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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얼 Sireal Jan 30. 2018

어렵던 사케가 한 걸음 다가왔다

사케를 전달하는 첫 번째 메시지

맛있는 떡국과 함께 나이+1이 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한 살 맛있게 먹었어도 여전히 시린 내 옆구리와 친구라도 된 듯 동장군 또한 내 옆을 떠나지 않고 있다. 날이 추워도 날이 따뜻해도 날이 적당해도 내 시린 옆구리를 달래주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술이다. 더울 땐 그저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적당할 땐 힙한 바에서 마시는 칵테일, 비 올 땐 역시 막걸리. 또한, 분위기 낼 땐 와인, 축하할 땐 샴페인, 기쁠 땐 위스키, 언제든 빠지지 않는 소주 녀석들이다. 그렇지만 동장군이 찾아올 때쯤 유독 그리워지는 친구가 있다. 바로 사케다.

사케는 온도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비춰주는 천의 얼굴 같은 친구다. 글을 작성하는 기준으로 오늘도 동장군이 심심하다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으니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 사케에 대해 알아보자. 이 친구는 초밥집, 이자카야 등 일본 음식을 다루고 있는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만 알고 마셔도 나와 더욱 친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1. 정종 마실래? 아니 난 사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친구 이름부터 다 잡고 가자. 우리나라에서는 사케, 니혼슈, 정종, 청주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여기서 문제. '4개 중 사케를 이르는 말이 아닌 사케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바로 정종(正宗)이다. 사케는 '니혼슈(日本酒)', 즉 일본주라고도 하며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말한다. 하지만 정종(正宗)은 일본식 발음으로 마사무네(正宗)라는 사케의 브랜드 중 하나다. 우리가 흔히 반창고를 '대일밴드', 굴착기를 '포크레인'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내 친구를 사케, 니혼슈, 청주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2. 사케 종류 구분할 줄 알아?

2-1 준마이(純米)

학교에는 과목이 있고 과목별 등급이 나오듯이 사케에도 종류와 등급이 있다. 먼저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종류를 구분할 때 기준이라고 느낀 단어는 '준마이(純米)'라는 단어다. 한글로는 '준마이' 또는 '쥰마이'라고도 표기한다. 준마이는 사케가 딱 4가지 원료로만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쌀, 누룩, 효모, 그리고 물이다. 준마이가 붙은 술은 준마이, 준마이긴조, 준마이다이긴조라는 이름으로 표기하며 뒤에 있는 준마이긴조, 준마이다이긴조는 등급을 나타낸다. 준마이는 한글로 순미(純米)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2 긴조(吟醸), 다이긴조(大吟醸)

긴조(吟)는 극저온에서 저속으로 발효시키는 '제법'이다. 이 제법은 나온 지 100년 정도밖에 안되었다. 긴조 제법으로 쌀을 발효시키면 과일향 같은 화사한 향이 나는 게 알려져 긴조 제법이 퍼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60% 이하의 정미율과 긴조계열의 효모를 사용하면 긴조라 불린다. 여기서 정미률(도정률)을 50%로 하면 다이긴조(大吟)가 되는 것이다. 긴조향은 즉, 과일향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이 과일향이 긴조보다 깊고 풍부하고 부드러워진 것이 다이긴조다.

2-3 혼죠조(本醸造)

이제 준마이가 붙지 않은 사케에 대해 알아보자. 바로 혼죠조와 후츠슈이다. 이들은 사케의 4가지 원료에서 무언가를 더 넣었다. '양조알코올' 또는 '에틸알코올'이라는 것이다. 사케의 라벨에는 '주정'이라고 적혀있다. 어려운 용어 같지만 다 같은 말이다. 양조장이나 주류 업체 등 일반적으로 '양조알코올'이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사케의 4가지 원료에 양조알코올이라는 것을 넣으면 혼죠조가 된다. 혼죠조 또는 혼조조라고 표기하며 본양조(本醸造)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4 후츠슈(普通酒)

