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21

2024.3.5 오광수 <3월이 되면>

by 박모니카

방 벽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의 두께가 확실히 얇아졌네요. 분명 같은 시간의 새벽인데도 어둠의 빛깔 역시 옅어져서 누가 먼저 기상을 하는지도 살포시 보이구요. 자연 만상(萬象)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 자리를 넓혀주니, 때론 인간의 의지(意志)가 기댈 수 있는 쉼터가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지 싶어요. 어제는 개학 첫날, 뭔가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책방까지 걸어갔어요. 월명산책로를 따라가면 40분. 놀멍놀멍거리며 가도 1시간이면 족한 거리라, 참 좋은 곳에 살고있는 셈이죠. 오고 가는 사람들마다 팔에 옷 하나 걸치고, 누가봐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3월 첫 주간 첫날을 맞이하더군요. 혹여 벚나무 등 사이로 뻗어 나오는 새순이라도 있을까 싶어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가는 길에 서 있는 나무는 도대체 몇 그루나 되나 하고 세어보기도 하고요. 물론 중간에 나물파는 할머니들 만나는 바람에 다 잊었지만요. ’오랫만에 뵈요. 저 지난 늦가을에 은행이랑 사 갔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니, 아는 듯 모르는 듯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담아놓은 어린 쑥으로 무엇을 할까 몰라서 그냥 왔네요. 책방까지 오는 길, 누가 제등을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나 했더니, 보드라운 햇살과 바람이었어요. 마치 머리 맛사지를 받듯이 어찌나 시원하고 평온하던지요. 걷다가 의자에 잠시 앉아 숲속 하늘도 올려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어보고... ’옛날엔 저런 집에서 몇 가족이 살았어. 집이 없어 문칸방까지 살았지. 그때는 이런 숲속마을이 얼마나 좋은지 알지도 못했지만 요즘은 너나없이 아파트를 지어대고,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그런 곳으로만 가고. 저렇게 비어있는 집 개조해서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한다네.‘ 두 어른들의 뒤를 따라가며 들려온 말인데요... 그러고 보니 언덕 아래 빈집이 참 예뻐 보이더군요. ’나보고 살라하면 재밌게 살텐데!‘ 오늘도 어제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약간 날씨 변덕 소식이 있군요. 오늘은 읽어야 할 논문 하나와 문우들의 글이 있어서 눈 호강 하겠습니다. 경칩인 오늘 개구리가 팔짝 튀어올라 세상 구경하듯, 무엇이 당신의 오감을 깨울지 궁금한 하루가 되시길. 오광수시인의 <3월이 되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3월이 되면 – 오광수


웃으세요

3월이 되면,

말라버린 척,

굳어버린 척,

외면했던 빛깔들을 되살리고

조용하니 생명 하나하나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세요.


소망의 외침은

마당 가운데 높다랗게 달고

하늘구름으로 날개 만들어

맑은 바람 한점씩 가만히 불러

살랑살랑

손잡고 웃으며 날아보세요.


움츠렸던 설렘들은

고운 옷 입혀 앞세우고

이산 저 산 날아다니며

긴 한숨들을 받아내어

고상한 언어로

고백도 만들어보세요.


미래는 꿈이 있어 다듬는 것

고운 계절의 사랑을 위해

웃으세요

3월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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