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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치료와 재발

가족이 알아야 할 알코올중독

알코올중독자 가족의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은 병원치료이다. 알코올중독이 심해지면 누구나 병원을 떠올리게 된다. 알코올중독이 질병임을 알게 되고 이것은 치료를 필요로 함을 인식한다. 우리 주변에는 알코올중독을 치료하는 병원들이 있고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도 있으며 통원치료와 함께 입원치료를 하는 곳들도 있다. 처음에는 가볍게 초진을 하고 약물치료를 통원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이나 갈망조절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때로 동네에 있는 정신과 병원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변사람이 보았을 때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라면 중독자의 상태는 이미 중독이 꽤 진행되어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아마 의사는 입원치료를 권할 것이다. 중독자는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병원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중독자가 다행히 자신을 병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진행은 좀 더 쉽다. 지역 내에서 어떤 병원을 이용할 것인지 정보를 알아보고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포털사이트에 ‘알코올중독 병원’등으로 검색을 하면 병원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국적으로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기도 한다. 몇 군데 괜찮은 병원을 선정하고 내방하여 초진을 해보는 것이 좋다. 병원의 분위기도 다르고 담당의의 견해도 중요한다. 병원마다 핸드폰 사용이나 외출 외박, 간식 이용 등에 대한 규정이 다르기도 하다. 어떤 곳은 남녀가 같이 생활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병실등급별로 입원료가 다르기도 하다. 어떤 곳은 프로그램이나 자연환경이 좋기도 하다. 권장 입원기간이나 한 달 입원비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각각 병원마다 특징과 장단점이 있으니 이용하기에 적합한 곳을 선정하면 된다.   

   

위에 설명한 경우는 환자 스스로가 입원에 동의하는 ‘자의입원’인 경우이다. 환자가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입원’을 하게 된다. 보호자는 후견인, 배우자나 직계혈족, 생계를 같이하고 최근 3개월 이상 주거를 같이 한 친족 등이 해당된다. 보호자 2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 보호자가 동의하여 입원을 시킬 수 있다. 때로는 사설구급차를 이용해 술 취한 주취상태에서 강제입원하기도 한다. 보호자 동의입원을 한 경우 퇴원 시에는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환자 자의입원은 환자가 퇴원을 원할 때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지만 보호자동의입원은 아무리 환자가 퇴원을 원해도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퇴원이 가능하다. 이 점이 환자 자의입원과 보호자 동의입원의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이러한 입원치료 과정에서 알코올중독자 가족은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과연 병원치료가 필요할까, 알코올중독이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들다가 세월이 지날수록 이건 중독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되고 기를 쓰고 병원에 데려가려 한다. 갖은 회유와 협박을 통해 중독자를 병원치료를 받게끔 한다. 병원에 입원 후에도 여러 상황이 있다. 자의입원인 경우 필요한 물품이나 간식을 갖다 주면서 여전히 보호와 돌봄을 하는 희생자 역할을 한다. 강제입원인 경우 퇴원시켜 달라는 중독자의 전화에 시달리고 수신거부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중독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가 아니라면 한 달에 백만 원 남짓하는 입원비를 감당하느라 벅차기도 한다. 하지만 중독자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퇴원 후 재발’이다.     

 

알코올중독은 매우 재발하기 쉽다. 오랜 기간 병원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퇴원하는 길에 곧바로 술을 사고 진탕 마셔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년 가까이 입원했음에도 퇴원하고 고작 며칠 만에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마신다. 중독자는 마치 입원기간 동안 못 마신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더 심하게 더 많이 마셔댄다. 입원기간 동안 그나마 잠시 단주해서 몸에 쌓인 독소가 빠지고 디톡스가 된 덕분에 그는 더 신나게 술을 마셔댄다. 드디어 다시 술을 마실만큼 건강해진 것이다. 결국 겨우 되돌려 놓은 중독자의 신체는 다시 손상되고 그의 상황은 오히려 입원 전보다 더 나빠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중독자를 보면 병원입원 치료를 받게 하느라 애썼던 가족들은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재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번 알코올중독자는 영원한 알코올중독자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코올중독자 가족이 병원 치료나 입원을 진행할 때는 완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좋다. 중독이 병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고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하기만 하면, 오랜 기간 입원하면 치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독이 깨끗이 사라져 이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중독자 가족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에 가깝다. 물론 당신의 실낱같은 희망을 일부러 꺾고 싶지는 않다. 이 상황을 견딜 유일한 탈출구가 병원입원일 수도 있다. 때론 한 번의 입원으로 회복에 이르는 경우도 아주 간혹 있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한 번의 입원이 아니라 여러 차례 입퇴원을 반복한다. 퇴원 후 일상에 복귀했다가 다시 재발하여 입원하기를 반복한다. 입원환자들의 입원 횟수는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병실에는 몇 년이 아니라 몇십 년 간 거의 평생을 폐쇄병동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어쩌면 사회에서 살아갈 능력을 잃어버린 듯 보이기도 하다. 알아넌 모임에 참석하는 멤버들도 수차례, 수십 차례 배우자를 병원에 입원시킨 경험이 있다. 개중에는 회복하는 멤버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여전히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중독자 가족이 병원치료에 대해 가져야 할 기준은 ‘병원치료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이다. 알코올중독자가 나을 것인가, 달라질 것인가, 술을 끊을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 중독자를 입원시키면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다. 취해서 동네에 쓰러져 있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소란을 피우거나 넘어져 다쳐서 계속 연락이 온다면 중독자 가족이 피곤하다. 언제 어떤 연락이 올지 모르고 대기상태여야 하니 일상을 살아갈 수 없다. 어린아이들과 중독자를 함께 두고 출근해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불안하고 초조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중독자 때문에 가족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는 중독자가 병원에 있는 것이 남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 적어도 경찰서나 119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는 일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중독자를 입원시키고 비로소 가족들은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찾게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긋하게 목욕탕에도 갈 수 있고 정상적인 저녁식사도 할 수 있게 된다. 환기도 하고 청소 후 깨끗해진 집에 감격하기도 한다. 중독자의 입원은 남은 가족에게 이러한 이점을 준다. 물론 치러야 하는 대가도 있다.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기도 하고 강제입원인 경우는 원망이나 욕설을 들을 가능성도 있고 퇴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다. 입원을 선택할 때는 그에게 필요한가 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선택의 기준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어떤 가족은 입원치료에 대해 중독자가 아니라 가족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한다. 입원 후 중독자가 사라지면 그 평화로운 상황을 누리거나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초조해한다. 허전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릿속에는 온통 중독자 생각뿐이다. 잠을 잤을지, 밥은 먹었는지 궁금해하고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한다. 병원 의료진을 믿지 못하고 때론 병원에 입원시킨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이 끌어안고 견디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버리고 감금시킨 듯한 죄책감을 가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피해를 입고 시달린 것이 사실인데도 가족은 그런 중독자를 놓지를 못한다. 이런 단계는 중독자의 가족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경우에 나타난다. 중독자 가족이 가지는 동반의존 심리가 매우 깊어진 단계여서 가족 또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중독자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남은 가족 또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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