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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진 하는 날

대충 사는 상담사의 일상

암진단과 치료를 받고 나서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 6개월마다 하는 정기검진이다. 이것은 내 삶에 그 어떤 일정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스케줄이다. 열일 젖히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병원 검진을 간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처음 맞이한 6개월 검진은 매우 간단하게 끝났다. 피검사와 초음파만 했던 거 같다. 나는 기수도 낮은 초기암 환자이고 전이가능성도 높지 않고 림프절제도 하지 않아서 비교적 간단한 검사만 했던 거 같다. 휴~ 다행이다라고 되뇌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은 잔뜩 긴장했던 내가 허탈하기까지 했다. 정기검진을 앞두고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아프고 나서 주사공포, 폐소공포 등 내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죄다 튀어나오는 듯했다. 병원이란 익숙한 듯하면서도 참 여전히 긴장감을 주는 곳이다. 오죽하면 어떤 사람은 의료진의 가운만 봐도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고혈압'인 사람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번 검진은 1년 차 정기검진. 이번에는 시티촬영과 뼈스캔이 추가되었다. 공포의 MRI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뼈스캔도 만만치 않다. 수술 전, 뼈스캔을 할 때 진짜 눈물콧물 다 쏟았다. 남들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다는데 나는 열 배는 힘들게 뼈스캔을 했다. 우선 불안증이 제일 걸림돌이었다. 뼈스캔 기계는 완전 폐쇄는 아니지만 커다란 다리미판 같은 것이 누워있는 내 몸 위를 천천히 지나가면서 스캔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기계가 몸에 밀착되어 검사가 진행되므로 얼굴과 상반신을 검사할 때는 눈을 떠보면 진짜 코 앞에 바로 기계가 있어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고들 했다. 처음 뼈스캔 검사를 할 때 어떻게 검사가 이루어지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의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몹시 불안했다. 


검사를 위해 팔을 묶을 때 1차로 답답했고 담요를 덮어줄 때도 답답했다. 나는 이것들을 풀어달라고 요청해야 했고 한번 검사를 하고 난 이후 가슴 쪽에 이상이 보인다고 내 몸을 스쳐 지나갔던 기계가 다시 얼굴 쪽으로 다가올 때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겁에 질린 나는 숨이 가빠져 마스크를 벗겨달라고 했다. 무뚝뚝한 직원이 마스크를 훽 벗겨주자 서러움의 눈물이 흘렀다. 촬영을 마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스크를 주우면서 얼마나 다리에 힘이 풀리던지. 그렇게 나의 뼈스캔은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처음 하는 검사라 겁나기도 헀지만 자꾸 뭔가 이상한 점이 보인다고 재촬영을 하는 것은 정말 두려웠다. 만약 뼈나 장기에 전이가 되었을 때는 나는 0기나 1기나 아니고 바로 4기가 되는 것이니까. 다행히 이상스러웠던 부분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나는 전이가 없다는 담당의 말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까지의 그 지옥 같은 기다림의 순간들이란. 


그 두려움이 생생한 뼈스캔을 드디어 다시 했다. 각오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1년 전 검사보다는 훨씬 견디기가 수월했다.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계속 내 몸과 현재에 집중하려고 했다. 힘든 기분이 살짝 몰려올 때는 실눈을 떠서 살펴보기도 했다. 이번에는 훨씬 빨리 기계를 벗어나서 금세 천정을 볼 수 있었다. 천정이 보이는 순간부터는 더 견기기가 쉬웠다. 

삐 하고 기계음이 나고 직원이 다가왔다. 

"끝났어요?"

"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너무나 손쉽게 검사가 끝났다. 반복학습의 효과인 걸까. 두 번째 뼈스캔은 첫 번째 뼈스캔보다 10분의 1도 안 힘들었다. 이렇게나 고통이 감소할 수 있다니. 발걸음이 둥둥 하늘을 나는 듯 가벼웠다. 




암에 걸리고, 정기검진을 받으니 생각보다 감사한 점이 많다. 정기적으로 내 건강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다. 지난번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오메가 3을 처방받았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수치가 거의 정상이 되어 간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신 호르몬 약 때문에 골밀도가 약해져서 칼슘과 비타민D를 처방받았다. 또한 신장 쪽에 양성 조직이 보인다는 점도 들었다. 신장이 약하고 걱정되는 부분인데 미리미리 이렇게 관찰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하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검진을 통과하고 6개월의 시간을 지내게 된다. 주어진 시간을 감사로 채워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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