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준비 노트#1 - 시작/사업계획서/상권분석/손익계산서
친구와 식당을 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친구는 요리사. 전 경영, 운영, 마케팅 등을 담당하구요. 문제는 둘다 창업 경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지인들은 창업을 해서 지금 식당을 운영 중에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실제로 저희에게 와닿지는 않았죠. 창업을 하기로 했는데 당장 뭘 해야할 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식당 창업 관련 서적을 먼저 읽어봐도 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저희 생각이 옳은지 먼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먼저 종이에 써내려갔습니다. 창업을 할려면 뭐가 필요한가부터 말이죠.
아이템선정/상권조사/입지선정/점포계약/인테리어/법적절차/기계 및 집기 구입/식재료 구매/마케팅 순이었죠. 먼저 크게 잡아놓고 세부적으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턱.. 막히더군요.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는겁니다. 아이템 선정이야 요리사의 전문분야가 정해져있어서 고민할 것은 없었습니다. 이미 업종은 결정이 되어있었고 메뉴조차 구상하던 것이 있었다고 했거든요. 해당 상권에 아이템이 어울리는가라는 것은 차후 문제였어요. 일단 이렇게 순서를 정해놓고 대형서점에 갔습니다. 식당 창업에 관련된 책을 잡고 읽었죠. 순서를 찾아보니 대충 비슷했습니다.
여기서 요리사의 가족분들이 사업계획서를 요구하셨습니다. 돈을 받고 싶으면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가져와라고 하시더군요. 사업계획서라니.. 둘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써보기는 커녕 본 적도 없으니 말이죠.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로 서점에서 흐름을 찾았습니다. 사업개요/상권입지/메뉴분석/조리/판매계획/재무계획의 형태가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여러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제 나름대로 틀을 잡았습니다. 사업개요/창업자소개/시장환경분석/아이템소개/상권조사 및 입지선정/목표고객/점포설계/구매 및 생산계획/법적 절차/재무 계획 순으로요. 그러나 처음 써보는 사업계획서라 그런지 너무나도 막막했습니다.
혼자 책보고 구글 검색하고 자료조사를 하던 중 1Page 짜리 간이 사업계획서 틀을 보여주시며 이 내용만 채워오면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글 파일로 만들어진 파일은 너무나도 간단했습니다. 저희에게 필요없는 내용도 많았지만 그 부분은 투자금상환계획 항목으로 채울 수 있는 내용이었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상권을 알아보기 위해 상권별로 3개 이상의 부동산을 컨택하여 점포 소개를 받았습니다. 주변에 내놓은 점포들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보여주시는 가게들이 비슷비슷하더라구요. 오랫동안 거주한 도시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상권을 선택했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점포가 2개가 나왔습니다. 그 점포들을 중심으로 이 사람들은 얼마나 다니는지, 주거단지인지, 사무단지인지, 유흥가나 번화가가 있는지 등을 파악했습니다. 어느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지도 파악했죠. 워낙 많이 움직이던 상권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유동인구, 연령대, 직업군 등을 파악하는 건 힘들더라구요.
그 후 가게에 들어갈 물건들의 가격을 알아보았습니다. 인테리어는 일반적으로 평당 150만~200만원 선으로 측정하였습니다. 식자재, 기계 및 설비, 기타 등 다 포함해서 총 비용을 산출해냈습니다. 식자재는 월 매출의 몇 %를 해야한다는 것을 친구는 이미 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에 맞춰 계산을 했고, 기계 및 설비, 그릇 같은 것들은 직접 유명 시장에 가서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이까지 하고 나니 어느정도 재무계획의 틀이 잡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혼자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를 통해 손익계산서를 작성했습니다. 매출/매출원가/매출총이익/판관비/영업이익/영업외수익/영업외비용/법인세비용/총수익/총비용/당기순이익 순으로요. 일 평균 매출 25만/50만/100만/150만 순으로 월 매출이 나오면 그를 통해 당기순이익은 얼마가 된다는 식을 엑셀로 작성하여 '일 매출당 당기순이익'을 산출했습니다.
저희가 작성하는 사업계획서의 포인트는 투자금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를 보는 사람은 투자자겠죠?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래서 투자금을 언제 상환할 것이냐?'라는 게 가장 궁금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손익계산서를 토대로 인건비/예치금을 제외한 나머지로 투자금 상환 계획을 작성했습니다. 월 매출 당 총 얼마의 원금을 상환할 것이다라고 말이죠. (투자금 수익률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1page 사업계획서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점포 개요/총 비용/예상 투자금 상환 계획입니다. 사업계획서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맞다고 틀렸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진짜 벤처캐피탈에서는 당연히 이런 사업계획서로는 투자를 받을 수 없겠죠. 그러나 저희가 보여줄 투자자는 이런 걸 원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상황과 대상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는게 사업계획서 아닌가요? 1page로 작성해서 투자를 따내면 성공한 사업계획서, 못따내면 실패한 사업계획서니까요.
야매로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투자자가 원하던 결과물이라 평가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투자에 대한 결정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