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해도 저렴하게 잘 먹고 잘 사는 푸드챌린저
"생선튀김이 왜?"
"야 영국가면 피쉬 앤 칩스 먹어야지", "피쉬 앤 칩스는 어때?". 영국 여행을 갈거라고, 간다고, 왔다고 말하면 항상 물어보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은 항상 "생선튀김이 왜?"라는 대답이었다. 피쉬 앤 칩스에 로망은 1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전통 음식을 찾고 싶었지만 들리는 얘기는 항상 '피쉬앤칩스'뿐이었다. 그래서 먹어보기로 했다. 영국에 왔으면 한번은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보고 나서 진짜 '생선튀김'인지 영국에서 꼭 먹어봐야할 '피쉬앤칩스'인지 판단하여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은 항상 주관적이다. 어떠한 음식도 100%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우리나라의 기호식품인 라면도 '대부분'이 좋아하지 '모든'사람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의 음식 탐방 또한 사실보다 의견이 많다. "판단은 독자의 몫에 맡긴다."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는다. 판단은 직접 먹어본 내가 한다.
먹어봐야 한다.
먹어도 된다.
먹지 마라.
음식의 3대 요소인 시각, 후각, 미각을 평가하기 위해 5점 척도를 추가했다. 특수문자를 입력할 수 없어 5점 만점에 숫자로 표기한다.
먹어봐야 한다. 먹어도 된다. 먹지마라는 평가 결과. 시각, 후각, 미각은 세부항목으로 보면 된다.
1. Ice Americano
Ice Americano - 먹어도 된다.
시각 : 3
후각 : 3
미각 : 3
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어서 다행이다. 따뜻하게 먹었다면 한약 먹는 느낌이었을 것 같다. 스타벅스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스타벅스의 맛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확인'을 위해 마셨다. 그러나 쓰다. 한국의 스타벅스보다 원두 맛이 강렬하게 쓴맛이었다. 원두 맛은 딱 2가지로 구분하는데 쓴맛과 신맛이다. 신맛 원두는 싫어한다. 쓴맛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데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번에 마신 아메리카노는 자주 사용하는 원두가 아닐 수도 있다. 스타벅스에서 주문을 할려는데 주문받는 사람이 갑자기 말을 길게 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고 벙쪄 있는데 옆에 있던 직원분이 한국말로 "오늘은 과테말라 원두가 무료니까 드셔보세요"라고 말했다.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1,2,3 도 없이 갑자기 7로 말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신선한 충격을 받고 과테말라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2. BLT(왼쪽)
3. Texan Chilli(오른쪽)
BLT - 먹어도 된다
시각 : 3
후각 : 3
미각 : 2
Texan Chilli - 먹어봐야 한다.
시각 : 4
후각 : 4
미각 : 4
빵이 문제다. 영국의 샌드위치는 한국의 샌드위치와 달리 입안에서 퍽퍽하거나 텁텁한 느낌을 항상 주었다. BLT를 먹고 그 이유가 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 들어있는 소세지, 야채 등은 다 비슷했다. 그러나 샌드위치의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빵이 내 입맛에 문제가 되었다. 텁텁하고 목에 걸려 쉽게 넘어가지도 않았다. Texan Chilli와 같이 먹어서 그나마 넘길 수 있었지만 샌드위치만 따로 먹는다면 목을 넘기기 버거울 것 같다. 조금 더 부드러운 빵이었으면 좋겠다.
맛있다. 맵지 않고 달콤한 칠리 소스에 밥알이 함께 들어있다. 모두 함께 비벼먹으면 칠리 소스 죽을 먹는 느낌이지만 영국 사람들은 탄수화물을 이렇게 섭취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적당한 치즈도 함께. 콩이 들어있다. 밥과 콩이 적당히 불어 있어 부드럽게 넘어간다. 뜨겁지도 않아서 급한 사람들은 빠르게 먹을 수도 있고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Regular와 Large가 있는데 Regular와 샌드위치 또는 Large하나 먹으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단점은 소화가 빨리 되는 만큼 배가 빨리 꺼진다. 다른 걸 더 먹어야 한다.
드디어 도착했다. 피쉬 앤 칩스를 먹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맥주도 먹고 싶고 코벤트가든에는 펍(Pub)도 많아서 피쉬 앤 칩스를 먹을겸 펍에 가기로 했다. 우리 눈에 들어온 Punch & Judy에 들어갔다. 들어갈 땐 몰랐는데 한국의 런던 여행 가이드 책에 소개된 곳이었다.
몇일 전, itsu에서 먹은 noodle 향신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오른쪽에 있는 Sarsons이라는 향신료다. 테이블에 여러 향신료가 있길래 하나 하나 먹어보았더니 이 향신료가 내 입맛을 멀게 해주는 주범인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후추나 소금처럼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는 걸 보니 영국인들은 꽤나 좋아하는 향신료인가보다.