4가지 원료 + 양조알코올 + a가 붙으면 후츠슈가 된다. 후츠슈는 사케의 양을 늘리기 위해 양조알코올 뿐만 아니라 감미료, 산미료 등 뭐 잡다한 것을 추가한 것이다. 양을 늘리려고 친구에게 뭘 자꾸 꾸역꾸역 먹이는 것이다. 삼배증량주, 오배증량주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쌀 100 : 알코올 300, 500의 비율로 만든 것을 말한다. 쌀보다 알코올을 이렇게 많이 넣으면 당연히 쌀의 풍미와 맛은 옅어지고 알코올 맛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옅어진 그 맛을 살리기 위해 감미료, 산미료 등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


3. 사케의 클라스

사케의 클라스 즉, 사케의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선 '정미율'이라는 단어만 알면 된다. 고급 사케를 만들수록 쌀의 겉면을 깎아내고 쌀의 중심부만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다. 정미율은 쌀의 겉면을 얼마나 많이 깎아내었는가를 나타낸다. 정미율 70%는 쌀의 겉면 30%를 깎아내고 남은 70%만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 정미율 60%는 쌀의 겉면 40%를 깎아내고 남은 60%만으로 술을 빚었다는 뜻이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고급 사케가 된다.


일반적으로 등급은 정미율 70%, 60%, 50%가 기준이다. 양조알코올 없이 정미율 70% 이하는 준마이, 60% 이하는 준마이긴조, 50% 이하는 준마이다이긴조라고 한다. 양조알코올을 첨가하여 정미율 70% 이하는 혼죠조, 60% 이하는 긴조, 50% 이하는 다이긴조라고 한다.


4. 종류와 등급의 구분

이제 사케의 종류와 등급을 알아보려면 딱 2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준마이와 정미율. 그 뒤로는 탄탄대로다. 하지만 준마이라고 해서 정미율 70%~61%라고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준마이라도 55%의 정미율을 가진 사케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사케들은 앞에 도쿠베츠(特別)을 붙인다. 같은 등급 이상의 정미율이나 긴조 제법 등 특별(特別)한 방식을 사용한 사케기 때문이다. 도쿠베츠 준마이, 도쿠베츠 혼죠조 같이 말이다.


5. 나만 좋았던 사소한 Tip

5-1 사케이름 너무 긴 거 아니요?

난 일본어를 아예 못한다. 그 흔한 1,2,3,4도 할 줄 모른다. 하이(はい)가 20년이 넘도록 Hi인줄 알고 있었을 정도다. 그래서 사케 이름을 외우는 게 정말 어렵다. 아는 한자로 적혀있어도 일본어로 읽어야 하니 더 어렵다. 그렇게 사케 이름을 한글로만 읽다가 알아낸 것이 있다. 몇몇 사케의 이름은 정보를 나열한 것이다. 하쿠시카(제조사) 도쿠베츠 혼죠조(등급) 야마다니시키(쌀이름), 오토코야마(제조사)준마이다이긴조(등급), 리하쿠(제조사)준마이다이긴조(등급). 이런 식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름이 길다면 의심해봐도 좋다. 자기가 먹은 사케의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


5-2 사케 병의 진실

사케는 빛과 온도에 민감하다. 오죽하면 라벨에 온도를 구분해서 적어놨을까. 빛에 민감한 이유는 효모가 있기 때문이다. 효모를 살아있는 생물로 취급한다. 효모가 빛에 의해 변질되면 사케의 맛도 변질된다. 따라서 병의 색이나 보관방법을 살펴보자. 빛이 투과하지 않도록 병의 색이 짙거나 병을 무언가로 감싸놓았다면 일단 가격대가 높은 거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사케의 종류와 등급은 하나의 표만 암기하고 있으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케를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자주 사용하는 지식이 아니라서 나는 쉽게 잊고 말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표를 한 번만 봐도 이해하고 사케를 마실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기 위해 글이 길어졌다.


아직 사케에 대해선 1도 모른다. 이제 겨우 응애한 정도다. 사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공부하며 글도 쓰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안아프게. 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사케를 더 자세히 공부하는 방법, 사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댓글, SNS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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