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20

2024.3.4 박용하 <3월의 마음>

by 박모니카

새날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기쁜 것만은 아닌가봐요. 학생들에게는 오늘이 진정 새 학기 새날인데요. 두근거림보다는 걱정이 많은 학생들을 봅니다. 그만큼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오로지 공부나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먼저 작용한다는 뜻이겠지요. 오늘은 제 학생들에게 건넬 덕담 한 문장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학원을 들어서는 그 맘이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요.~~ 아직 꽃샘 추위라고 하기엔 때가 덜 되었건만... 3월 바람이 제법 세게 불었죠. 어떤 큰 변화를 표현할 때, ’파란 (波瀾)‘을 일으킨다고 하는데요, 어젠 유독 그 말을 많이 들었네요. 모 정당의 창당식을 보면서요. ’물결‘이라는 뜻인데요, 특히 어려움이나 시련을 뜻할 때 쓰이죠. 그 당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을 보면서 ’파란‘이 이처럼 적합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당을 돕는 사람들 중 소설가 조정래작가께서 환영인사를 하시더군요. 이분도 이 파란의 물결위에서 당신의 마지막 돛을 올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당의 색깔, 이념, 사람을 떠나서 ’3년도 너무 길다. 바꿔보자‘ 라는 이 슬로건이 현대 한국사회에 경종처럼 작용한다는 것이 슬픈일입니다. 그럼에도 물결은 움직여야 제 본 모습입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사사로이는 오늘, 개학의 문을 여는 우리 학생들에게 ’학교는 행복한 곳,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소소한 물결이 출렁이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오늘은 박용하시인의 <3월의 마음>인데요, 반어적으로 들려오는 3월의 마음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3월의 마음 – 박용하


삼월에 나는 죽어요

새 학기, 새 학생, 새 선생


삼월에 나는 간신히 지내요

날 선 마음, 날 선 몸, 날 선 말


나무칼로 사람을 찌르고

나무 톱으로 복부를 질근질근 톱질하는 느낌과 함께

삼월이면 어김없이 죽어요


낯 선 책상, 낯 선 얼굴, 낯 선 공기

그렇다고 낯익은 인간들이 좋기야 하겠어요


사월에 나는 어떻게 될까요

이월에 나는 신입이 되었어요


바람의 방향이 돌변하고

낮 선 날씨가 바람을 살찌워요


잘 살 줄 몰라서 살게 되는 마음과 함께

삼월에 나는 죽어요


새 동료, 새 상사, 새 사장

삼월에 나는 겨우 겨우 지내요


벽과 창과 문과 천장을 껴안고

삶의 전의를 극대화 하며 지내요


삼월에 나는 유독 인생을 살아요

삼월에 나는 황량함을 배가하며 살아남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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