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속으론 매일 견뎌내는 나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50대 김 부장.
겉으로 보면 안정돼 보이고, 주변에서도 “그래도 형편 좋잖아요”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는 요즘 말수가 많이 줄었다.
괜찮아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더 크다.
젊을 때는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50대가 되니 내려가는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체력도, 역할도, 자리를 지키는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
평생 아껴서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정작 나 자신에게 쓴 시간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지금부터라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 돌봄, 자식 결혼, 손주 돌봄까지
한꺼번에 찾아오는 시기라서 더 그렇다.
몸이 아파도 참고 하루를 넘긴다.
병원에서는 “연령상…”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듣게 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나이다.
퇴직하면 편할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ETF도 사보고
미래를 준비한다고 믿었는데
원금이 줄어드는 걸 보며
마음 한쪽이 조용히 무너졌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어서
결국 다시 혼자 해내야 한다.
김 부장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가
괜히 TV를 끄는 사람들이 많다.
“이거 내 얘기 같다”는 말과 함께.
그만큼 이 이야기는 흔한 중년의 얼굴을 담고 있다.
우리는 안다.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조금 지치고 흔들려도
다음 날을 또 살아낸다.
내일도 오늘처럼 살아내야 하니까.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가장 가까이서 그 사람을 지켜본 나는—
내가 바로 그 김 부장의 아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