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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은 진행성 질병이다

가족이 알아야 할 알코올중독

알코올중독은 긴 시간을 두고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서서히 진행이 된다. 분명한 것은 이것은 점점 더 정도가 심해지도록 ‘진행’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 주변의 중독자는 아직 초기일 수 있다. ‘술을 가끔 많이 마시긴 하지만, 깨면 괜찮잖아. 누구나 한두 번은 필름이 끊기잖아? 오늘도 일어나 출근했으니 중독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 입원해야 하는 건 좀 오버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당신의 마음을 스친다. 늘 취해있는 것은 아니므로 마시지 않는 기간 동안 직장도 다니고 당신과 외식도 하고 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때도 있다. 이 모습을 보고 당신은 그의 중독에 대해 방심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게 된다.      


알코올중독은 분명히 진행성 질병이다. 어떤 사람에겐 급하게 진행되지만 어떤 사람은 평생을 두고 서서히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알코올중독의 심각성은 결국 우상향이라는 것이다. 초기에는 가끔 폭주를 한다. 일상생활을 80~90%는 영위하고 예외적인 순간에 취한다. 하지만 이 음주상태가 점점 늘어난다. 일상의 10%를 차지했던 음주는 점점 더 몸집을 키워 일상의 90%를 장악하게 된다. 마시는 횟수나 시간, 빈도,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보통 하루 저녁 진탕 마시고 깨어났다면 얼마 되지 않아 주말이나 연휴 등 2~3일씩 연속적으로 취해있기도 한다. 나중에는 일주일 혹은 보름이상 연달아 마시는 장취가 나타난다. 


이것은 아주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된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되고 아내는 그를 두고 일을 하러 가는 것도 불안하다. 주취자로 쓰러져 있거나 소란을 일으켜 수시로 병원응급실이나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 결혼 초기에는 ‘단순히 술을 좀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20년, 혹은 30년이 지난 후 그의 상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지독한 중독자가 되어 있다. 병의 씨앗이 그의 속에 있었기 때문에 서서히 자라서 결국 환자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거나 잠시 유보할 수는 있지만 중독이라는 바이러스는 결국 그의 온몸에 퍼지고 확산되어 그를 중독자의 삶을 살도록 한다. 이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는 있으나 병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알코올중독자의 몸은 어떠한가. 그가 마셔댄 술은 그의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뇌가 변화하고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한다. 정상적인 기억력과 사고력, 조절능력이 떨어진다. 문득문득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다반사이고 감정조절조차 되지 않아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낸다. 오랜 시간 많이 마실수록 그의 뇌는 점점 더 망가져 간다. 알코올중독자의 뇌는 쪼그라들게 된다. 다른 신체장기도 마찬가지이다. 간이 손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해독에 지쳐 간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고 위장, 대장의 소화장기들 또한 염증과 궤양을 넘어 경화와 같은 질병의 단계로 들어선다. 심한 경우 암이 발생하기도 하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 외에도 치과질환 생식기 질환 피부질환 중추신경질환 심혈관질환 등 수많은 질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수많은 질병으로 병원을 드나들게 되고, 술을 끊지 못하면 이러한 질병은 점점 더 심해지고 확산된다. 나중에는 섬망증상까지 생기게 되고 결국 알코올중독은 중독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중독이 오래될수록 중독자의 성격도 변화한다. 그래도 젊은 시절에는 다정하고 따뜻한 말도 하고 합리적이고 지적인 면도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중독자 가족은 그와의 좋았던 대화,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중독자의 부모나 형제라면 어린 시절 예의 바르고, 혹은 개구쟁이이고 혹은 착하고 순진했던 여러 순간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에 대해 심각하거나 절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는 다시 괜찮았던 시절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 잠시 힘들어서 술을 마시는 것이지 나으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독의 씨앗이 그 사람 속에 생겼다면 이제 그는 점점 중독에 장악되고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가 마신 술을 뇌와 장기 같은 신체뿐만 아니라 그의 인성과 성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수줍어하고 유머러스하고 호기심이 많던 사람은 이제 없다. 그는 난폭하고 예상할 수 없이 폭주하고 지극히 이기적이며 간사한다. 냉정하고 탐욕적이며 비겁한다. 술이 그의 성격을 점차 바꿔놓는다. 그는 점점 표정과 눈빛이 변화하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알코올중독은 어떻게 진행되나? 초기단계에서 중독자는 가끔 술을 마시거나 주기적으로 마신다. 점차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 진행단계가 되면 몰래 숨어서 은밀히 마시게 되고,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절박감을 느낀다. 핑계를 대면서 술을 마신다. 이 시기에 기억력이 상실되고 죄악감을 느끼기도 한다. 중대한 위기 단계에서는 약속을 자키지 못하며 다른 일에 흥미가 없고 사업이나 금전 문제를 일으킨다. 식욕이 없어지고 아침 일찍 술을 마시기도 한다. 간경변, 내장 질환 등 건강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허세를 부리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억제하려 해 보다가 실패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피하게 되고 이유 없이 원한을 품는다. 의지력도 약해진다. 마지막 만성적 단계에서는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일할 능력이 없어진다. 정신적인 생활면에서 바보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 거의 매일 마시는 장취가 나타나며 변태적 사고방식이 생긴다. 막연한 공포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술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러한 진행성 과정을 거쳐 중독자는 바닥의 상태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완전한 패배를 인정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맞닥뜨린다. 회복의 동아줄을 잡지 못한 사람은 이 단계에서 강박적으로 마시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알코올중독자의 끝은 요양병원, 정신병동, 구치소 등이다. 정신적인 불구자가 되어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 바닥의 상태에서 회복의 동아줄을 붙잡는 자들이 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알코올중독이 병임을 알게 되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발견한다. 과거 알코올중독자였다가 회복한 사람들과 접촉을 하게 되고 단주를 하게 된다. 점차 올바른 사고력이 생기고 자신을 재검토한다. 의사의 진찰을 받고 AA와 같은 단주친목 모임에 참석한다.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미래에 대한 공포심이 없어진다. 자존심이 회복되고 정상적인 식욕을 갖게 되며 도피할 생각이 사라지고 실질적인 면에 대해 생각을 한다. 가족과 사회의 요청에 순응하고 휴식과 수면이 잘 되기 시작한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고 새로운 친구 관계가 이루어진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가 생기고 자제력이 생기며 경제적으로 안정된다.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고 술에 대한 충동이 없는 만족스러운 단주 생활을 하게 된다. 이것은 단주친목을 통해 회복단계에 이르는 과정이다. 절망으로 내려갔던 계단을 다시 한 칸씩 거꾸로 걸어 올라오는 것이 회복의 과정이다. 알코올중독은 진행도 회복도 이러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속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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