진도 찍었다.

업로드는 하지 않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는 마음의 소리를

오늘은 이겨내지 못했다.



아이 둘을 홀로 돌본다.

아이들 아빠는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곧 나도 아이들 곁으로 출근.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놀잇감과 활동이 지겹다고 했다.

그래. 너도 매일 같은 얼굴, 같은 활동만 하면 지겹기도 하겠지.

나의 지겨움은 잠시 접고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집에 있을게요. 내일 뵈어요.'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두 돌인 작은 아이가 두어 번 지금 몇 시냐고 물었고(시간이 뭔지는 아니?)

큰 아이는 구글 타이머를 들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다.

한 바퀴에 60분인 타이머를 벌써 두 번을 가득 돌렸다.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약속한 시간이 자꾸만 지나갔다.


남편은 120분은 채우지 않고 퇴근했다.

110분쯤 현관에 세이프.


두 바퀴를 채우지 않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도착한 아빠.

그 정도에 만족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가

귀가 약속이 무의미해질만치 바쁜 남편도 안쓰러웠다가

오늘이 며칠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 내가 안쓰러웠다.


분명 오늘 아침에 날짜도 쓰고 감사 일기도 썼는데.

하루가 아득하다.


나의 내일도 오늘과 같이 채워지겠지.

나의 아득함과 하루의 아련함을 남기려 몇 글자를 쓴다.

이렇게라도 적어내지 않으면 살 아내 지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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