4. Fish and Chips
Fish and Chips - 먹지 마라.
시각 : 4
후각 : 3
미각 : 2
생선튀김이다. 기본적으로 간이 없다. 마요네즈와 칠리 소스를 주는데 찍어먹어도 맛이 없다. 주변에 있는 향신료들과 함께 먹어보았다. 후추, Sarsons, 칠리소스, 마요네즈 등에 찍어먹고 뿌려먹고 발라먹고 얹어먹었지만 전혀 맛있지 않았다. 생선튀김따위... 제삿날 먹는 명태전이 훨씬 맛있다. 피쉬 앤 칩스를 먹을 땐 제대로 먹을 거라며 나름 가게에서 가장 비싼 Fish and Chips 'Ultimate'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을 주문했다. 14.**파운드다. 피쉬 앤 칩스는 Ultimate하게 우릴 실망시켰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영국에 온다면 피쉬 앤 칩스는 우리처럼 꼭 한번은 먹어보리란 것을 안다. 어차피 먹을 것이라면 진짜 제대로 알아보고 한국인들이 모두 맛있다고 평가하여, "이곳에서 피쉬 앤 칩스를 먹는다면 후회하지 않을거야!" 라는 곳에 가서 먹고 후회하지 말던지, 런던을 여행하며 가격을 비교한 후 가장 저렴한 곳에가서 맛만 보길 권한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Chips는 감자튀김이다. 어딜 가나 감자튀김 맛은 똑같다. 버거킹의 Chips도 Fiveguys의 Chips도 Punch & Judy의 Chips도 맛은 똑같다. 향신료나 소스를 어떻게 주냐에 따라 다르다. 그냥 한국에서 먹는 공깃밥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 집은 공깃밥이 맛잇어, 이 집은 공깃밥이 맛없어라며 식당을 선택하진 않으니까.
5. 1730 Special Pale Ale
6. London Glory
1730 Special Pale Ale - 먹어도 된다.
시각 : 3
후각 : 3
미각 : 2
London Glory - 먹어도 된다.
시각 : 3
후각 : 3
미각 : 2
개인적으로 Ale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된 맥주다. 탄산에 의한 적당한 청량감이 있어야 맥주라고 생각하는 내가 이번 맥주를 먹고 난 후 나에겐 Ale류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탄산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주란 기분, 분위기, 사람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야 가장 맛있어진다고 생각한다. Ale은 그 모든 걸 포함하고도 맛으로써 내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도 된다'라고 말한 것은 맛볼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입에도 대지 않는다면 영국에서 먹을 수 있는 수많은 음식 중 한가지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너무나도 먹으면 안될 정도로 최악은 아니기 때문에 먹어는 봐라. 그리고 자신의 타입을 알아가면 된다. 내가 젊을 때 많은 음식을 먹어보는 이유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나이가 되었는데,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거나 먹고 입맛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음식이 나와 새로운 걸 먹어봐야 하겠지만 리스트에서 지워는 갈 수 있으니까.
가게 입구에 있는 젤라또 아이스크림 진열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여 들어가게 되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꼭 먹고 싶었다. 영국의 음식은 아닌 것 같지만 피쉬 앤 칩스와 에일 맥주를 마시고 입을 달래기엔 좋은 음식일 거란 판단이 들었다.
바닐라, 피스타치오, 다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 스트로베리 등 10여가지의 다양한 젤라또가 있었다. 특이한 것은 스파이시 초콜릿이 있다는 것이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스파이시? 점원이 조금 맵싸하다고 했다. 맛을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안된다고 하더라. 장사할 줄 모르는 알바생이었다. 맛없는 피쉬앤 칩스와 맥주들을 먹고 또 맛없는걸 먹고 싶지 않아서 가장 안정적인 스트로베리와 화이트 초콜릿을 선택했다.
7. 스트로베리 젤라또
8. 화이트초콜릿 젤라또
스트로베리 젤라또 - 먹어도 된다.
시각 : 3
후각 : 4
미각 : 5
화이트초콜릿 젤라또 - 먹어도 된다.
시각 : 4
후각 : 4
미각 : 5
너무나도 맛있었다. 스트로베리 젤라또는 딸기향과 함께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 몸 전체를 휘감았다. 피쉬 앤 칩스로 인해 고생한 입을 치유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봐야 한다'가 아닌 것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맛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없고 영국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화이트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혹사당한 내 입안을 치유해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먹지 못하는 맛은 아니기 때문에 궁금하다면 먹어봐도 좋다.
2017.01.05~17
Brand BackPacker
Steve Han & Brown 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