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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의 대물림 가능성

가족이 알아야 할 알코올 중독

"알코올중독은 대를 이어 전수되나요? "

"부모가 알코올중독이면 자녀도 알코올중독이 되나요? "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해 저의 견해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다.      


먼저 그럴 수도 있다는 쪽을 살펴보자. 우선 부모가 알코올중독이 있는 경우 자녀도 성장하여 알코올중독이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선천적인 유전적 경향인지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인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아마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중독이란 정신적인 질병이고 취약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이러한 기질은 유전자나 DNA로 전수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중독의 대물림은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도 크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고함을 지르고 가정은 난장판을 만든다. 잠든 아이들을 깨우고 혼을 낸다. 어린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무서워하고 피하고 조금 커서는 화를 낸다. 그런 학대적인 행동을 싫어하면서 자신은 절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너무나 싫어하는 그 행동을 눈으로 보고 함께 경험하면서 화나 날 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 힘들 때 회피하는 방법 등을 자신도 모르게 학습하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지, 싫은 일을 어떻게 안 하는지 알코올중독자의 생활방식을 모델링하게 된다. 이것은 자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 불쑥 튀어나온다. 너무나 싫어했던 부모의 모습을 어느 순간 따라 하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아닐 수도 있다는 쪽을 살펴보자. 부모가 알코올중독인 경우 자녀가 알코올중독인 경우도 많지만 중독자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가정에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어떤 자녀는 중독자가 되지만 어떤 자녀는 중독자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이상하면서도 다행한 일이다. 지독한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성장했을지라도 어떠한 자녀는 어떠한 존재가 보호하듯이 피해를 덜 입고 무사히 성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건강한 성인으로 잘 자라는 감사한 케이스도 없지는 않다. 


어떤 자녀는 자신은 절대 중독자 부모처럼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는 강박적 결심을 그대로 지켜내기도 한다. 굳은 의지로 자신의 삶을 중독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다짐한 케이스이다. 이런 경우는 알코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경계하고 피한다. 술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는 경우이다. 반면 부모가 중독이지만 자녀는 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적당히 마시기도 하고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탐닉하지 않는다. 술에 집착하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술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어쩌면 이 경우는 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대 술을 안 마시려고 다짐하는 경우보다 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술로부터 자유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대물림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중독자의 배우자이다. 배우자가 어떠한 태도를 지니느냐에 따라 알코올중독은 대를 이어 내려올 수도 있고 이 대물림을 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이 불행이 여기서 그치고 다음 세대에서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중독의 대물림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중독이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독자의 배우자는 함께 병이 들며 중독자에게 온통 신경을 쓰는 동반의존 상태가 된다. 이러다 보면 서로 밀착이 되게 되고 중독자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배우자는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기대하게 된다. 동반의존 성향은 자신 스스로 독립적으로 서지 못하기에 중독자에게도 의지하지만 자녀에게도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가족이 서로서로 지나치게 교집합이 많고 의존적으로 된다. 


동반의존된 엄마와 사는 아들이 있다고 치자. 이 아들은 엄마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엄마는 감정의 기복의 심하고 심리적으로 취약하다. 아들과 다정하게 지내기를 지나치게 원하기도 하고 권위 있게 훈계하며 양육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엄마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면 엄마는 싫어하고 나무라면서도 이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아들은 점점 더 행패를 부릴 때가 많고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엄마를 조종하려 한다. 중독자인 아빠에게 조종당하던 엄마는 아들에게도 조종당하게 된다. 엄마를 닮아 동반의존인 성향을 가진 딸이 있다면 이 딸 역시 엄마처럼 가정 내에서 희생자, 돌봄자의 역할을 한다. 아빠를 보살피고 엄마와 밀착되며 나중에 중독자의 성향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대표적인 역기능적 상호작용이 나타나는 가정이고 무서운 대물림의 과정이다.   

  

가슴 아픈 대물림의 과정을 끊을 수 있는 핵심은 중독자의 배우자가 동반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비슷한 유형의 알코올중독자 가정이라도 어떤 가정은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이 고통의 구렁텅이에 한없이 휩쓸려 떠내려 가기도 하고 어떠한 가정은 중독자와 경계를 긋고 남은 가정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지켜지기도 한다. 이 차이는 배우자의 태도에 달려있다. 함께 멸망하는 길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가 감정적으로 중독자와 명확히 분리하고 중독자의 어떤 중독행위나 그 여파에도 휘둘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녀들이 상처받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아이들은 술 마신 아빠보다 울고 있는 엄마 때문에 더 슬퍼할 수도 있다. 아빠가 술취하든 약속을 못 지키든 엄마는 평온하게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엄마랑 저녁을 먹자고 말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켜낸다면 자녀들은 중독의 충격에서 안전하게 보호된다. 


알아넌에 참여한 많은 중독자의 배우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화내지 않고, 울지 않고 아이들과 웃을 거예요. “ 

중독자와 상관없이 나는 평온할 수 있다는 믿음, 이것이 대물림을 끊는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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