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다르게 살 수 있다면요.

암환자를 살리는 심리상담 이야기


암을 진단받았다고 했을 때 상담사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했다.

낙심해 있던 내 마음에 상담사의 말은 참 의외였다.

‘네?’라고 속으로 반문해 보았다.


상담사는 암이란 다르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암을 만들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하면서 지금 발견된 암은 벌써 20년 전부터 우리 몸에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몸과 마음을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 몸은 이제부터 생활습관을 바꾸면 되고 마음은 상담을 하면 되니 지금 너무 딱 잘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뭔지 모를 안심이 조금은 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그릇을 깨뜨려 놀란 나에게 엄마가 “괜찮아. 어차피 그거 버리려고 했던 거야. 새로 사려고 했는데 잘됐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든 달콤한 것은 독이 된다


무엇이 나를 암으로 이끌었을까. 내 경우는 술담배 같은 유해물질은 섭취하지도 않았던 터라 굳이 따지면 단 것을 좋아하는 습관, 비만한 체형과 과체중, 운동부족을 꼽을 수 있었다. 즐겨마셨던 음료수, 종종 이용했던 카페 음료들, 그 많은 액상과당들, 아이스크림, 빵, 생크림이 가득한 케이크, 수많은 단당류와 다당류... 내게는 ‘당’이 독이었다.

오렌지주스, 포도주스 등 페트병에 든 음료수를 잔뜩 사두었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걸 보고 버려야겠다 싶어서 싱크대에 쏟아부은 적이 있다. 그때 느낀 점이 ‘와, 냄새 진짜 역하다.’였다. 입에 달콤한 것들이 섭취기간을 넘긴 시점에는 진짜 고약한 악취를 풍겼다. 이런 것들을 내 몸에 들이붓고 살았구나 싶었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는 것을 확 줄였다. 빵이나 떡도 거의 사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도 끊다시피 했다. 어묵이나 카레등에 첨가된 밀가루까지는 피하지 못하지만 후루룩 먹는 따끈한 국수 한 그릇, 짬뽕 한 그릇의 즐거움은 포기하며 살기로 했다.

유방암도 유형에 따라 삼가야 할 것이 다르지만 나는 호르몬 양성 형이라 비만은 어쨌든 피해야 할 일이었다. 암의 먹이가 된다는 당분은 제한하며 살아야 할 숙명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내 몸에 생겨난 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암치료를 하고 심리상담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나를 암으로 이끈 마음의 원인은 뭐가 있을까? 스트레스? 화병?

상담사는 내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분이었다. 내가 30대에 일했던 곳은 정말 치열하고 업무가 과중한 곳이었다.

“대단한 직장이었죠...”

상담사는 나의 젊은 날의 힘겨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달랐겠지만 나는 조직의 목표에 맞춰 열심히 사는 쪽을 택했다. 일하고 또 일하고 야근하고 또 야근하고, 업무를 쳐내면 쳐낼수록 더 쌓였다. 그럴수록 나는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거 같다. 결국 소진되어 직장을 떠났다.

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 있는 신념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사랑받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자체로 인정받으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는데 나는 사랑받기 위해 너무 처절히 노력하는 편을 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삶이 나에게 피곤과 힘듬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제가 암 진단받은 뒤 지인들이 보내준 선물이 끝이 없어요. 냉장고에 과일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나의 말에 상담사가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내가 살아온 길을 인정하면서도 측은해하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상담사님의 위로와 격려의 마음이 느껴지자 내 마음속에 잔잔한 용기가 생겼다.

[이제 다르게 살아보자]



이전 03화내 삶에 폭풍처럼 암이 휘몰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