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음
전설의 베테랑과 사기계의 샛별이 만났다. 대본대로 하면 돈 나옵니다의 '원라인'을 보고 왔습니다. 원라인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대출을 받게 해 주고 그 수수료를 받으며 꾸려 나가는 '작업 대출업자'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영화에서는 작업 대출 베테랑인 장 과장(진구 분)과 사기계의 샛별 민대리(임시완 분), 그리고 박실장(박병은 분)의 사기들이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영화 '원라인'은 사기를 치는 판에서도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는데요. 사회와 인간들의 행동들이 묻어져 나온 느낀 점들을 영화 속 대사와 함께 풀어보았습니다.
※ 명확한 대사를 적어놓은 게 아니라 대사는 영화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진은 영화의 스틸컷 이미지이므로 대사와 관계 없습니다.
사이즈 딱 나오네
영화 '원라인' 내에서 유행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사람을 바라보며 사이즈가 나온다고 말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데요. 일을 처리할 때도, 사람을 판단할 때도 '사이즈'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배경이 10여 년 전이라 그런지 그때에 많이 사용했던 용어들 같았는데요. 명대사라고 할 만큼 멋있지도 따라 하고 싶지도 않은 대사였습니다.
사업은 전문 분업화가 돼야 하죠.
민대리는 사업가 기질이 타고난 인물입니다. 사업에서 자신이 할 일, 팀원들이 해줄 일을 모두 머릿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배분하여 하나의 팀이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물이죠. 비상한 머리를 가진 민대리는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치며 전설의 베테랑의 눈에 들게 됩니다. 그는 사업에서 '분업화'를 말하며 전문분야를 가진 인재들을 영입하여 사업을 진행합니다.
사람마다 전문분야가 있고 그들을 유기적으로 엮어주면 팀은 효율과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분업화는 중요합니다. 프리랜서가 증가함에 따라 회사에 소속되기보다는 외주업무로 진행하는 1인 기업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는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잘하는 인재보다는 한 가지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님도 '월급쟁이들 사라지고 프리랜서의 시대가 온다'라고 말하셨죠.
한 사람의 꿈이 취업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학교의 경쟁 포인트는 인문학적 지식,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을 통한 스스로의 가치 향상, 교수님과의 1:1 면담을 통한 인생 방향 설정이 아니라 '취업률' 딱 하나뿐입니다. 인생에 대한 고찰을 끝내고 대학에서 진로를 스스로 선택해 인생의 방향을 발전시켜야 할 시기에 '자소설'을 작성하고 하고 싶은 일과는 거리가 먼 인적성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 현실입니다. 학교마다 취업지원센터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꿈이 이루어지고 인생이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카페 사장이나 치킨집 사장이 되는 것이 그들의 끝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치킨집의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받으려면 협박이 아니라 친구가 돼야 하는 거예요.
민대리가 한 또 하나의 대사, 사회생활을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는 친하게 적은 더 친하게', '적을 친구로 만들어라' 등 적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선인들의 말씀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적이 되면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죠. 게다가 그 적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 적이 돈을 준다고 해도 의심할 판에 돈을 받아야 하니 더더욱 어려운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민대리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돈을 받아야 할 사람한텐 적이 아니라 친구로 다가가야 한다며 고민도 들어주고, 밥도 사주며 친한 친구처럼 다가갑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벅찹니다. 살아가면서 단 한 명의 적도 만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적마저 친구가 된다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유도리 있게 하면 될 것 같아요.
한국사회에서는 유도리. 즉 융통성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상황에 맞게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며 처리해 줄 사람. 내가 편하고 이득이 되고, 흐르는 물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 조용히 묻어가는 사람을 원하는 대사가 됩니다. 경찰이 사기꾼을 정식으로 잡고 싶어 하지만 조용히 1년만 버티다가 나갈 검사와 그 밑의 직원은 유도리를 강조하며 업무를 차일피일 미루며 자신의 취미생활만 합니다.
규정대로 처리하려면 융통성 없이 꽉 막혔다고 하면서 규정대로 구속영장을 받아오라고 하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하며 말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간의 기준은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익이 되는 일(돈, 노동, 시간 등)은 규정에 관여하지 않고 융통성 있게 해결하고, 불이익이 되는 일은 규정대로 처리하라고 하죠. 그게 조직이든 자신이든 말이죠. 이기적인 인간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로 잡아야 명확하고 공정한 업무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깔끔하게 본론부터 말할게
장 과장과 박 실장이 대면할 때 시작하는 대사입니다. 아주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지 못하고 서론 부분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배경 설명을 하는데요. 이는 듣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합니다. 상대방이 바쁘다면 더더욱이요. 상사에게 또는 클라이언트에게 보고를 할 때도 서론을 길게 말해 발표시간을 지루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방식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론, 안부 인사 등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보다 본론 또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에 대한 의견, 문제 해결, 판단, 차후 업무 일정 등을 을 개진해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면 비교적 짧은 회의시간과 업무시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민대리가 장 과장에게 의도 파악이 힘든 말을 하자 장 과장이 한 대사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기 위해 또는 자신의 의도를 간파당하지 않기 위함 등 여러 의도로 말을 돌려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 대사와 마찬가지로 듣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합니다. 지금 이 말을 할 상황이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라는 대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죠.
민대리는 자신의 의도를 조금 더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또 다른 사례들을 가져와서 비교, 대조하며 사용했습니다. 상대방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업무를 위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본론 또는 결론부터 말함으로써 서로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든 생각은 똑똑한 사람이 사회를 쥐고 흔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으로 부딪히치며 높은 자리에 올랐어도 결국 똑똑한 사람들한테 잡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똑똑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비상한 건 타고난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성장이 아니라 지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이유는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생각하는 동물이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제게 생각의 발전, 지적 성장 등을 추구하며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